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김형영(1945∼ )
아침마다 숲길을 거닙니다.
움 트고 새 날아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도
숨구멍은 저절로 열리고
가지에 바람이 흔들립니다.
발걸음이 빨라지면
나무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속상한 날이건 즐거운 날이건
그런 건 다 내뿜어버리고
제 생명의 입김 실컷 마시라 합니다.
숲 속 한 시간으로
하루 스물 세 시간이 편안합니다.
어제 마신 술은 냉수가 되고
피운 담배도 안개처럼 걷힙니다.
오늘도 숲길을 거닙니다.
비가 오면 비와 더불어
눈이 내리면 눈과 더불어
바람이 불면 바람과 더불어
나는 날마다 오늘입니다.
가난하게 선종하신 추기경님 딱 하나 손에 꼭 쥐고 가신 나무 묵주(<9ED9>珠). 한마디 말 건네지 않아도 그 청빈한 사랑 온 세상 향기롭게 퍼집니다. 바보 별님 되어 오늘도 말없이 그 나무 묵주 사랑 굴리시겠지요. 이 시에서 나무들 모두 추기경님 그 사랑의 영성 지니고 있네요. 생명의 숨결 한껏 불어넣어 만물의 숨구멍 열어주며 사랑의 천지 창조하네요. 고마운 나무, 내일 그런 사랑 심는 식목일이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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