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서안에서 상해까지 1 (2.25~3.1)

산무수리 2006. 3. 10. 22:13
손 털기 전’ - 황동규(1938∼ )


누군가 말했다.
‘머리칼에 먹칠을 해도
사흘 후면 흰 터럭 다시 정수리를 뒤덮는 나이에
여직 책들을 들뜨게 하는가,
거북해하는 사전 들치며?
이젠 가진 걸 하나씩 놓아주고
마음 가까이 두고 산 것부터 놓아주고
저 우주 뒤편으로 갈 채비를 해야 할 땐데.’

밤중에 깨어 생각에 잠긴다.
‘얼마 전부터 나는 미래를 향해 책을 읽지 않았다.
미래는 현재보다도 더 빨리 비워지고 헐거워진다.
날리는 꽃잎들의 헐거움,
어떻게 세상을 외우고 가겠는가?
나는 익힌 것을 낯설게 하려고 책을 읽는다.
몇 번이고 되물어 관계들이 헐거워지면
손 털고 우주 뒤편으로 갈 것이다.’

우주 뒤편은
어린 날 숨곤 하던 장독대일 것이다.
노란 꽃다지 땅바닥을 기어
숨은 곳까지 따라오던 공간일 것이다.
노곤한 봄날 술래잡기하다가
따라오지 말라고 꽃다지에게 손짓하며 졸다
문득 깨어 대체 예가 어디지? 두리번거릴 때
금칠(金漆)로 빛나는 세상에 아이들이 모이는
그런 시간일 것이다.

손을 털고 일어서는 그 잠깐의 미련 없음과 청산(淸算). 이 세상 떠나는 날 우리는 가장 아름답게 손을 털고 일어서야 하리. 손 털고 가야할,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우주 뒤편이 ‘어린 날 숨곤 하던 장독대’라니 얼마나 친근한가. 양지바른 곳에 핀 꽃다지에게도 쉿!하고 홀로 숨어들던 장독대. 그 곳서 졸다 깨면 그러나 또 두리번거리게 될까. 낮꿈에 또 서러울까. <문태준 시인>

Arnie(www.awshim.com),
'Missing you'

[http://www.freebgm.net/]에서


프롤로그

1년 전 노랑풍선에서 다녀온 동유럽 여행기를 여행사 홈피에 올려 당첨되는 행운으로 오십마넌짜리 여행상품권을 받았다.
유효기간이 1년이었다.
그 만기일이 3.8.
백수기간에 맞춰 가 볼까 했는데 여의치가 않았고 성수기는 사용을 할 수 없다던가?
시동생보고 가라니 간다고 했다 도로 상품권이 돌아오고, 친구랑 같이 중국 간다던 남푠도 자리가 없어 못가고...
이래 저래 내가 가야 하나보다.

2월 마라톤날 빼야 하고 출근하는 날 빼고...
여행지는 앙콜왓트를 가려 했는데 빈 자리가 없단다.
중국은 가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중국 밖에 갈 곳이 없었다.
정말이지 즐거워야 할 여행이 그냥 썩히자니 아까워 가게 되었다.

서안-장가계-원가계-상해
북경쪽은 두번이나 갔으니 또 가고 싶지는 않다.
헌데 중국 여행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먼지 뿌옇게 앉은 풍경들, 그리고 바가지 상혼들...
호텔의 쾌적함은 인도 여행 덕분에 별로 신경은 안 쓰인다.

여행 가기 전날 전화가 왔다.
혼자 가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 다행히 싱글  Charge는 안 물린단다.
독방 쓰게 생겼네. 이 나이네 누굴 파트너로 준들 4일 밤 못 지내랴 생각했구만...
아무튼 솔개 노래가사처럼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있나, 나르는 솔개처럼...'의 솔개가 함 되어 보려고 한다.


2.25(토) 맑음

8시까지 공항으로 오라고 한다.
공항리무진을 타고 배낭을 메고 간다.
공항에서 여행사 관계자를 만나 비행기표, 여권사본을 받았다.
우리 바로 옆 우리와 같은 코스로 가는 다른 여행사 사람들 가득하다.
한국사람들이 다 먹여 살린다더니 그 말이 맞는것 같다.

짐 부치고 수속을 받고 들어갔다.
10:30 아시아나인데 면세점 구경할 시간도 거의 없다.
여자들은 대부분 화장품 코너에 많이들 모여있다.

 
우리 앞줄의 중국인 부부와 아기. 울다가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빵긋 웃는다. 유모차 비슷한 보조석을 설치해 준다. 역시 아시아나가 기내 서비스는 최고인것 같다.

비행기를 타니 내 자리는 창가쪽이다.
내 옆자리 사람이 일행과 떨어졌는데 바꿔주기도 좀 그래서 그냥 갔다.
장거리도 아니니...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안

졸다 기내식 먹고 나니 어느덧 도착이다.
하늘에서 보는 서안의 모습은 군데군데 푸릇푸릇하네?
서안공항 작다더니 생각보다는 크다.
아무튼 단체비자인 관계로 줄줄이 번호대로 서서 입국신고를 한다.
우리팀인 노부부, 조류독감 방지를 위해 써야하는 신고서를 기내에서 안 줬다.
젊은언니 왈, 나이 먹었다고 안 주었나보네? 외교관 출신인데.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
이 언니 검은 모자 쓴 모습 심상치 않다. 등산복 차림의 젊은오빠도 만만치 않아 보이고...


서안 공항에서 버스 기다리며

나가니 현지 가이드 김송철씨가 노랑풍선 종이를 들고 서 있다.
공항 화장실, 무쟈게 깨끗하다. 밖에 휴지도 있다.
기내식을 먹었는데 간단한 점심을 또 한번 먹어야 한단다.
22명에 비해 넓은 버스를 타고 차로 이동.
세 테이블에 나누어 앉아서 먹는다.
배는 안 고프지만 일단 줄때 먹어야 하니 먹어두는데 전반적으로 음식이 다 짜다.


명대성벽

식사를 하고 명대성벽을 보러 간다.
이곳 서안은 산이 없단다. 관중평야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초한지의 황우와 유방이 전투도 이곳이 배경이고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100만대군과 싸운 곳이 이곳이란다.
그리고 황토고원이 황사의 주범이라고 한다.
황사 자체는 건강에 해가 없는데 공해물질과 만나 우리나라에 올때는 건강에 치명적인 독소가 되는거다.


서안 가이드 김송철씨

명대 성벽에 도착.
성벽 바깥에는 해자를 파 놓았다.
철옹성이란 말도 이곳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규모가 큰데 큰 감명은 없다.




성벽 주변의 해자의 모습



이곳에 갇히면 빠져 나갈 수가 없어 철옹성이라던가?



이 여행의 고문관이 되 버린 나

우리팀은 가족 13명, 2인 녀자, 2인 남자, 부부 2팀, 그리고 나.
혼자 온 날 보고 여행을 무쟈게 좋아하나 보다고 한다. 때로는 여행을 무지 많이 다닌 사람으로 오해를 한다.
인간성이 나빠 어쩔 수 없이 혼자 갔구만..


자은사와 대안탑

성벽을 보고 자은사로 이동.
이곳은 당고종이 어머니를 위해 지은 절인데 자은사에 있는 대안탑은 현장법사가 서역에서 가져온 불교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법당 앞에서


대안탑의 위용

이곳에 올라가면 서안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따로 표를 끊어야 한다.
이곳에 올라가보고 싶어하니 여기 올라갔다오면 장가계 가는데 지장있다고 가이드가 겁을 준다.
아무튼 대안탑은 자은사 어디에서도 보일만큼 위압적이다.
큰 지진이 나서 약간 한쪽으로 기울었다.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자은사 앞에서 연을 날리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자은사 앞의 귀롱나무. 이 나무가 곳곳에 많이 심어져 있다. 귀신을 쫓는 다던가?


연을 날리는 이유는 관광객 볼거라도 제공하고 아울러 판촉을 촉진하고자라나?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찻집에 들려 차를 시음하고 판매를 하는 곳인데 오늘 설명을 맡은 아가씨가 처음이라는데 어찌나 떠는지 같이 온 자매 삼총사 언니들이 안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헌데 대부분 집에 먹지도 않는 차를 쌓아둔 지라 살 사람이 없는것 같다.

오늘 저녁은 식사를 잘 못하는것 같아 한국식당으로 간단다.
가는 길에 가이드가 설명한 섬서성.
인구 3500만으로 한반도보다 조금 작고 가장 내륙으로 내륙기후라고 한다.
강우량이 500~700으로 벼농사를 못 짓는단다.
겨우내 밀을 심어놓으면 봄이 되어 밀이 자라 6월에 수확을 하고 옥수수를 심어 9월에 수확하는 이모작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의 주식은 면이라고 한다.
그 옛날에는 강수량도 많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차 시음장

이곳 서안은 무덤이 72기가 있는 고대도읍지로 경주와 자매시라고 한다.
규모로는 중국 10대 도시에 속하고 6개 고대 도읍지 중 제일 오래 되었다고 한다. (북경, 남경, 개봉, 낙양, 항주, 서안)
세계 5대 도읍지에도 든단다.(로마, 아테네, 카이로, 이스탄불, 서안)
특히나 당나라 시절에는 실크로드의 종착점으로 세계적으로 번화했던 곳이다.

한국사람이 하는 식당에서 삼겹살에 김치찌개로 저녁을 잘 먹었다.
역시나 넘의 나라 나오면 내나라 음식이 새삼 그리운가보다.
가족을 뺀 우리 9명은 자연 함께 모여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중 혼자 온 난 그야말로 여러사람에게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는체를 할 수도 없고 모르는척 하자니 좀 그렇고...
나도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고.
젊은오빠가 술을 하나 사서 한잔씩 돌린다.
소위 빼갈인가보다. 한잔 마시라고 해서 걍 마셨다.
엄청 쓰다.

식당앞에 군고무마를 판다.
한국돈 1000원어치 사서 나누어 주는데 맛있네?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남자팀이 공연을 보고 간단다.
그래서 나도 보겠노라 하니 젊은오빠 부부가 당신도 가신단다. 무용을 하시나보다.
어쩐지...
뒤늦게 여자팀도 함께 가게 되 7명은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호텔로 가고...
가이드가 우리 자리를 잡아주고 호텔 갔다 도로 데릴러 온단다.
당나라 시대 공연이라는데 1인당 30불이다.
요즘은 비수기라 공연이 좀 약하고 성수기에는 공연도 더 화려하고 값도 좀 비싼 공연이 있다고 한다.



노래와 춤을 교대로 보여준다. 중국 특유의 구질함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을 의식한 비교적 럭셔리 한 분위기의 의상과 무대장치다. 공연도 그만하면 수준급인것 같다.
이곳에 오니 서양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문제는 개나 소나 다들 디카를 들고 있어 찍느라 바빠 막상 공연을 제대로 구경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것 같다.
나도 몇장 찍다 집어 치우고 그냥 봤다.


당태종과 양귀비가 배경인것 같다.

가이드와 함께 택시 두대에 나누어 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숙소는 생각보다 아주 깔끔하고 드라이어까지 있다.
넘의 나라에서의 하루가 지나고 있다...

'먼나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안에서 상해까지 3 (2/27)  (0) 2006.03.15
서안에서 상해까지 2 (2/26)  (0) 2006.03.13
동유럽 여행기 10(그 마지막)  (0) 2005.02.09
동유럽 여행기9(1/4)  (0) 2005.02.09
동유럽여행기8 (1/3)  (0) 200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