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맞장 뜬 금남정맥 (백령고개-배티재, 5/16 ‘당신은 상추쌈을 무척 좋아 하나요’-유용주(1960~ ) 보약을 먹어도 시원찮을 여름, 나무와 시멘트와 온갖 잡동사니 먼지에 땀 쌈장을 만들어 볼이 터지도록 눈을 뒤집어 까며 시어머니, 삶이라는 시어머니 앞에서 훌러덩 치마 깔고 퍼질러 앉아 불경스럽게 불경스럽게…… 언젠가 내 너의 머리카락.. 산행기/2010산행기 2010.05.17
우리의 날 영등회 수락산 가기 (5/15) 세상의 나무들 - 정현종(1939~ )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 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 산행기/2010산행기 2010.05.17
친구 어머니도 뵙고 진달래도 만나고.. (비슬산. 5/9)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개화와 낙화의 과정을 떨면서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5.12
히대장 팬클럽 박산행 (주금산, 5/4~5) 5월 -김영랑(1903~50)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도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5.06
여름같은 5월, 금남정맥을 걷다 (무릉리- 백령고개, 5/2) 장수막걸리를 찬양함 - 박찬일(1956~ ) 거울은 빈털터리다 우주도 빈털터리다 우주라는 말도 빈털터리다 빈털터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가 맛있다 술 마시러 가는 차 안에서 어눌해서 더 유명한 시인이 이 시를 보여줬다. “이 친구 시 어떠신가?”고. “아, 거 술맛 한번 진짜로 당.. 산행기/2010산행기 2010.05.03
오합지졸 - 삼합끼리 삼각산으로 (5/1) 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1970~ )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 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 산행기/2010산행기 2010.05.03
우중 진달래 산행 (삼각산 영봉, 4/28) 물의 꽃 - 정호승(1950∼ ) 강물 위에 퍼붓는 소나기가 물의 꽃이라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물의 꽃잎이라면 엄마처럼 섬 기슭을 쓰다듬는 하얀 파도의 물줄기가 물의 백합이라면 저 잔잔한 강물의 물결이 물의 장미라면 저 거리의 분수가 물의 벚꽃이라면 그래도 낙화할 때를 아는 모든 인간의 눈.. 산행기/2010산행기 2010.05.01
일월산악회와 삼각산을 가다 (4/24) 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 최하림 (1939 ~ ) 문호리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산(雅山) 선생님이 보내주신 매화가 연 이태 눈을 틔운 것으로 그치더니 올해는 동지를 앞두고 꽃들이 활짝 피었다 향기가 복도로 퍼져나갔다 아내는 층계참에 쭈그려 앉고 나는 창가에 앉았다 바람이 부는지 창..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25
진달래 꽃이 피고있습니다~ (강화 고려산, 4/22) 바다의 성분 - 허만하(1932 ∼ ) 최초의 인간이 흘렸던 한 방울 눈물 안에 모든 시대의 슬픔이 녹아 있듯 바다에는 소금이 녹아 있다. 뺨을 흘러내리는 최초의 한 방울이 머금고 있었던 가장 순결한 푸름. 바람이 불타는 누런 보리밭에서 낫질하는 사람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방울 안에 바다가 있다. 낯선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22
봄 찾아 금남정맥 가기 (피암목재-무릉리, 4/18) 민들레 -정병근(1962∼ ) 영문도 모르는 눈망울들이 에미 애비도 모르는 고아들이 담벼락 밑에 쪼르르 앉아 있다 애가 애를 배기 좋은 봄날 햇빛 한줌씩 먹은 계집아이들이 입덧을 하고 있다 한순간에 백발이 되어버릴 철없는 엄마들이 어디서 온 꼬맹이들일까. 얼굴만 갸웃한 노란 민들레꽃들이 담벼..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