산 이외.../2006년 일기장

무늬만 자전거도로

산무수리 2006. 1. 31. 19:06
‘학생부군과의 밥상’ - 박남준(1957∼ )


녹두빈대떡 참 좋아하셨지
메밀묵도 만두국도
일년에 한 두어 번 명절상에 오르면
손길 잦았던 어느 것 하나
차리지 못했네
배추된장국과 김치와 동치미
흰 쌀밥에 녹차 한 잔
내 올해는 무슨 생각이 들어
당신 돌아가신 정월 초사흘
아침밥상 겸상을 보는가
아들의 밥그릇 다 비워지도록
아버지의 밥그릇 그대로 남네
제가 좀 덜어 먹을게요
얘야 한 번은 정이 없단다
한 술 두 술 세 숟갈
학생부군 아버지의 밥그릇
아들의 몸에 다 들어오네
아들의 몸에 다 비우고 가시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 아침 밥상 겸상을 손수 차린 아들이 여기 있다. 넉넉하지 않은 소박한 밥상을 차려, 없는 아버지를 밥상 맞은편에 모셨다. 어느 아들, 딸이 한 술의 밥조차 삼킬 수 있겠는가? 밥 식기 전에 어서 어서 먹으라던 생전의 아버지를 지금 내 눈 앞에 모셔 놓고서. <문태준 시인>



 

설명절.
형님네가 전날 내려오시고 가까이 사는 우리가 늘 늦는다.
두 조카들은 저녁 무렵에 왔지만 도치는 끝내 안왔다.
아무튼 전 부치고 만두하고, 남푠이 월매나 심심한지 만두를 다 했다.
그래서인지 저녁 전에 일이 다 끝나 버렸다.
술을 마신 남푠 때문에 차를 두고 둘이 집까지 뛰어오려고 했는데 배가 불러 그냥 걸어왔다.

 

설날, 자전거타고 남푠이 가서 차를 가져와 함께 차를 타고 시댁에 가니 너무 늦어 다른 식구들은 이미 밥을 다 먹은 상태...
애고 쪽 팔려라...
차례가 없는 관계로 게으름을 피게 된다.
세배를 하고 받고..
6개월 호주로 교환학생에 뽑혀 가는 장조카에게 금일봉 전달.
현충원에 다녀온 큰 시누이네가 합류.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흑석동으로 간다.
그래야 올케가 바톤 터치를 해 친정으로 갈 수 있다.
모교 운동장에 차를 대고 친정집에 가 고등학교 가는 조카, 군대가는 조카 금일봉을 전했다.
큰 오라버니는 당뇨, 고혈압이 생겼단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것 같다.
올케 가고 동생네가 오고 멤버 체인지...

점심굶은 여규가 배가 고파 죽겠나보다.
안 그래도 이른 친정 저녁이 오늘은 더 빨라졌다.
저녁을 먹고 조금 놀다 나오려는데 비가 내린다.
시댁에 다시 들려 아침에 못 본 두 시누이 가족을 만나 인사를 하고 조금 놀다 집으로~~
영화 두편을 연이어 보고 잤다.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
도치가 안 일어나니 덩달아 게으름 피게 된다.
아무튼 TV 온갖 연속극을 덕분에 거의 통달 수준에 이르렀다.
안 나가보니 그게 편하네?
그래서 꼼짝 안하나보다.



모처럼 라이딩을 하기로 한다.
4시가 넘어 구르미를 끌고 나갔다.
아는 길인 백운 호수로 가기로 한다.
인덕원까지 횡단보도 몇개를 건너 학의천변에 내려서다 넘어지며 무릎을 깠다.
오랫만에 타고 급경사 내려가는데 당황해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가니 당근 넘어진다.

학의천에 들어서니 길은 좀 평탄해 졌는데 좁은 길에 사람이 걷고 달리고 하니 영 불안하다.
서다, 가다 피하다 결국 와장창 제대로 굴렀다.
구른거에 비하면 다친곳은 없는데 옆에 가던 젊은언니를 건드린것 같아 벌떡 일어나 괜찮으시냐고 하니 구른 날 걱정해 준다.
휴, 남 안 다치게 했으니 다행이다.

겨우겨우 백운호수에 닿았다.
헌데 이건 자전거 그림만 그려 놓으면 자전거 도로인가?
사람과 자전거가 동시에 달리기엔 일단 길이 너무 좁고, 군데 군데 길이 너무 많이 끊어진다.
턱도 너무나 많다.
달리라고 만든 길인지, 묘기 대행진을 하라는 길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길도 어찌나 울퉁불퉁한지 거의 오프로드 수준이다.

겨우겨우 한바퀴 돌고 학의천에 들어서니 실크로드다.
시간도 늦어져 사람도 줄어서 그나마 올때는 달릴 수 있었다.

자전거 괜히 사서 고생하나보다.
안 타타 타니 엉덩이 아프지, 팔도 아프지, 허리도 아프다.
산에서 넘어진 엉덩이 멍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다리는 물론이고 엉덩이까지 수난이다.

길 관계자 보시면 좀 참고해 주세요.
본인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면 과연 길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먼저 본인부터 달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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