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대신 청계산으로 (10/2)
박종영 늦더위에 지친 하늘에서 자분자분 비가 내리더니 산이 눈물처럼 파랗습니다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한 애태움이 찡하던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 혼탁한 세상 바라만 보다가 고운 얼굴 다 놓치고 이렇게 비가 와서 파란 들녘에 서면, 저절로 풋나락 냄새 가슴 가득 채워져 울렁거리던 뱃속이 하냥 대견스럽게 얼른 꺼지지 않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고 야속도 합니다 저마다 숨기고 싶은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들춰내기라도 하듯, 누구나 남의 웃음 따라 하는 정이 있으므로 하얀 얼굴 다듬어 웃으라 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마중하며 오늘은 논배미 여문 결실을 지키고 선 찬란한 허수아비와 밥 한 끼 같이하려는데 혼잡한 참새떼가 낯익은 목소리로 날아와 슬쩍, 풍성한 초가을을 훔쳐 달아납니다 양재트럭터미널-옥녀봉-매봉-혈읍재-망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