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하산 후 3 (라싸 관광)

산무수리 2006. 8. 26. 23:24
'오래된 장마'- 정끝별(1964~ )



새파란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는 거

잠기고 뒤집힌다는 거

눈물바다가 된다는 거

둥둥

뿌리 뽑힌다는 거

사태 지고 두절된다는 거

물벼락 고기들이 창궐한다는 거

어린 낙과(落果)들이

바닥을 친다는 거

마음에 물고랑이 파인다는 거

때로 사랑에 가까워진다는 거

울면, 쏟아질까?

어느 날 구름 떼가 몰려왔다. 큰물이 졌다. 마을길이 끊겼다. 얼마나 쏟아졌는지 지리(地理)가 바뀌었다. 때로 사랑은 그렇게 격렬하다. 지극히 마음이 아픈 것은 어린 낙과들을 바라볼 때다. 그것들이 떨어지며 대지를 두드리는 소리는 통곡에 다름아니다. 물이 가는 것이 법(法)이라고 배웠다. 법이 망가뜨린 것을 무엇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그 또한 법이 치유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그 폐허에서 신(神)을 만날 수 있으리라. 사랑은 끝없이 울음을 뒤로 미루는 과정이다. <장석남.시인>


 

8.10(목)

오전에 별 할 일이 없다고 9:00시에 온다는 가이드.
7:30 모닝콜, 헌데 우리방은 콜이 없었는데?
아무튼 별 기대할것 없는 아침을 먹었다. 아직도 다들 입맛은 별로인것 같다.
조명에 화려해 보이던 호텔은 아침에 보니 좀 시시하다. 그야말로 조명발이었나보다.


로비 현관위 장식. 우리의 단청과는 달리 입체적이다.

어제 타던 차가 아닌 다른 차와 다른 기사와 함께 가이드가 왔다. 헌데 크기는 그게 그거다. 한 중국 관광객 팀은 마당에 빨래줄까지 널어 놓고 빨래를 말리는 모습이다. 캠핑카인가?
아무튼 오전엔 쇼핑이라는데 쇼핑장소가 박물관 건물이다.

 
박물관 입구에서

헌데 박물관은 여행 옵션에 없는 상품이다. 입장료 때문인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린 보고 싶다고 했다.
가이드 마지못해 우리를 안내한다. 다른 팀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는거에 비해 조금 사람만 밀리면 다 통과하고 몇개 하이라이트만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끝이다.
너무 베터랑 가이드이고 같은 코스를 계속 다니니 지겨워서겠지만 좀 성의가 부족하다.
헌데 계속 직원들이 쫓아 다닌다. 나중에 보니 입장권을 끊지 않아서인가보다. 나중에는 할수없는지 끊었다. 그리고는 그 입장료를 우리보고 내라는데 가격이 좀 비싼듯 한데 표는 보여주지 않았다.
나중에 포탈라 궁 입장료도 무쟈게 비싸다고 우리한테 말 했는데 막상 표를 보니 가이드 말은 뻥이 좀 심했다.
표 끊는 방법이 바꿔 한명씩 표를 사야 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아무튼 일정표에 없는 박물관에서 만다라, 부처님 등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나 만다라는 광석으로 만든것, 자수로 만든것등 그 화려함이 지나치다 싶다.
불심이 돈독한것도 좋지만 그것도 정도 나름이지 부처님 섬기다 다 망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정표에 있는 바코르 시장, 노블링카 등은 왜 안 가냐고 하니 별것 없다는 식으로 그냥 넘기려고 한다. 그래도 가자고 하니 본사와 연락을 해 보고 갈지를 결정한단다.

더 웃기는건 박물관 1층이 쇼핑센터이다. 이곳에서 50분을 때우란다. 가격도 40% 정도 깎으면 될거란다. 주로 천주옥, 터키석, 야크가죽으로 만든 가방, 등급외 판정을 받은 골동품 등이 있나보다.
헌데 하도 많고 직원 하나가 쫓아 다니는데 질려서 못 사겠다.
대장님이 야크 뿔을 흥정하는데 결국 1개 값도 못되는 값으로 뿔 두개를 사셨다. 거의 80% 세일이다. 이러니 어디 믿고 쇼핑을 하겠는가...
좀 이르지만 점심을 먹을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이동 중 보이는 오색 깃발은 룸다라고 하는데 바람불어 날리면서 부처님께 옴마니 밧메흠 하고 기원을 하는 거란다.
길거리에는 마니차를 돌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제각기 큰것, 작은걸 계속 돌리면서 걸어 다닌다.

이 호텔에는 배낭 맨 관광객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네팔쪽 입산료가 비싸 중국을 통해 에베레스트에 가는 팀이 가끔 있다고 한다. 엄홍길씨도 그래서 외대 중문과에 다시 입학을 했다고 들었다. 네팔쪽 EBC base camp 보다 티벳쪽이 더 높다고 한다.
이 가이드도 5000까지는 가 봤다던가?

호텔 있는 거리가 바코르 시장이고 이 앞에 조캉사원이 있다고 한다. 포탈라 궁을 보고 난 후 다시 이쪽에 올 예정이라고 한다.

 
인도사람인지 영어로 메뉴를 알려주는 남자와

점심을 먹고-맛은 별로지만 과일까지 나왔다-나니 궁 관람시간까지 시간이 남는다. 우두커니 있느니 시장 구경을 하고 와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고 하더니 소파에서 조나보다.

 
쇼핑하기

이 시장에도 역시나 쇼핑센터에 있는 것과 비슷한 물건이다.
한 가게에 들려 터키석을 흥정하니 무게를 달아서 판다. 이곳에서도 깎아주긴 하는데 바가지는 아닌것 같다.
시간도 없고 해서 한, 두개 정도만 사고 포탈라 궁 관람을 위해서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궁에 입장 하는데 라이타는 못 갖고 들어간단다. 그리고 명단과 여권이나 신분증 등을 보여줘야 한다.
여러개의 관문을 거쳐 드디어 포탈라 궁 내부에 들어가는데 관람시간을 1시간 이내를 지켜야지 아니면 가이드가 벌금을 문다고 한다.
다른 팀들은 숨차서 궁을 올라가는데 힘들어 하는데 우리야 고소 걱정은 없으니 씩씩하게 올라가니 가이드가 오히려 힘들어 하는것 같다.

 
궁 내부에서는 사진촬영 금지에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조명도 아주 흐릿했다.

 
보리 짚에다 아교를 섞어서 만든 벽이란다. 이곳에 적이 화살을 쏘면 도로 뽑아 쓸 수 있단다.

홍궁과 백궁이 있는데 하나는 집무실, 하나는 사적 공간이라고 한다. 이 궁에는 달라이 라마가 없기 때문에 관리 하는 사람들만 출퇴근을 하고 저녁엔 문을 잠근단다.
지반이 약해서 관광인원을 제한 하는거라고 한다. 즉 한곳에 서 있으면 안되고 계속 걸어가면서 주마간산 으로 봐야 하는 거라고 한다.

 
포탈라 궁은 궁이자 요새라고 한다.

조망 정말이지 끝내준다. 산과 구름과 어울어진 경치가 어디를 찍어도 사진이 된다.
세계의 찍사들은 다 이곳 티벳에 온듯하다.

 
구경을 하고 나오면서

우리팀은 1시간도 안 걸려 바쁘게 구경을 하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불경을 적은 돌판들, 그리고 나무에 휘날리는 룸다...

 
불경을 적은 석판

 
포탈라 궁 출구 앞에 있는 마니차.

대부분 사람들은 티벳 이름만 들으면 넘어간다.
헌데 사진에서 보던 목가적인 티벳을 라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중국이 티벳을 정복하기 위해 한족을 너무 많이 이주 시켰고, 또 이들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고, 비행기에 열차까지 만들어 놓아 독립은 점점 멀어지는것 같다.
자기네 땅도 넓으면서 정말이지 욕심은 한도 끝도 없나보다.
그냥 조용하게 살게 해 주면 안되는 걸까?
그나마 티벳에서는 공산당원도 종교를 허용한다고 한다.
이곳은 불교가 하도 강해서 기독교 선교를 하러 와서도 내놓고 선교는 할 수 없고 고아원 등을 운영하면서 잠정적으로 선교운동을 한다고 한다.

 
노블링카,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이었다고 한다.

노블링카를 가기 전에는 티벳 사람들이 공원처럼 모여 마작을 하는 볼게 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본사에서 가라고 했다고 마지못해 가는데 의외로 규모가 컸다.
포탈라궁에 가려 관리는 제대로 안되 좀 허술하긴 해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달라이 라마가 이곳에서 탈출 해 망명을 한 마지막으로 거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국내에 있으면 하도 말썽이 많으니 중국 당국 묵인해 가능한거란다. 현재 티벳 망명정부는 인도에 있다고 한다.

이곳에 특별한 접견실이 있었다. 달라이 라마가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방이라고 한다. 아무리 라마지만 어린시절 궁에 들어와 있으니 어머니가 왜 보고 싶지 않을까...
그시절의 소파, 명상실, 1인용 침대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포탈라 궁과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다시 점심 먹은 장소인 바코르 시장으로 간다. 바코르 시장은 조캉사원 순례객들이 모이면서 형성된 시장이라고 한다. 순례객들이 자고, 먹고 하니 자연 그에 필요한 상점들이 하나, 둘 씩 생긴거라고 한다.

 
조캉 사원 앞 광장

조캉사원도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내부에는 정말이지 오래된 불상과 건물이 남아있다.
조캉이란 뜻은 부처님의 궁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조캉사원을 이곳에 짓게 된 유래 등을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다.
안에 들어가니 야크버터를 태우는 향이 묘하다. 부처님, 달라이 라마 등 앞에는 온갖 종류의 돈이 쌓여 있다.
역시나 여긴 국제적인 관광지라 온갖 나라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중국 사람도 많다.
아직 한국 사람은 많지 않은것 같다.

몇대 달라이 라마, 부처님, 등신불 등을 설명해 주는데 메모를 하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 찾아가면서 제대로 쓰다간 이 여행기 올해 안에 못 끝낸다. 각자 책을 읽어 보시도록....

궁을 관람하면서 그 어마어마한 규모, 금과 보석들. 이렇게 화려하니 망한건 아닐까 싶은 불경스런 생각까지 들었다.

 
옥상에서 쉬면서 내려다본 광장.

옥상에 올라가서 쉬는데 한 옆에 사진촬영 금지라고 되어 있어 들여다 보니 염불을 하면서 불전을 세서 정리하는 광경인데 정말이지 그 수입만 해도 어마어마 할것 같다.
이곳 기념품 가게는 아예 스님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하긴 언양 석남사에도 가 보니 어여쁜 스님이 매표소에 계시긴 했다.
다들 지쳐서 옥상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이곳 조망이 좋아 내려다보는 구경도 나쁘지 않았다.

 
사원앞 순례객들

사원을 나와 바코르 시장을 구경하는데 구경을 하다 식당으로 오라고 한다.
군데군데 경찰들이 있어 치안은 괜찮겠다고 하니 이들은 소매치기를 잡기 위한게 아니라 데모 등을 막기 위해 지키고 있는 거란다.
아무튼 사람이 많으니 소지품을 조심하라고 당부를 한다.

 
티벳 원주민인가보다.

시장을 둘러보고 가게에도 들어가보고 뭐 선물 살게 없나 돌아봐도 막상 사려면 망설여진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도 없고 가격을 안 깎아주면 웬지 비싼것 같고, 깎아주면 깎아 주는대로 더 깎을걸 하는 마음에 더 못사겠다.
구경하다 지쳐 차를 마실 수 있다고 가이드가 알려준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사람이 많아 자리가 꽉 찼다.
넷이 앉은 의자에 보조의자까지 놓고 가까스로 앉아 콜라, 쉐이크 등을 시키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황선생은 버터차를 주문했는데 큰 통으로 가져다 준다. 헌데 맛이 짜고 잘못 먹으면 배가 아플까봐 겁이 나 못 먹겠다.
대장님이 찻값은 당신이 쏴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마지못해 허락(!)을 했다.
이 카페에는 배낭족 등 젊은 사람들이 많다. 스님들도 들어왔다 자리가 없어 도로 나가신다.

 
차를 기다리며

저녁을 먹을 식당에 가니 이곳도 1,2 층은 쇼핑센터이고 3층은 식당이다.
가이드는 진작에 와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나보다.
이곳에서 티벳식 저녁을 먹었다.

 
갈색 떡 같은건 보리로 만들었고 흰색은 야크버터 찌꺼기로 만든 짠 맛의 느끼한 맛이다.

카레라이스 같은 음식, 과일, 과자 같은게 나와 먹기는 좀 낫다.
다들 야크버터는 느끼해서 못 먹는데 황선생은 음식 싱거운데 그걸 섞어 먹으면 간이 맞는단다. 더구나 한개 먹을땐 이상해도 자꾸 먹으면 맛이 괜찮다고 해 우릴 질리게 만든다. ㅎㅎㅎ
류선생은 살 빠진 김에 다이어트 한다고 거의 과일공주 수준으로 먹는다.
다들 더우니 맥주만 찾는다.

오늘이 호텔에서 묵는 마지막 밤이라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술이라고 사 가지고 들어가 마지막 밤을 지내기로 했는데 대장님이 찾는 독주를 못하고 할 수 없이 또 맥주를 한박스 사게 되었다.
헌데 호텔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황당한 소식.
이곳 호텔이 중국 정부에서 징발(!) 되었다고 투숙객을 몽땅 내 쫓는단다. 심지어는 샤워하다 끌려 나오기까지 한단다.
정말이지 황당하다.
그래서인지 방에 가니 팁도 안 가져갔다. 포터들한테도 팁 주지 말란다. 가이드가 준단다.
더러운 기분으로 도로 짐을 싸 들고 어제 저녁을 먹었던 시내 쪽 호텔로 옮겼다.

 
옮긴 호텔 로비에서

호텔은 이곳이 더 고급인것 같다. 방은 크지 않아도 방에 산소가 비치되어 있다.
방을 잡고 오늘은 짐정리를 해야 한다. 내일 라싸에서 중경으로 나갈때 비행기를 타는데 역시나 우리 짐 무게가 거의 줄지 않아 자칫 over charge를 물지 않기 위해 무거운 짐은 배낭에 넣고 가벼운 짐을 카고백에 넣어야 한단다.
더구나 사람은 6명인데 카고백은 7개라 한개를 줄여야 한다고 우리한테도 남은 부식이 한보따리 돌아왔다.

 
이 짐을 넣으란다...

난 이중화를 배낭에 넣고, 샌달은 카고백에 넣고 무거운 중등산화를 신기로 했다.
신선생은 아예 큰 어택 배낭을 꺼내 이곳에다 남은 부식을 때려서 넣는단다.
겨우 짐을 싸고 대장님 방에 모여 마지막 밤을 보낸다.
밖은 시내라서인지 시끄럽다.

 
마지막 밤

맥주를 먹다 먹다 배가 불러 더 이상 목 먹겠다.
난 포기하고 먼저 나오고 류, 황선생도 방으로 가 버리고 남은 세사람도 먹다먹다 결국은 2병을 남겼단다.
맥주 뿐이 아니라 아직 김치도 남았다. 어쩌냐고 하니 버리고 간단다. 들고 가 봐야 짐만 되고 이미 쉬어 꼬부라져 먹지도 못할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