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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안 생긴 풀 완주기 (mbc 한강마라톤, 4/27)

산무수리 2008. 4. 27. 19:19
‘실족’ -김명인(1946~)

취중에 누구에겐가 꼭 실수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술 깬 다음날을 하루 종일 우울하게 한다.
실족이 잦아서
이슬로 가려는 술의 일생을 붙들고 자꾸만
썩은 웅덩이 근처로 넘어지지만

그것도 병이라면 대식으로 이 병을 키웠다고
시궁 냄새로 불거진 내 몸의 시화호에
아침부터 아내가 몇 드럼째 잔소릴 쏟아 붓는다.
아니라도 밤새도록 가둬놓은 하수 때문인지,
제방 부근까지 오물 부글부글 끓어 넘쳐서
얼른 수문부터 열어야 했지만

폐수와 섞일 때마다 물이 가 닿고 싶은 바다라면
최초의 그 물빛 탓일까,
그쪽 푸르름이 조갈 한나절을 시퍼렇게 물들인다.
향기가 맑아서 바다를 건넌다는
그런 천리향이라면 지천으로 퍼뜨리려고
한 아름 박하를 안은 채 나도 동해에나 부려지고 싶지만

누가 내 삶의 근거를 이내 들춰낼 것 같아
세우지 못한 면목이나 부표 대신 허파 안쪽에
헌 신문지 쪼가리나 부레 붙이고
졸음과 매연을 끌고 밤 이슥하도록
내 하루치의 시화호 헤엄쳐 건너가고 있다.


술 깬 다음날은 잘 돌아가지 않는 컴퓨터 마냥 하루종일 ‘자아조각 모음’을 실시한다. 창으로 들어온 햇볕이 뜨뜻하게 이불 끝을 적시는 중천인데, 한사코 이불을 붙잡고 떼쓰는 어린애 꼴이라니. 선비의 품격과 탁월한 시적 성취를 이룬 중견시인으로 평가받는 김명인 시인도 나처럼 대취한 다음날 죄의식에 시달린다니 신기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술자리에서의 ‘실족’은 “이슬로 가려는 술의 일생”에 대한 열렬한 예술가-탕아의 귀향의지이며, 그 역설이다. 술자리의 끝이 썩은 웅덩이나 시화호가 되고 말지만, 시인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언제나 최초의 물빛, 시원의 푸름이기에. 시인의 아내들이여, 다음날 조갈 한나절을 시퍼렇게 물들이는 시인의 실족을 나무라지만 말고 부디 찬양하시라. <박형준·시인>


 

 

 

 

 

 

 

 

 

올해 주님부부가 서울마라톤을 뛰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신청한 대회가 오늘 한 이 대회.
은계성은 하프, 가평킹카님은 풀 신청을 하셨다고 해서 나도 무작정 풀 신청을 했습니다.
이왕이면 함께 만나면 더 좋을것 같아 남푠도 하프 한다는걸 일찍 들어와 기다리면 심심하다고 반강제로 풀 신청을 했더랍니다. 올 풀을 한번도 뛰지 않았기에 겸사겸사....
마침 주장각도 가족 펀런 10K 신청을 했다고 해 모처럼 동창 얼굴까니 볼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차를 가져가냐 마냐 설왕설래 하다 셔틀버스를 타고가면 1시간은 일찍 나와야 하기에 차를 가져가기로 하고 5시반에 일어나 밥 하고 밥 먹고 싼 짐 들고 옷 갈아입고 출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좀 이른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주차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주차비도 받는다더니 받지 않아 더 좋았다.

오늘 날씨 맑을거라는 예보와는 달리 쌀쌀하고 흐리다. 혹시나 해 들고 온 반팔, 반바지를 포기하고 긴팔 긴바지로 따뜻하게 입고 뛰기로 했다.
긴바지 입고 뛰는 사람 나밖에 없을거라는 나무천사의 비아양을 뒤로한채...
나무천사는 4월 하프를 뛰기 전에도 왼쪽 종아리 근육의 근육통으로 고생한지라 오늘은 하프를 뛴단다. 그래 동업자 라샘이 신청만 하고 못 뛰게 된 배번으로 뛰기로 했다.

헌데 주님부부한테 전화를 하니 출발도 못하셨다고....
오직 같이 뛸 그 목적 하나로 풀 신청을 했고 미사리까지 왔는데...
공사가 다 망하셨다는데 어찌하리...
미리 알려 주셨다면 출발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여기까지 와서 산에 갈 수도 없고 등산화도 없고 대회를 연습삼아 하는지라 뛰기로 했다.
그나마 못 만날 줄 안 주장각을 우연히 만났다. 이 친구 역시 가족들은 오지 않고 혼자 왔는데 연습도 부족하고 오후 주례를 하게 되 있어 뛰자마자 뛰쳐 가야 한다고 해 인사만 나누었다.

애주가의 곰탱이님은 4.30 페이싱 하러 오셨단다. 여기 쫓아가면 될것 같았다.
J 님도 뵈었다. 이분은 회사에서 단체로 10K 연중행사로 오신단다.
출발지점에서 나뭇꾼님 뵈었는데 얼굴이 많이 수척해 지셨다. 즐겁게 달려야 하는데 힘들게 뛰어 그러시단다.
까만돌도 출발점에서 만났는데 이 친구는 얼굴에 살이 좀 붙은것 같다. 두사람 다 100회를 목표로 하는지라 거의 매주 뛰나보다. 교회때문에 전에는 일요일 대회를 안 나오던 까만돌보고 교회 안 가냐고 하니 빨리 뛰고 저녁에 간단다.

오늘도 사회는 배동성.
출발 사인이 났다. 처음 마라톤 입문 했을때 찡한 마음은 이제는 안 생긴다. 일단 조정경기장 한바퀴 돌아 나가는 코스인데 초장부터 언덕이다. 다들 어찌나 빨리 뛰는지 나는 계속 추월 당하면서 간다.
거기다 하프까지 합세 해 빨리 내 달리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이지 기죽는다. 헌데 기 잘못 살렸다간 막판에 고생하는걸 아는지라 그냥 내 수준으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수 밖에.....

한 사람이 계속 날 의식하면서 뛰는것 같다. 내가 좀 처지면 기다리는것 같고 어쩌다 앞서면 어느새 옆에 와 있다.
계속 거의 비슷한 속도로 뛰고 하프주자 반환점이 나오니 비로소 주로는 헐렁해 지고 왼쪽으로는 남한강이 펼쳐진다.
이 남자 시흥에서 왔다고 한다. 이 대회 처음인데 주로가 아주 좋다고...
좋지요, 언덕이 많아 좀 힘들어서 그렇지....
내가 뛰는걸 보니 자기랑 페이스가 비슷한것 같아 쫓아온거라 한다. 앞서 가라고 해도 후반 스팟이 약하다며 무리하지 않는다고 거의 동반주 처럼 함께 뛰게 되었다.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빗방울도 한 두 방울 떨어지는것 같더니 드디어 하프지점 지나고 나니 비가 제대로 내린다.
오늘 당나귀 산악회에서 검단-용마-남한산 간다고 해 총무님께 대회때문에 못 간다고 응원해 달라고 하니 검단산 정상에서 응원해 준다더니 날이 흐려 보이지도 않는걸?

하프 지나고 나서야 처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 한, 두 명씩 비로소 추월을 할 수 있었다.
반환점은 생각보다 멀었고 언덕은 작년에 비해 좀 낮아 보였다.
비오는 날 보는 한강의 경치는 정말이지 운치가 있다.
다 좋은데 여벌 바지를 가져오지 않아 비 다 맞으면 빤쥬 입고 가야하나 하는 걱정까지 했다. 비가 내리니 춥지는 않은데 손이 좀 저리오는것 같다.
30K 에서 마지막 파워젤도 먹었고 함께 뛰던 아자씨는 드디어 앞서서 갔다.

회수차 계속 지나가고 걷는 사람이 작년에 비해서는 훨씬 적지만 간간히 보이고 쥐가 나 고생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오늘 4.14 페이싱 팀이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결국 막판에 추월 당했다. 함께 뛰던 아저씨는 35 지점에서 내가 추월한것 같다.
비교적 힘이 덜 들었는데 막판 3K 남겨놓고 허리도 아파오고 파워젤 약발이 떨어졌는지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비도 그치고 날씨도 해가 나 젖은 옷을 말려 주었다.
겨우겨우 뛰어서 들어서니 나무천사가 반겨준다. 날 보고 땀도 흘리지 않았냐고 놀리면서 그래도 빨리 왔다고 수고했다고 한다.

 

 

 

 

 



들어와 칩 반납하고 메달 받고 맡겨놓은 옷 찾았는데 뛰지않은 나무천사 칩을 차에다 놓고 왔다고 해서 도로 가서 가져온단다.
함께 뛰던 아자씨가 나보다 3분 정도 늦게 들어왔단다. 그래도 함께 뛰어 힘이 덜 들었는데 막판에 퍼졌다고 한다.
사진 한장 찍어 드리고 블로그에서 가져가시라 했다.

일단 출발.
평촌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목간통으로...
점심을 먹었는데도 그나마 체중이 500g 줄었다.
밥 한끼 먹고 체중 500 줄이려고 42를 뛰어야 하다니...
내 팔자야... ㅎㅎ
목간통에서 냉탕도 하고 사우나실에서 잠깐 잔것 같은데 30분은 잔것 같다.
집에 오니 밥 먹은지 얼마 안 되는데 헛헛하다.
이젠 저녁 먹어야 겠다~

사족-이번 마라톤에서 등에 자신이 마라톤을 하는 이유를 써서 붙이고 달리도록 했다. 물론 희망자만...
그중 기억에 남는것
칠순마라톤 클럽-뛰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한 청춘-주님 달리기가 너무 좋아 오늘 교회 빠졌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한 아빠-둘째 딸의 금연을 위하여 (딸을 위해 금연을 하겠다는 건지 딸의 금연을 바란다는 건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