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뜨는 손'- 정끝별(1964∼ )
물만 보면
담가보다 어루만져 보다
기어이 두 손을 모아 뜨고 싶어지는 손
무엇엔가 홀려 있곤 하던 친구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북한산 계곡 물을 보며
사랑도 이런 거야, 한다
물이 손바닥에 잠시 모였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물이 고였던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머물렀다
빠져나가는 순간 불붙는 것들의 힘
어떤 간절한 손바닥도
지나고 나면 다 새어 나가는 것이라고
무연히 떨고 있는 물비늘들
두 손 모아 떠본 적 언제였던가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 했던가. 생겨나서 머물다 차츰 허물어진다 했던가. 그 뜻이 크다. 오늘 사랑은 희한하다. 웃는 당신을 막 보고 있는데 당신은 어느덧 내 곁서 눈물을 달고 서 있다. 사랑은 작은 생선을 뒤집는 일만 같다. 사랑은 여윈 사람이 살찌거나, 살찐 사람이 여위고 마는 그런 변화.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