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도 하고 두릅도 따고... (영산기맥:장성갈재-방장산-금곡마을, 4/21) 페르소나 -장이지(1976~ ) 동생은 오늘도 일이 없다.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동생 몰래 정리해본 동생의 통장 잔고는 십오만 원. 서른세 살의 무명 배우는 고단하겠구나. 학교에서 맞고 들어온 이십여 년 전의 너처럼 너는 얼굴에 무슨 불룩한 자루 같은 것을 달고 있는데. 슬픔이 인.. 산행기/2019산행 2019.04.23
꽃비 맞으며 안산-인왕산 가기 (4/20) 사랑의 비밀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그대 사랑 절대 말하려 애쓰지 말아요.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 미풍이 불어오듯 조용히, 보이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나는 내 사랑을 말해버렸어요. 고백해버렸어요, 온 마음을 다해 떨면서 차분하게, 무서운 두려움 속에서. 아, 그.. 산행기/2019산행 2019.04.22
새로운 기맥 도전과 시산제 (영산기맥: 대가저수지-입암산-장성갈재, 4/7) 슬픔의 진화 - 심보선(1970~ ) 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 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 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세계여! 영원한 악천후여! 나에게 벼락 같은 모서리를 선사해다오! 설탕이 없었다면 개미는 좀더 커다란 것으로 진화했겠지 이것이 내가 밤새 고민 끝.. 산행기/2019산행 2019.04.07
모락산 가기 (4/6) 연인들 -옥타비오 파스(1914~1998) 풀밭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밀감을 먹는다, 입술을 나눈다 파도와 파도가 거품을 나누듯이. 해변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레몬을 먹는다, 입술을 나눈다 구름과 구름이 거품을 나누듯이. 땅 밑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말이 없다, 입.. 산행기/2019산행 2019.04.06
영화보고 관악산 가기 (3/31) 간단한 부탁 -정현종(1939~) 지구의 한쪽에서 그에 대한 어떤 수식어도 즉시 미사일로 파괴되고 그 어떤 형용사도 즉시 피투성이가 되며 그 어떤 동사도 즉시 참혹하게 정지하는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저녁 먹고 빈들빈들 남녀 두 사람이 동네 상가 꽃집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의 감.. 산행기/2019산행 2019.03.31
미녀삼총사 관악산 가기 (3/24) 돌 -김윤성(1925~2017) 달팽이가 돌 위에 올라앉은 아침 뒷발을 뱀에게 물린 개구리가 버둥대며 마지막 보는 돌 삼분지 일쯤 땅에 묻혀 있는 늘 그날이 그날 같은 돌의 생애 나뭇잎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돌 한 번도 사람 손에 닿아본 적 없는 잡초 속에 호젓이 굴러 있는 돌 (…) 아.. 산행기/2019산행 2019.03.24
한북정맥 일단은 졸업 (공양왕릉-장명산, 3/17) 네모를 향하여 -최승호(1954~) 은행 계단 앞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땡볕에 지쳐 축 늘어져 있다 이 여름 도시에선 모두들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오고 또 죽어가는지 (…) 자라나는 빌딩들의 네모난 유리 속에 갇혀 네모나는 인간의 네모난 사고방식, 그들은 네모난 관 속에 누워서야 비로소 네.. 산행기/2019산행 2019.03.17
한북정맥 눈 밟기 산행 (샘내고개-울대고개, 2/17) 소가죽 구두 -김기택(1957~ ) 비에 젖은 구두 뻑뻑하다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신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구두는 더 힘껏 가죽을 움츠린다 구두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린 적은 없었다 구두주걱으로 구두의 아가리를 억지로 벌려 끝내 구두 안에 발을 집어넣고야 만다 발이 주둥이를 틀어.. 산행기/2019산행 2019.02.18
동계 설악 가기 2 야간 통행 금지 -폴 엘뤼아르(1895~1952) 어쩌란 말인가 문은 감시받고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갇혀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거리는 차단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정복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굶주려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무장 해제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 산행기/2019산행 2019.02.11
동계 설악가기 1 (2/1~2) 섬 비금도(飛禽島) -강기원(1957~ ) 날고 싶은 섬 한 마리가 있다 지느러미 없이 헤엄쳐 가고픈 섬 한 마리가 있다 덫에 걸린 매처럼 때때로 푸드덕거리는 섬 연자맷돌을 메고 비상하려는 섬 일몰의 두근거리는 선홍빛 명사십리 바다도 어쩌지 못하는 섬 한 마리 내 안에 있다 새가 나는 모.. 산행기/2019산행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