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서안에서 상해까지 3 (2/27)

산무수리 2006. 3. 15. 08:41

'여백'- 도종환(1954~ )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빼곡한 숲처럼 정글처럼 살지 말자. 털어내고 덜어내어 공백을 가슴속에 만들자. 항아리의 오목한 허공도 좋다. 백지(白紙)여도 좋다. 나의 빈 곳으로 언제든 당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태준 시인>


1년에 한, 두번 올까말까 한 눈이 내린날

이 호텔에서 2박을 한다. 저녁에 자기 전 바지까지 빨아 널어 놓았다.
일단 빨래를 해서 큰 타월로 물을 일단 한번 흡수하면 양말 정도는 하루면 마른다. 바지도 많이 말라 있었다.
식사를 하는데 역시나 부실하다.
먹는게 남는거니까 열씨미 먹었다. 오늘은 짐을 두고 다녀도 좋은 날.
문제는 날씨가 찌부등하고 바람이 차다.
날이 좋게 해 달라고 기도를 많이 하라던 가이드의 말이 무색하다.
이러면 관광에 차질이 생기는건 아닐까?
3년 전 태산에서도 눈 때문에 차가 못 다녀 결국 태산을 못 올라갔는데...

일단 춥지 않게 황룡동굴을 구경한단다.
차 안에 아가씨 한명이 동승한다. 비디오도 찍어주고 사진도 찍어준단다. 그리고 우리가 떠나기 전 희망자에게 사진, 비디오를 편집해서 준다던가?
사진은 한장에 2천원, 비디오나  CD는 2만원이란다.
우리가 못 본 다른 계절의 장가계, 원가계까지 넣어 편집을 해 준단다.
거의 모든 사람이 디카를 소지한 이 마당에 과연 장사가 되려나?

가는 차창에서 백편계곡을 내다보는것도 코스 중에 하나란다. 웃긴다...
황룡동굴 관광을 위해 차를 내리려는 순간 비가 쏟아진다.
내릴 엄두가 안난다.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천원씩 우산 하나씩 사 들고 황룡동굴을 향해서 간다.
둘째언니가 계단을 올라가다 넘어졌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 큰언니는 여태 잘 다니시더니 겁난다고 동굴관광을 안하신단다. 가슴이 답답하시단다.
 
 
동굴입구의 전통의상을 입은 고산족인 토가족 안내원과 우리 가이드

일단 동굴로 들어가 배를 타고 건너간다. 큰언니는 배에서 내리지 않고 도로 돌아가 기다리기로 했다.
동굴 속은 다행히 춥지 않다. 아니, 덥기까지 하다.
걸어서 1층에서 4층까지 돌아보면 처음 들어온 배를 탄 입구까지 돌아내려올 수 있다.
우리팀이 빨리 서둘러 온 줄 알았는데 여기도 군데군데 정체다. 서로 겹치지 않게 설명을 잘 해야 한다.

 

아시아 최대 종유동굴이라는데 규모가 큰거에 놀라기 보다는 이런 자연을 개발(!)해 관광상품화 한 그 상혼이 더 놀랍다. 이 큰 동굴의 계단을 대리석처럼 잘 닦아 놓았다.
계단, 난간을 어찌나 잘 만들어 놓았는지 우리나라의 어설픈 철사다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100년은 끄떡없이 사용할 수 있을것 같다.
아무튼 징한 나라고 징한 민족이다.

 

별다른 감흥은 없다. 석순, 석주 등이 자라려면 수천만년이 흘러야 한다지만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우리 인간에게 그야말로 아득한 이야기일 뿐이다.
도로 나오니 다행히 비는 그친것 같다.

다음 코스는 천자산인데 천자산을 가기 전 밥을 먹으면 많이 밀릴것 같다고 천자산 올라가 밥을 먹는단다. 산 꼭대기에 식당이 있나?
천자산 가기 전 진주공장에 들리는 코스가 있다.
이 가이드는 사정조로 옵션 쇼핑에 대해 말을 한다. 헌데 말투는 사정조지만 내용은 결국 우리는 다 볼모 신세이다.
자기가 사인을 할때까지 나오면 안된다고 한다.

살 물건도 없는데 무작정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게 얼마나 힘이든지 새삼스럽다.
관광을 위한 쇼핑인지 쇼핑을 위한 관광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자유롭게 드나드는게 아니라 한 팀이 들어오면 일제히 불을 켜고 판매원들이 매달려 있다 나가면 불을 꺼 버리는 이상한 분위기라 더 그런 생각이 드는것 같다.
여기서도 천자옥을 파는데 서안보다 비싸다고 흐뭇해 하는 젊은언니...

우리팀은 한, 두명이 나가니 다 쫓아 나가버리니 비가 내린다. 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우리가 너무 빨리 나와 가이드가 벌금을 내야 한다나?
이 말을 들은 세자매는 괜히 미안해 하며 다음에 는 시키는대로 잘 한단다.
거 참 이상한 관광도 다 있다.

 
이 쇼핑센터에도 식당이 있는데 한팀이 식사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어수선하다...(창밖에서 들여다 보는 난 더 궁상스러웠을까?)

왜 중국여행은 여행객들을 우아하게 놔두질 않는건가?
아니면 우리들이 중국만 오면 개떼들처럼 몰려 다니고 먹는데 목숨 걸게 만드는걸까?
10명이 한 테이블에 돌아앉아 먹어 4명이 한 테이블에 비해 자연 어수선해 보이는 걸까?
더구나 이 관광상품 대부분이 지방에서 올라온 어르신들이 많다.
몇몇 분들은 현지인보다 더 컨추리 하다.
자연 음식도 입에 안 맞아서인지 사발면에 고추장에 소주까지 동원되고 배 고픈걸 못 참아서이기도 하고 덜어먹는 문화가 아닌지라 음식도 막 흘리면서 먹게되고 아무튼 우리가 봐도 참 거시기 하다.

남이 가면 나도 가 봐야하는 장가계,원가계.
헌데 걷는 코스도 많아 연로한 분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코스인데..
하긴 국민스포츠인 등산이 생활화 해서인지 관광객의 태반은 등산복 패션이긴 했다.

서안도 좀 그랬지만 장가계에는 한국지폐가 거의 공식 화폐이다. 환전을 해 오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이곳의 또 하나의 화폐로 사용되고 있었다.
가기 전 천원짜리로 바꿔가라 했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니 만원짜리를 더 대접해 준다. 환전할 때도 만원을 조금 더 쳐 준다던가? 아마도 부피 때문인것 같다.

천자산 관광을 위해 버스를 타고 갔다. 계속 뭔가 내리는게 이게 산에 가면 눈이 될것 같다.
불안하다...
일단 버스를 내려 매표를 하고 표에 자기 지문까지 인식을 해서-재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란다-입장을 했다.
그리고 버스를 다시 타고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올라간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비가 내려 뿌옇게 흐려있어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튼 대단하다.
박씨댁 똘똘한 며느리가 케이블카가 삐그덕 댈때마다 무서워 어쩔줄을 모른다. 오히려 이모님들은 씩씩하게 찬송가를 부르시네?

 
케이블카를 타고...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차도

여기 뿐이 아니라 태산, 황산 등도 다 케이블카를 설치한 징한 인간들.
남의 나라 인간들이 밟는게 아까워서 일까 아니면 걷지 않아야 개나 소나 다 올 수 있어서 일까?
좌우지간 관광객을 무더기로 받는 이 나라.

케이블카를 내려서 다시 미니 버스를 탄다는데 이젠 확실히 눈으로 바뀐 덕분에 차가 운행을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20여분 걸어 내려가야 한단다.
이곳에서 짚신을 천원에 팔고 있었다. 간혹 신발이 미끄러운 사람들은 이 짚신을 사서 신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이 드는 가마와  썰매도 있어 타라고 호객을 한다.
탈때는 천원이라고 하지만 막상 타면 중간까지만 가고 돈을 더 달라고 하고 팁을 주면 또 더 달라고 한단다.
큰 언니가 탔는데 가마 드는 사람이 어찌나 힘들어 하는지 팁을 후하게 줬는데도 더 달라고 했단다.

 
바람불어 잠깐씩 보여주기...

걸어간 곳에서하룡공원, 어필봉, 선녀헌화, 천대서해 등을 봐야 하나본데 아무것도 안 보이고 차량도 운행을 못한다며 한팀은 도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단다.
원래는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가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가계로 가는거라나 뭐라나?
아무것도 못 볼것 같다.

일단 하룡공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허술해 보이는데 한식 부페인데 생각보다 맛이 좋네?
다들 배가 너무 고파 정말이지 많이 먹었다.
믹스 커피도 5백원이다. 커피까지 풀코스로 먹고나니 좀 살것 같다.
신발 부실한 사람들은 이미 눈에 신발이 젖어 버렸다.
추우니 식당 난로가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어째야 하는건가...

다행히 차가 운행을 한단다.
헌데 위험한데 원가계를 가자는 사람과 말자는 사람의 두편으로 나뉘어지네?
반반이네?
젊은애들이 더 삶에 애착이 크네?
그나마 관광하려면 체인한 차를 기다려야 하는데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서 포기하고 도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우산쓰고 되돌아아기...

그나마 바람이 불어 구름이 걷히면서 살짝 풍경을 보여주는데 바위가 정말이지 크고 멋있긴 한데 열대기후라 주변 식물은 지저분하게 말라 있어서 설악산 풍경에 비하면 그야말로 뭔가 찌꺼기 같은게 있다.
설악산도 외국인한테 개방하면 어떨까 잠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우리 등산객만 가도 관광철에는 몸살인데 외국사람까지 오면 그야말로 체증때문에 안되겠다. 그냥 우리끼리만 소문내지 말고 즐겨야 겠다.
케이블카고 뭐고 설치하지 말아야 그나마 사람이 덜 오지 싶다.
아니면 아예 등반용, 관광용 산으로 분류를 해 개발을 하던지......

 
천자산 삭도 기념비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데 올라갈 때 보다는 덜 무섭다.
내려오니 비로소 눈이 좀 그친것 같다.
정말이지 날씨가 안 도와준다.

다시 버스를 타러 가는데 오렌지인지 귤을 사라고 쫓아 다닌다.
헌데 패밀리네 큰사위와 아들이 아주 짠돌이인가보다. 사 달라고  두 사람을 쫓아 다니는 애들을 본 며느리 왈, 사람 잘못 골랐다고 하네...

이젠 십리화랑을 간단다.
이곳은 모노레일을 타고 갔다 걸어오기도 하나본데 우린 왕복 다 타고 간단다. 하긴 미끄러운날 걸어가다 넘어지면 그것도 골치지 싶다.
가는 곳 경치가 화랑처럼 아름답다는데 천자산 풍경과 대동소이하다.
여기저기 하르방 전설 등을 바위 모양에 맞추어 만들어 놓고 설명을 그럴듯 하게 해 주는데 자리를 잘못 잡아 보이지 않네?

 
세자매 봉우리를 배경으로 선 세자매. 78,70, 65라나?

모노레일 내려 잠시 서서 사진찍고 구경하다 도로 모노레일을 타고오는 단조로운 코스다.
설경이 멋지다지만 설경이야 내 나라에서도 싫컷 수 있는건데 제대로 보질 못해 아쉽다.

 
모노레일

 
십리화랑 안내판

이젠 차를 타고 금편계곡 입구에서 잠시 구경만 한단다.
지친 몇명은 구경도 싫단다.
아무튼 차를 타고 몇명만 내려서 그나마 금편계곡 구경을 하고 가족팀 대부분은 식당에서 기다린단다.

 
사진찍는 자리인가보다...

 

 
금편계곡 입구

금푠계곡이라도 좀 걸어가 보고 싶지만 자유시간도 거의 없는것 같다 그냥 초입만 보았다.
태산 관광 갔을때도 하도 아쉬워 자유시간에 걸어 올라갔다가 5분 늦어 여러사람 기다리게 한 경험이 있었다. 더구나 30분 올라가봐야 결국은 계단 밖에 못 보았다.
날씨 좋을때 오면 이곳이 천자산보다 나을것 같다.

 
금편계곡에서

 
식당에서 기다리는 가족들...

이곳 식당에서는 한국  TV 프로그램 비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다.
라면도 끓여서 판다.
한국사람이 얼마나 많이 오나 짐작이 간다.
신발 젖은 모녀는 이곳에서 실내화 같은 운동화를 2천원에 사서 갈아신었다. 그 위에 비닐 덧버선까지 신고...

다 모여 이번엔 장가계 약품 연구소라나, 동인당 지부라나 하는 곳에 간단다.
무료로 진맥을 해 주고 필요한 사람을 약도 살 수 있단다.
한 방에 들어가니 의사가 몇명이 들어와 진맥을 하는데 대개 별 관심이 없다.
조수로 보이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 지압을 해 준단다. 이 지압이 괜찮으니 받아 보라고 해서 받아봤는데 그럭저럭 시원했다.
물론 팁 3천원을 지불 해야 했고...

 
진맥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매상을 전혀 못 올렸다...

그래도 젊은오빠는 진맥하니 건강하다고 약 먹을 필요 없다고 했단다.
양심적인 의사인가?
큰언니가 진맥을 받더니 혈압이 높다고 했단다. 혈압약을 먹고 있다 하니 몸에 안 좋다고 생약성분이라며 자기네 약을 먹으라고 하나보다.
헌데 이 집 패밀리에 의료인이 있나보다. 약값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한달분이 15만원 이라나?
예전에 비하면 값이 많이 내린것 같다는 사람들의 의견들이다.
똑똑한체 한 젊은오빠네 관계자도 혹해서 중국에 와 백만원 가까이 약을 지어 간 사람도 있다더구만...
몸이 아프면 자연 마음이 약해져서 쉽게 넘어가는것 같다.

 
다들 지압만 받았다

이젠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간단다. 발 마사지는 태국에서만 하는줄 알았더니 아닌가보다.
넓은 18인용 방에 우리팀 대부분이 누웠다.
남자는 녀자가, 녀자는 남자가 발 마사지를 해 준다.
젊은 언니 말쌈이 그래야 기를 받는다네?
물론 난 청춘이 해 준다.
하면서 아파요? 하는데 뭔 소린가 했다.
아니라고 하면 더 세게? 한다.

 
발 마사지를 기다리며...

말로는 발 마사지인데 발끝부터 머리까지 몸통 앞부분 빼고는 다 마사지를 해 주는것 같다.
동인당에서 받은 지압보다 훨씬 낫다. 괜치 지압 받았다 싶다.
특히 뒤에서 무릎으로 허리를 쳐 주는데 정말 시원하다.
팁을 5불씩 주라고 되 있다.

발이 호강을 하고 도로 시내로 차를 타고 와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맛이 좋다.
솜씨가 좋아 이쪽에 식당을 와서 하라고 해서 불러온 사람이란다.
아무튼 고기 빼고는 리필이 된다. 다들 배 부르게 많이 먹었다.
식사를 하고 호텔로 이동.
내일은 관광은 짧고 상해로 가는 비행기편을 못 구해 장사까지 버스로 4시간 가야 한단다.
3일이 지나고 있네...
부지런한 동업자네는 밤에 나가 술도 사 마시고 했다는데 기운이 장사인가보다.
구경만 해도 지치고 시간도 늦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