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무진장 조망이 좋았던 장수 장안산 (12/14)

산무수리 2008. 12. 18. 00:40
율리, 율리/강인한


어두워진 겨울의 차창에서
불빛은 섬처럼 떠오르고 있었어.
스물다섯 살 아무렇게나 깊어진
내 청년의 골짜기
빨간 루비의 꽃들은 흰 눈 속에
얼굴을 묻고 있었어, 율리.
야간 버스의 흐려진 유리창에다
나는 당신의 이름을 썼어.
내 손끝에는 웬일로
당신의 은백의 슬픔이 묻어나고
긴 눈이 내리는 밤
더운 차를 홀로 마실 적엔
추녀 끝에 매달린 날카로운 고드름의 촉
방울방울 맺히는 당신의 불면을
나는 가만히 엿들었어.
겨울 산에서 함께 돌아오던 날
내 몸 속의 잔신경들이 풀어져
흐르는 것을 보기도 하였지만
눈 속엔 더욱 차고 말간
환상의 꽃잎들이 흐르고 있었어.
품어볼 어떤 야망도 없는 시대
세상의 구석진 어느 곳에서는
힘차게 힘차게 평화만이 무너지고 있는 때
율리, 당신은 까만 외투 깃을 세우고
찬바람 속에 웃으며
겨울을 나야 하는 작은 새처럼 쓸쓸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말하여지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음악보다 낮게 당신은 글썽거렸어.
문 닫힌 겨울 찻집 앞에서
길길이 얼어붙은 분수를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나는 깊어져버리고
율리, 율리, 내 가슴 속으로는
끝없는 눈다발이 펑펑 쏟아져내렸어.



코스개관: 무령고개 (10:00)-정자-괴목마을 갈림길-억새밭-정상-중봉-하봉-덕천고개-범연동 (13:10)
날씨: 제법 추운 날씨. 대신 맑은 날씨 덕분에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조망이 아주 멋진 날

새벽 장수샘이 일어나 밥하러 나가신다. 도로 잠이 들었다. 깨보니 다 일어났고 나만 자나보다.
후다닥 일어나 이불 개고 아침 먹기.
오늘 산행은 우리 셋은 장안산에 가고 두 언니들은 봉화산에 가신다고.. 어제 산행으로 산행 충분히 했고 오늘은 널널산행 하고 싶다고...
여산이 맘이 편치 않아 하는것 같지만 차 두대 있을때 신세 지는 김에 차량봉사까지 받기로 했다.

짐 챙기고 밥 먹고 설것이 하고 어쩌고 하니 시간이 어제보다 많이 늦었다. 집 출발해 산행 종점인 범연동에 차를 댔다. 헌데 경방이라고 금줄을 쳐 놓아 조금은 찜찜한 기분. 그나마 내일까지이니 혹시 걸리면 못 봤다고 우겨봐야지...

푸르름 차로 옮겨타고 무령고개에 내려서 산행 시작한 시간이 10:00. 두 언니들은 이따 못 뵐지도 몰라 일단 작별인사. 헤어지려니 아쉽기만 하다.
오늘 날씨 어제보다 쌀쌀하고 바람도 제법 분다.
여긴 단체로 보이는 팀이 우리 앞서서 출발. 우리도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가니 곧 보이는 팔각정.

 
 팔각정에서 보이는 육십령, 남덕유.....

팔각정에 올라서니 하늘빛이 너무 곱다. 오늘 조망 죽여줄것 같다. 건너편 백운산도 가깝게 보인다.

 
길도 아주 순하고 예뻤다.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정상 가는길. 정말이지 순한 길이다. 우리 바로 앞 두분이 올라가는데 복장을 보니 젊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노부부이신것 같다.

 
괴목마을 갈림길.

이곳은 괴목마을에서 올라오는길. 초장부터 올려치는 맛을 느끼려면 이곳부터 올라오라 되어 있다. 무령고개보다 1K 이상 긴 코스다.
무령고개에서 올라오면 반은 차로 올라와 수월하다.
많이 올라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펼쳐지는 산겹살의 자태. 우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산겹살이 진수. 지리 주능선이 그야말로 한눈에 펼쳐진다...

어제 날이 흐렸기에 오늘 날이 추웠지만 멋진 조망이 보상을 해 주고도 남는다. 정말이지 산수화가 따로 없다. 산의 골체미와 산겹살의 모습. 지리는 반야부터 천왕봉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여산 사진 찍느라 떠날 줄을 모른다. 헌데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장안산 정상이 보이고...

 

 

 

 
억새까지 있다. 가을에 오면 정말 환상일것 같다.

 
별로 험하지 않고 능선도 예쁘고 조망도 좋고...

 
조망에 목숨거는 김조망 신 났 다~

 

 
우리가 온 길을 되돌아보아도 정말 예뻤다.

 
장안산 정상

경방이라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올라왔는데 정상에는 텐트 2동까지 쳐 있었다. 물론 버너로 취사까지 한 흔적이 보인다.
좀 속은듯한 기분.

정상에서 밀목재 가는길과 우리가 가야 하는 범연동 방면.
막상 정상은 산불감시탑이 있어 조망을 해친다.


정상에서의 조망

정상 지나 하산길. 아직도 바람이 차다. 정상 내려서면 나무가 가려 조망이 좋지 않아서인지 여산 앞서 가버리고 보이지도 않는다. 좀 쉬며 간식이라도 먹고 싶은데 그냥 가버리네?

부지런히 쫓아 내려가는데 다리 아프다더니 보이지도 않는다.
내려서니 바람이 좀 잔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자리를 펴고 점심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들한테 수염난 사람 안 내려갔냐고 하니 못 봤다고...
전화를 해도 꺼놓아 통화도 안된다.
우리도 단체팀과 좀 떨어진 곳에서 쉬면서 장수샘이 타 주신 오미자 차와 대구 찰떡을 먹고 있으려니 여산 전화.
잠시 사진 찍는 새 우리가 앞질러 왔나보다. 기다리니 바로 나타난다.
떡은 싫다고 해 오미자차만 한잔 마시고 출발.


길은 오르내림이 급하지 않고 길도 오솔길이라 좋았는데...

하산길은 조망이 안 보여 꽝이라는 여산. 무령고개에서 정상까지만 다녀오면 충분하다나 뭐라나?
그래도 산을 처음부터 끝까지 밟아보는게 난 좋던데....


내려오니 햇살도 퍼지고 따뜻해 지다...

부지런히 내려왔다. 13;20.
단체 버스가 보이는데 우리가 자기네 후미팀인줄 알고 반겨준다.ㅎㅎ
잘 하면 장계나가 대구가는 14:40 버스를 탈 수 있을것 같다.
일단 출발. 두 언니들은 봉화산에서 거의 하산 했다고 한다. 시간이 맞으면 만나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다음 버스는 2시간 이후라 너무 늦을것 같다. 그래서 봐서 푸르름과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장계 터미널에 오니 14:00.
표 사고 늦은 점심 먹기.


터미널 뒤 장계식당.

식당 한곳은 문을 닫아 갈곳 없어 들어간 식당.
헌데 의외로 음식 맛이 좋았다. 배추전은 더러 먹어봤는데 이곳엔 무전까지 부쳐준다.
후다닥 점심 먹고 장수샘이 주신 장수사과로 마무리.
산이슬 차 타고 떠나고 우리도 출발.

금산휴게소라고 푸르름 전화.
우리도 금산휴게소에서 푸르름 만나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다시 출발.
생각보다 많이 밀리지 않고 중부타고 평촌에 오니 19시가 채 안된 시간.
마눌님 잘 태워다 줬다고 나무천사가 저녁 산다고 나왔다.
범계역 근처에서 칼국수로 마무리. 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 여산은 일산으로~
산이슬 월욜 오마니 치료차 올라온다고 해 일욜도 만나 산에 가기로.

두 언니들 덕분에 행복한 12월 놀토 주말이었다.
봄되면 철쭉보러 갈 예정인데 귀찮아 하시진 않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