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9산행 43

설악대신 청계산으로 (10/2)

박종영 늦더위에 지친 하늘에서 자분자분 비가 내리더니 산이 눈물처럼 파랗습니다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한 애태움이 찡하던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 혼탁한 세상 바라만 보다가 고운 얼굴 다 놓치고 이렇게 비가 와서 파란 들녘에 서면, 저절로 풋나락 냄새 가슴 가득 채워져 울렁거리던 뱃속이 하냥 대견스럽게 얼른 꺼지지 않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고 야속도 합니다 저마다 숨기고 싶은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들춰내기라도 하듯, 누구나 남의 웃음 따라 하는 정이 있으므로 하얀 얼굴 다듬어 웃으라 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마중하며 오늘은 논배미 여문 결실을 지키고 선 찬란한 허수아비와 밥 한 끼 같이하려는데 혼잡한 참새떼가 낯익은 목소리로 날아와 슬쩍, 풍성한 초가을을 훔쳐 달아납니다 양재트럭터미널-옥녀봉-매봉-혈읍재-망경대..

넝쿨과 더위를 벗삼아 걷다 (영산기맥, 용천사길-구봉산-광암마을, 7/21)

<콩국수> 최진연 맷돌에서 나오는 모유(母乳)같은 콩국을 찬 우물물에 타서 삶아 건진 칼국수를 메운 위에 오이채를 얹어 먹는 구수하고 서늘함이 흐르는 땀을 빨아들이고. 말랑거리는 가슴의 어머니 냄새 할머니 어머니 아내의 손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혈맥 같은 그 맛 하얀 오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