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 적응산행 (삼각산, 2/6) ‘그리움’ - 이용악(1914 ~ 1971)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 산행기/2010산행기 2010.02.08
예천에서 둘쨋 날 (예천 매봉 가기, 1/24) ‘글쓰기’-정현종(1939~ ) 뭘 하느냐구요? 빛을 만들고 있어요. 어두워서, 자칫하면 어두워지니까. 나의 안팎 자칫하면 어두워지니까. 나는 이런 시가 좋다. 배후 없는 것들. 종교고 철학이고 지성이고 혁명이고 나발이고 그런 아무 뒷배 없이 뛰노는 시. 그래도 문화의 심급이 되는 시. 밝은 햇살 아래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2.02
예천에서 1박2일을 찍다 (1/23~24) ‘역(驛)’-김승기(1960∼ )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 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기적이 운다 꿈속까지 따라와 서성댄다 세상은 다시 모두 역(驛)일 뿐이다 희미한 불빛 아래 비켜가는 차창을 바라보다가 가파른 속도에 지친 눈길 겨우 기댄다 잎사귀 하나 기.. 산행기/2010산행기 2010.02.02
당나귀와 금호남정맥 2구간 가기 (밀목재-차고개, 1/17) ‘그림자를 태우다’ -서상만(1941~ ) 한 생(生)이 짐을 내릴 때다. 서서히 사라지는 빛과 그림자. 세월의 손때 훌훌 털어버린 부재의 끝으로 휘리릭-연기처럼 누가 데려가 버렸다. 생각의 끝 빛도 그림자도 사라져간다. 손때 털어버리면 한 세월의 영욕(榮辱)도 사라져버릴 것을. 겨울 짧은 햇살, 흰눈 위.. 산행기/2010산행기 2010.01.20
덕유산 야영을 염두에 두었으나... (1/8~10) ‘호랑이 발자국’ 손택수(1970 ~ ) 가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해마다 눈이 내리면 호랑이 발자국과 모양새가 똑같은 신발에 장갑을 끼고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지대 어디를 엉금엉금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눈 그친 눈길을 얼마쯤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눈이 내리는 곳 그쯤에서 행적을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1.14
금남호남정맥으로 2010년을 열다 (영취산-밀목재, 1/3) '지나가다’ - 김생수(1955~ ) 대숲에 휘날리는 눈발 검은머리도 흰머리도 지나가다 꽃잎도 낙엽도 언덕도 벌판도 달밤도 별밤도 지나가다 모든 지나간 것들이 처음부터 다시 지나가다 대숲에 몰아치는 눈보라 혜숙이도 금자도 지나가다 모든 형상 있는 것들이 형상 없는 것들이 태어난 것들이 죽은 것.. 산행기/2010산행기 201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