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여행 그 마지막 (라싸~집으로)

산무수리 2006. 8. 26. 23:26
'이사(移舍)'- 김수영(1921~68)


이제 나의 방은 막다른 방

이제 나의 방의 옆방은 자연(自然)이다

푸석한 암석이 쌓인 산기슭이

그치는 곳이라고 해도 좋다

거기에는 반드시 구름이 있고

갯벌에 고인 게으른 물이

벌레가 뜰 때마다 눈을 껌벅거리고

그것이 보기 싫어지기 전에

그것을 차단할

가까운 거리(距離)의 부엌문이 있고

아내는 집들이를 한다고

저녁 대신 뻘건 팥죽을 쑬 것이다

자연으로까지 밀려간 사람, 삶에 지쳐 요양을 하러 갔으나 그 요양지가 절망지가 된 사람. 치유해줄 가망 없는 자연. 정기도 뭣도 없는 푸석한 돌무더기 산기슭 아래서 구름으로, 또는 썩는 물로 흩어질 것 같은 생애를 들여다보는 사람. 가끔 벌레나 앉으면 눈 껌뻑이는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 임시로 그 죽음의 풍경을 가리고 팥죽을 쑤어 잡귀를 물리치는 집들이 행사를 준비하는 어느 이사. 절망을 끝내 속이지 않으니 이토록 깊다. <장석남.시인>


8.11 (금)

아침에 식당에 가서 식권을 보여주니 날짜를 잘못 기입했다고 오늘 날짜가 아니라고 밥을 못 먹게 한다. 정말이지 황당하다.
한참만에 좀 높은 사람이 와서 보더니 먹으라고 해서 가까스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별것도 안 주면서 정말 웃긴다.
짐을 차에 싣고 기다리는데 가이드가 안 나온다. 우리가 방에 먹을거 버리고 가 걸리는거 아니냐고 한참을 웃었다.

차를 타고 라싸 공항으로 간다. 시내에는 공항 질 땅이 없어 강가에 지었다는 공항.
여기도 차 운전이 장난이 아니다.
아무튼 난 비몽사몽 지나가 잘 기억도 안난다. 터널을 뚫어 터널을 들어간 기억은 나는데 나온 기억은 안난다.

공항에서 짐을 달아보니 20K가 조금씩 넘는데 무게가 다 비슷하다. 다들 절묘하게 쌌다고 감탄을 한다. 사람이 밀려서인지 무게 같은건 신경도 쓰지 않아 무사히 통과했다.
우리 가이드는 짐 부치지 마자 팁 받더니 그냥 가 버린다.
반면 일본팀 가이드는 들어가서 안 보일때 까지 몇번이고 손을 흔들어준다. 정말이지 비교된다, 비교되....

 
비행기를 기다리며

성도가는 비행기는 거의 20분 간격으로 온단다.
헌데 이곳 라싸는 기상이 어찌 바뀔지 몰라 늘 왕복분 기름을 싣고 조종사도 2명씩 함께 온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탈 비행기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국 국내선은 제 시간에 떠난 적이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1시간도 넘게 기다렸다 겨우 비행기를 탔는데 타고 나서도 뭐가 문제인지 금방 못 떠나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불평을 하고 휴대전화를 하고 한다.

비행기가 떠나기 전에 기내식을 나누어 준다.
밥, 빵이 나와서 배도 고파서 부지런히 먹었다. 헌데 다 먹기도 전에 비행기가 움직이네?
그랬더니 먹던 밥을 도로 걷어가 버리네?
걷어가는데도 끝까지 안 뺏기고 먹는 사람도 있네?
무사히 비행기가 뜨고 2시간 만인가? 중경에 도착했다.

가이드를 만나고 차를 타니 현대 미니버스에다 에어콘이 빵빵하다.
헌데 중경 날씨 덥다는 말을 들었지만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40도가 넘는다는데 선글라스 테까지 뜨겁다.
가이드 왈, 우리팀을 맡으면서 저녁 밥값만 받아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 관광할 시간도 없지만 돈 드는 데는 못간다는 말이렸다.

그래도 이 가이드 나름대로 열씨미 설명을 한다.
중경은 산에 세운 도시라고 한다. 그리고 방공호가 아주 많다고 한다. 서울처럼 강이 도심 중앙을 흐르고 있다.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어 진거다. 이 강이 장강이라던가?
이곳은 아파트 등 최근 개발이 되어 많이 변한 도시라고 한다. 날씨도 더워 중국 3대 화로에 속한단다. 중경, 남경, 곤명이라던가?
여름에 덥고 겨울엔 기온은 낮지 않은데 난방이 잘 안되어 있는 도시이고 뼈골을 스미는 추위로 내복이 필수라고 한다.
더더욱 이곳은 산에 세워진 도시라 아파트 입구까지 가는데 한참 걸리는데 9층 이후부터 엘리베이터를 운행한다고 한다. 이 가이드가 사는 아파트는 7층이라 걸어다니기 무지하게 힘들다고 한다.

 
아룡공원

거위 목처럼 생겼다는 아룡공원을 차가 뺑뺑 돌아서 올라간다. 가는 길가에 방공호였던 곳에 세탁소, 자동차 정비점 등의 상점이 있다. 시원해서 좋다고 하는데 나라에서 임대해서 쓰는 거라고 한다.
공원에 내리자 마자 숨이 막히는 듯한 더위. 중 등산화 신은 내 발은 그야말로 엄청 고생을 한다.
이곳 아룡공원에 싼사 댐이 완공되면 물에 잠기는 도시 등을 표시해 놓은 그림이 있어 한참 설명을 하는데 설명도 귀찮아 진다.
여행 막바지라 지치고 힘이든다. 특히나 신선생은 많이 피곤해 한다.

 
아룡공원 전망대에서

공원 그늘에 누워 자는 사람, 노래방 기계 같은걸 들고 나와 노래 연습하는 모녀 등 이 더위에 어찌 살까 싶다. 그래서인지 공원도 한적하다.
우리의 남산 같다.

 
장개석이 피난 와 살던 곳이라던가?

 
공원의 나무

 
싼사댐 설명을 들으며

아룡공원을 나와 이번에는 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가는데 땡볕이라 차만 내리면 겁이 난다.
구경이고 뭐고 시원한데 가면 좋겠단다.

 
멜론을 쪼개서 판다.

 
대나무 한개를 들고 영업중.

대나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자주 보이는데 중경의 지정학적 위치로 장 봐서 들고 다니기 높은데 다니기 힘이 드니 이 사람들이 우리의 지겟꾼처림 이 대나무에 짐을 들어다 주고 돈을 버는거란다.
중경에 또 하나의 특징은 택시도 못 가는 길을 태워다주는 오토바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다르 도시와 달리 계단과 언덕이 많아 자건거가 보이지 않는 도시였다.

 
황하와 뭐가 만단다던데 오래 되 다 잊어버렸다.

 
더위에 지치고 기내식도 빵만 먹어 허기진 과일공주

 
인민대회당이란다.

 
뒤에 보이는 최신 건물은 싼사댐 박물관이라고 한다.

 
인민대회당 앞 그늘에서

 
날이 더워서인가? 포대기 대신 바구니에 업고 다니는 아기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구경이고 뭐고 하도 지쳐하니 냉방장치 된 곳에 가서 발마사지를 받는건 어떠냐고 한다. 자기가 말 잘 해줘 싸게 해 준다고 하는데 도심이라서인지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무튼 구경도 힘들어 2시간을 때우기로 하고 세번째 마사지를 받게 되었다. 팔자에 없이 호강을 하게 생겼다.
남자들은 세번 중 그중 오늘 마사지가 만족스럽다는데 우리 여자들은 영 아니다.
마사지 받은 바로 옆 찻집에서 몇몇이 차를 구입했다. 관광객 대상이 아니어서인지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한가보다.

저녁을 먹으러 갔다.
호텔의 룸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는데 여태 먹은 식당 중에 제일 고급인가보다. 음식은 몇몇은 먹을만 했고 몇개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이곳에서 중국 빼갈을 추가부담을 시켰다. 그리고 직원에게 대장님이 팁을 주니 안 받으려고 하나 한국말로 '할아버지가 주는데 받아야지' 하니 받는다.
그리고는 잔이 비면 부지런히 따라준다. ㅎㅎㅎ

밤 10시 경 공항에 가는 길에 낮에 갔던 인민대회당을 지난다. 밤인데도 연일 열대야라 전혀 시원하지 않는데 그 광장에 사람들이 그득하게 모여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더운날 밤에 별짓 다 한단다. ㅎㅎㅎ

공항에는 늦은 시간이어서 인지 사람이 많지 않다. 우리가 탈 비행기에도 거의 한국 사람인것 같다.
아시아나가 중경을 처음 취항 했다고 한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트럼프 하는 중국 가족

면세점을 보니 코딱지 만하다. 볼것도 살것도 없다.
노느니 커피라도 마시자고 대장님이 그러신다. 그래서 아이스 카페라떼를 시켰는데 비행기 탈 시간이 다 되 가는데 나오지를 않는다. 가격도 거의 우리나라 공항 수준이다.
결국 돈만 내고 마시지도 못하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다.
우리 말고 동업자로 보이는 한 팀이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왔다 가나보다. 한 사람은 안면이 있는데 어디서 같이 근무를 했는지 영 기억도 안나고 이름도 모르겠어서 아는체를 못했다.

 
윗입술 부르튼 류선생, 아랫입술 부르튼 대장님. 사제지간이다

비행기를 타니 자리가 널널하다. 다들 한줄씩 자리를 차지했다.
타자 마자 무거운 등산화를 벗고 호텔에서 들고온 일회용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오랫만에 고국의 신문을 열씨미 읽었다. 영국 비행기 테러소식은 라싸에서 신선생이 남푠과 통화 할 때 들은 이야기이고 중국 방송에 한국 소식으로 탈영병 소식이 잠깐씩 나왔다.
국내 뉴스 녹화 방송을 틀어주어 보고 기내식을 먹는데 대장님 왈, '너무 맛있지?' 하면서 행복해 하신다.
기내 면세점에서 사모님 사다 드릴 화장품을 골라 달라고 하셔서 들어본 '라프레이리'를 골라 드렸는데 사려고 해도 고르는건 다 없다고 한다. ㅎㅎㅎ
길게 누워서 잤다.

8.12(토)

4시도 안 되었는데 공항 도착이다.
신선생 남푠은 벌써 도착해 있다고 한다.
내려서 짐을 다시 정리하는데 남은 먹을걸 대강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사진을 찍고..

신선생이 김포공항까지 태워다 준다는데 번거롭고 공항버스 한번만 타면 된다고 사양을 했는데 평촌 오는 공항버스 첫차가 6시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첫차를 타고 무사히 집으로 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