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실크로드를 가다 (인천~돈황, 7/28~8/4)

산무수리 2007. 8. 7. 23:40
 ‘난(蘭)’ -박목월(1916~78)


이맘쯤에서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

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초를 기르듯

마음에 애틋하게 버린 것에서

미소로 살아나고/잎을 피우고,

그리고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그윽이 향기를/머금고 싶다.


 문예지가 없었던 1954년 다음해 정월 ‘현대문학’ 창간호에 실린 목월 시다. 목차를 보니 서정주·유치환·김현승·김용호·박남수, 그리고 마지막에 박목월이 나온다. 52년 된 바스러지는 옛 문예지 속에서 작고한 시인들의 시를 보니 감회가 깊다. 이때 목월 나이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목월은 벌써 하직하고 싶어했다. 고단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고형렬·시인>

 

7.28(토)

-인천공항에서 란주가기

실크로드는 천산남로와 천산북로로 나누어 진다고 한다. 천산북로는 신장 위구르~터키로 이어지는 루트이고 천산남로는 카슈카르~타클라흐칸 사막을 잇는 파키스탄 남쪽 루트라고 한다.
이번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서안~우루무치까지 여정 중 서안이 빠진 란주~우루무치의 초보자 코스다. 즉 중국이다.
사실 중국여행이라 별로 내키진 않았다. 헌데 멤버 좋을때, 시간 맞을때 여행은 가는게 좋을것 같아 산이슬과 함께 하기로했다.

산이슬 여행가방을 보니 의상 컨셉이 장난이 아니다. 등산복은 거의 안 보이고 거의 여행모드의 우아한 패션. 한 팀이니 흉내는 내야할것 같아 옷 선택에 고민 많이 했다. 고민해 봐야 결국은 등산복 티 덜나는 등산복에 약간 우아모드 한벌. 샌달을 신고 다닐거니 양말은 운동할 때 신을것만 챙기면 될것 같고 운동화와 잠옷과 운동 겸용 옷을 챙겼다.

아침을 일찍 먹고 공항리무진을 타고 일찌감치 인천공항에 도착.
우리팀 인솔자를 보니 한숨난다. 거기다 함께 할 팀들이 한가족과 동네 계모임같은 남정네들과 마눌로 보이는 여자 한명. 가이드는 우리를 보더니 표정이 환해진다. 희소성의 원칙인것 같다.
아무튼 13명에 여자는 네명. 우리끼리 잘 살아야 할듯....

-북경까지는 잘 갔는데....

우리가 이용한 중국남방항공은 우려와는 달리 제시간이 뜨고 기내식도 김치가 곁들인 밥에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산이슬과 자리가 떨어져 바꿔보려고 했으니 내 옆자리 강남오마니가 자기네 세가족도 다 뿔뿔히라며 일언지하에 거절. 왼쪽 롱다리 남자는 타자마자 자더니 기내식도 챙겨주어야 했다. 먹자마자 또 자고...
우리팀 일행으로 보이는데 여행사 유인물을 보고있는 날 보더니 같은 팀이냐고 반색을 한다. 나이는 그중 젊어보이기는 하는데 좀 얼빵해 보였다.
이 팀은 7명의 직장동료에 한명만 마눌을 동행. 헌데 다 경상도 사투리다. 산이슬까지 9명이 경상도 말을 쓴다. 가이드도 그쪽 사람이라나?

북경에 내렸고 무사히 입국을 했고 나와 북경 현지가이드를 만났고 란주가는 국내선 타는곳을 안내하고 북경 가이드와 헤어졌다.



 
국내선 대기하며...

 
여산 동생을 보다?

헌데 보딩을 할 생각을 안한다. 좀 늦어지나 했다. 헌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이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모른단다. 일단 호텔로 가서 쉬고 있으라고 한다.영문도 모르고 비행기 기다리던 승객들은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
방 배정을 받고 늦은 저녁을 30분 후 준비되어 급하게 준비된 부족한 듯한 저녁을 먹게되니 다들 허기진데다 불안한 심정에 과식을 하게 되었다. 일단 배는 부르고 막간을 이용해 밖에 나가보니 호텔 바로 옆 야외수영장이 있고 두세명이 야간수영을 하고 한쪽엔 영화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식당이다.
중국 수영복은 원피스 빤쥬가 사각모양인게 우리 수영복이랑 틀렸다.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이유가 기내식을 싣고 오던 차가 비행기를 들이 받았단다. 안전 점검을 해야 하는데 밤 10시나 되야 안전점검 요원이 온단다.

불안한 채로 어정쩡하게 잠이 들었다. 기방은 비행기에 실은지라 씻을 수도 없고...
잠을 자는데 인터폰. 아마도 비행기가 뜬다고 내려오라는것 같다. 눈치로 내려와보니 다들 뛰쳐 나왔다. 그러더니 한사람에 200위안씩 나누어 준다. 늦게 출발한 위로금인것 같다.
새삼 중국이 달라졌다는걸 실감하였다.
돈 받고 버스타고 비행기 타고 출발하니 새벽2시. 2시간 반 정도 날아 란주에 도착하니 새벽.
가이드 만나 버스를 타고 일단 숙소로 이동. 7시 모닝콜이라고 한다.
일단 씻고 잤다.

7/29 (일)

-란주 관광하기


여행의 첫날

감숙성의 성도인 란주. 서안과 서역을 연결하는 기점이자 황하의 출발지라고 한다.
호텔은 시설이 좋은데 2시간 밖에 이용을 못하는데 정말 아쉽다. 그래도 이곳을 언제 또 올지도 모르니 잠을 포기하고 관광을 나선다.

 


유가협댐


보트를 타고

사람 수에따라 배 크기가 달라지는것 같다. 아무튼 꽉 차게 배를 타고 달려 도착한 병령사. 보트를 타고 1시간 들어가는데 위로 갈수록 물이 흙탕물이다. 이 절은 배를 타고만 들어올 수 있단다.
여기저기 석굴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개방을 하지 않았다. 불상이나 조각은 정교하진 않았지만 기대보다는 좋았다. 큰 대불은 옛날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무식하게 크다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 무식하게 큰 규모는 아니었다.

 


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 병령사 석굴입구


깜찍한 서양 남자 어린이 패션

 
번호가 매겨진 석굴과 불상들

 
병령사 대표 대불 앞에서

대불과 쌍벽을 이루는 와불. 이 와불은 수해때문에 장소를 이동해 전시되어 있었다.
직장 동료팀 한 사람이 변희봉과 많이 닮았다고 했더니 잘 보면 유재석이란다. 헌데 유재석 되려면 살 한참 빼야 할것 같다.
우리 두사람을 보고 자기네 팀으로 합류하면 어떠냐고 한다. 이 팀은 북경에서 몸으로 때운 돈을 회비로 쓴다며 총무가 도로 걷는걸 보았다. 우리 돈도 받아주면 합류한다고 하니 좋다고 한다.
같은 팀이 되었다고 단체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한다. ㅎㅎㅎ

구경을 하고 나오는 배를 타려는데 우리 선장이 안 보인다. 한 보트가 물이 하도 걸쭉해 걸려있어 구조해주러 갔다고 해서 조금 기다렸다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나와 점심을 먹으니 좀 늦었다. 점심을 먹고 시내로 이동하는 길가에 있는 황하모친상을 잠시 관람.

 
황하 모친상

 
양가죽 보트 때우기..

잠시 강가에 내려가니 양가죽으로 만든 사진에서만 본 보트가 있다. 관광용으로 태워주는것 같다.
큼지막한 돼지저금통같은 양가죽의 모습. 플라스틱처럼 보이는데 두드리니 가죽 소리가 난다. 아무튼 신기했다.
저녁엔 기차를 타고 돈황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을 식당에서 싸고, 그 옆 시장에서 기차에서 먹는다고 과일, 술 등을 샀다.

역에 가서 기차를 탔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이전의 무질서는 아니었다. 기차도 와편이라는데 넷이 침대를 쓰고 문까지 달려있어 훨씬 쾌적해 져 있었다.

 
기차 타기

기차를 타고 우리둘과 직장팀 마눌, 현지가이드 넷이 한칸을 쓰기로 했다. 부산팀은 일찌감치 식당칸에서 맥주를 마시나 보다.
우린 일찍 저녁 먹고 씻고 잠 잘 차비를 했는데 부산팀이 자꾸 오라는데 그냥 자는체 했다.

7/30 (월)

-돈황에서


기차에서

 
기차에서 본 일출


유원역

저녁 8시 출발한 기차는 황량해 가는 벌판을 밤새 달리더니 아침 8시가 되니 유원역에 내렸다. 역사는 한창 확장 공사중이었다.
버스를 타고 일단 아침식사를 했다. 부페식 중국식당. 어정쩡하게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김치, 김, 깻잎, 고추장을 싸 가지고 왔는데 산이슬과 난 그냥 현지식으로 잘 버티고 있다. 웬만하면 다 먹을만 하였다.

-양관

한나라때 설치했다는 양관과 옥문관. 그중 옥문관은 실크로드의 입구로소 타클라마칸 사막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한다.
오전에 양관을 관람하였는데 대부분 어설프게 새로 지은것이고 멀리 봉수대만 원래의 양관것인것 같다. 박물관에서 사진으로 유물을 보고 설명을 듣고 양관에서는 사진 한장 찍으니 할게 없다.

 
양관 박물관의 지도


양관의 모습




포도농원에서의 점심

점심은 포도농원에서 먹는다고 한다. 배추, 감자, 오이 등이 나와 얻은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완전히 웰빙식이다. 농원에 포도주까지 곁들여 먹으니 더운 사막지역에서 시원한 포도넝쿨 그늘에 앉아 있으려니 정말 좋았다. 더구나 부산팀들이 아주 학구적이면서도 재미난 팀이었다.

점심을 먹고 차로 이동해 일단 숙소에서 씻고 잠시 쉰단다. 그리고 오후에 옥문관을 봐도 시간이 충분하다고 한다.
중간에 숙소에서 쉬고 저녁에 명사산과 월아천을 본다고 한다. 그곳은 해가 너무 쨍해 일몰 무렵에 가는게 좋다던가?
부산팀 총무가 시간 아까운데 추가로 볼 관광지가 없냐고 물어보고 돈황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는 세트장을 옵션으로 보기로 했다. 거기다 서진묘와 저녁 민속공연까찌 보려니 중국에서 받은 보상금이 다 쓰게 되었다.

-옥문관 관람하기

 
옥문관의 모습


옥문관 문지기와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옥문관은 아무것도 없고 부서진 문 하나 달랑 있다고 한다. 이곳은 일반 관광객은 거의 오지않고 학술 답사자 들만 더러 온다고 한다. 헌데 부산팀 총무가 역사 전공자였고 다들 교육계 종사자라 나름대로 관심이 아주 많았다. 옆에서 귀동냥만 해도 이것 저것 많이 얻어 들을 수 있었다.
옥문관은 예상외로 좋았다. 폐허에 남아있는 문의 자취가 햇살 따가운 사막에 세워진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돈황 세트장 보기

 




세트장에서

이곳 세트장은 일본에서 찍기 위해 지은 곳인데 가지고 갈 수가 없어 결국은 놓고 간 시설로 중국에서는 관광상품으로 써먹고 있었다.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 신용문객잔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변희봉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우리나라 드라마 해신도 이곳에서 찍었다던가?

옵션관광을 보았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일단 숙소로 가서 씻고 쉬다가 간다고 한다.
헌데 우리가 목을 돈황산장은 정말 좋았다. 라싸에서 첫날 묵은 호텔과 분위기가 아주 비슷해서 더 좋았다.
씻고 빨래 널고 (아주 잘 마르게 생겼다)  저녁 일정을 위해 출발.

-명사산과 월아천

아마도 이번 여해의 백미인 명사산과 월아천 관람. 저녁을 먹고 (관람 전후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명사산에 가니 생각보다 시내에서 가까워 한번 놀랐고 모래 언덕으로 보이는 명사산을 오르려니 생각보다 아주 길어 또 한번 놀랐다. 월아천도 생각보다 컸다.
한적한 곳에 있는줄 알았던 이곳에 시내에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의외였다. 아무튼 사람, 모래, 낙타가 정말 많았다.

 
명사산 입구에서 낙타타기





낙타는 번호순으로 타고 갔다 같은 주인의 낙타를 도로 타고 나오는 모양이다. 입구에서 사진 찍고 신발에 모래 들어가는게 싫은 사람들은 주황색 덧버선을 빌려 신을 수 있다. 이 모래는 아주 고와 기계에 들어가면 고장나기 쉽다고 한다. 아무튼 마스크와 장갑이 필수라고 해 다들 중무장을 하였다.
낙타는 앉고 일어설때 무릎을 탁 꺾어서 앉고 일어난다. 관절염이 걱정될 정도다...
낙타 타고 명사산 입구에서 모래산을 올라가는데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길었다. 우리 팀에서도 대장과 변희봉이 오르는걸 포기(!)하고 아예 올라오지 않는것 같았다.
올라가면 월아천이 잘 보이고 내려갈때는 모래썰매를 타거나 걸어 내려올 수 있닥ㅗ 한다.

 
나무계단을 딛고 올라오는데도 쉽지 않았다.

나무계단이 없는 구간은 모래가 빠져 걷기 더 힘이 들었다. 아무튼 등산으로 단련된 다리 덕분에 힘들지 않고 모래산 안부에 올라 설 수 있었다.

 


명사산 정상부에서 본 월아천

사진에서 본 월아천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내려올때는 모래썰매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겁 많은 강남엄마는 걸어 내려간다고 한다. 썰매 타는곳 까지 걸어 내려가는데 러셀 안된 겨울산에서 신나게 하산하는 그 기분이 들었다.
모래썰매는 스릴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설사 넘어진다고 해도 모래때문에 다칠 염려는 없어 보이는데 내려갈때 모래가 날려 눈에 들어오는건 조심해야 했다.


민속공연 관람하기

도로 낙타를 타고 와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
옵션 상품인 민속무용 공연을 호텔 후원의 야외무대에서 별을 지붕삼아 보는 정취가 아주 좋았다.
공연 내용은 기대 이상은 아니었지만 연주는 일품이었다.

헌데 달이 보름달이다. 월아천에서의 보름달. (사실은 보름에서 2일이 지남)은 정말이지 아주 근사한 광경이었다.


달의 찬조출연

호텔 4층의 스카이 라운지의 이름이 별을 모으는 정자라던가?
이곳에서 우리 두사람을 부산팀 모임 신입회원에 가입 신고식이라던가?
맥주를 먹고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데 정말이지 유쾌한 사람들 이었다. 그중에서도 파계사의 현혹스님의 명강의는 두고두고 잊혀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