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만나러 삼각산에 갔으나... (4/17) 소 - 김종길 (1926~ ) 네 커다란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 내가 있고나.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그시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고나. 어진 이의 심성은 너그럽고 부드러우며 마냥 착한 탓에 어리숭해 보이기까지 한다. 소야말로 우직한 모습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20
원미동 진달래 찾으러 가기 (원미산, 4/17) ‘바람꽃’-송기원(1947~ ) 단 하나 부족하여 너를 더듬게 하던 것이, 단 하나 부족하여 너를 등지게 하던 것이, 단 하나 부족하여 너를… 머물러 움켜쥘 수 없는 안타까운 아름다움이 바람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데. 지난여름 설악산 봉정암에 오르는 바람맞이 능선에서 실제로 그 꽃을 보았네...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17
천안 광덕산 찍고 집으로 (4/11) 삶 - 고은(1933∼ )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14
길 떠났는데 비가.... (4/10~11, 내변산) 난간 - 조원규(1963∼ ) 난간이란 것에는 아득한 두근거림이 배어 있다 밤과 낮 쉼 없이 바깥이 흘러오고 부딪고 또 밖을 속삭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 난간들을 만져보려고 나는 무슨 말도 못하면서 적막해져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온 세상과 사람이 난간인 것을 안다 난간 너머엔 부는 바람결 속에 난간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13
기념일에 계룡산 가기 (4/7) 강ㅅ가 - 이용악(1914∼1971) 아들이 나오는 올겨울엔, 걸어서라두 청진으로 가리란다 높은 벽돌담 밑에 섰다가 세 해나 못 본 아들을 찾어 오리란다 그 늙은인 암소 따라 조이밭 저쪽에 사라지고 어느 길손이 밥 지은 자쵠지 끄슬은 돌 두어 개 시름겨웁다 혹시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힌 아들을 슬하..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09
이젠 금남정맥으로... (보룡고개-피암목재, 4/4) 기억 저편 - 윤성택(1972∼ ) 한 사람이 나무로 떠났지만 그 뒷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떠난 그였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떠난 그가 남긴 유품을 새벽에 깨어 천천히 만져보는 기분, 길을 뒤돌아보면 그를 어느 나무에선가 놓친 것도 같..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09
오합지졸이 1일 2산을? (아차-용마산, 4/3) 냉이꽃 -이근배(1940~ )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 산행기/2010산행기 2010.04.05
초보와 함께 한 관악산 우중산행 (3/14)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1954∼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3.15
남도의 별매-가학-흑석산을 가다 (3/13) ‘여백’ 조창환(1945 ~ ) 감나무 가지 끝에 빨간 홍시 몇 알 푸른 하늘에서 마른번개를 맞고 있다 새들이 다닌 길은 금세 지워지고 눈부신 적멸(寂滅)만이 바다보다 깊다 저런 기다림은 옥양목 빛이다 칼 빛 오래 삭혀 눈물이 되고 고요 깊이 가라앉아 이슬이 될 때 묵언으로 빚은 등불 꽃눈 틔운다 두 .. 산행기/2010산행기 2010.03.15
금호남 갈림길 넘어 몸보신 까지? (오룡고개-보룡고개, 3/7) 사람들 - 강민숙(1962~ ) 봄은 얼음장 아래에도 있고 보도 블록 밑에도 있고 가슴 속에도 있다 봄을 찾아 얼음장 밑을 들여다보고 보도 블록 아래를 들추어 보고 내 가슴 속을 뒤지어 보아도 봄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버스, 엘리베이터 속에서 나는 봄을 보았다 봄은 사람들이었.. 산행기/2010산행기 201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