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지리에 들다- 그 첫날 (8/4~6)

산무수리 2009. 8. 8. 23:27

지리산에서/이성부


날카로운 산봉우리는
부드러운 산등성이를 사랑하기위해
저혼자 솟아 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걷는 모습을 보고
저 혼자 웃음을 머금는다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어찌 곧추선 칼날을 두려워하랴
이것들이 함께 있으므로
서로 사랑하므로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이 익는다
용솟음과 낮아짐
끝없이 나를 낮추고
속으로 끝없이 나를 높이는
산을 보면서 걷는길에 삶을 뜨겁구나
칼바위가 
부드러움을 위해 태어 났듯이
부드러움이
칼날을 감싸 껴안는 것을 본다

 

만나는곳: 2009.8.4 (화) 23:00 수원역

코스개관: 구례구-성삼재-노고단-임걸령-화개재-연하천-벽소령-세석(1박)-장터목-제석봉-천왕봉-법계사-중산리

멤버: 산미인 5명.

날씨: 첫날은 멋진 운해를 보는 환상적 날씨였으나 오후부터 개스가 끼어 시계가 나빠지더니 둘째날은 산행 시작 후 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오리무중의 산행을 함.

 

영등회 새내기 오샘의 스케줄에 맞춰 잡았던 날짜기 우여곡절 끝에 6명에 멤버가 다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산이슬 빼고는 종주가 처음인지라 욕심 부리지 않고 2박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럼 배낭 무게때문에 자칫 더 힘든 산행을 하게 될것 같아 1무1박2일의 산행을 하기로 결정.

첫날 벽소령에서 1박을 하면 일정상 무리가 없는데 대피소 예약 실패. 날짜도 하루 미루었다 그 역시 대피소 예약에 맞춰 변경.

나름대로 시간 맞춰 연습을 하긴 했지만 지리가 어디 만만한 산이던가...

출발 전날 진순의 전화. 몸이 안 좋다고 어찌해야 하냐고 전화. 많이 힘든거 아니면 가 보는게 어떠냐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헌데 출발 당일 10시. 신도림역까지 갔다 토하고 해서 도로 내렸단다.

몸이 안 좋은데다 긴장까지 해 잠도 제대로 못 자 컨디션이 완전히 제로인것 같다. 괜히 갔다 민폐 된다고 하고 전날 말리지 않은게 마음에 걸려 안 가는게 좋겠다고 했다.

 

쫀누나와 10시 범계역에서 만나 수원역에 가 기차표 한장 환불하니 1시간 전이라 10% 위약금을 냈다. 호샘은 용산역에서 타면서 여수행 맞냐고 전화. 고천사는 영등포에서 탔다고 문자.

수원에서 만나니 고천사 새로 산 배낭도 모자란지 휴대용 아이스박스까지 들고왔다.

아니 왜? 그런건 고수나 들고 다니는거야. 그거 손으로 들고 가려고? 배낭 무게도 장난이 아니다. 물 1L 에 빈 물통 하나 들고오라니 두개 다 채워 얼려 왔단다.

승객 중 반은 등산복이다. 아무튼 비몽사몽 억지로 잠을 청했다. 내려서 뛰쳐 나가 버스를 타야 앉아서 갈 수 있다 주의를 주었고..

 

3:20 구례구 도착. 나름 빨리 나가려고 나가 무사히 버스승차. 산이슬 대구에서 어제 내려와 찜질방에 있다 터미널에 와 있다고. 버스 서서가도 못탄 백성들 버스 한대 다시 보낸다고 기다리라는 기사.

이 버스가 성삼재로 가는걸로 아는데 일부 백성들이 터미널에서 내려 산이슬 무사히 앉았다. 작년 버스 늦게 타 서서 성삼재 가는데 멀미나 죽을뻔 했다. 올해는 앉아서 가니 잠까지 오네?

4시경 출발. 40분 성삼재 도착. 이 시간 휴게소에 불이 켜 있는것도 처음 본다.

오샘 너무 급하게 짐 싸느라 모자까지 놓고 왔단다. 할 수 없이 내 모자 하나 빌려주었다.

 

성삼재 화장실에서 짐 다시 정리하고 스틱 뽑고 고천사 아이스박스를 억지로 내 배낭에 넣으니 배낭 키가 너무 높아 머리를 쳐들 수가 없다. 거의 50분 걸려 노고단 도착. 일단 이곳에서 싸 가지고 온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마침 테이블 자리가 나 밥 먹고 화장실 들렸다 물도 뜨고 출발. 아이스박스는 도로 고천사한테 버렸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으니...

하늘빛이 점점 예뻐져간다. 마음이 바쁜데 아는지 모르는지 여유 만만인 지리 초행자들.

 

 대대피소 앞에서 본 하늘

 

 

  

 

 바로 이맛이야...

 

노고단에 올라섰다.

운해가 넘실거리는 지리. 정말이지 그 모습. 지리에 여러번 왔어도 이런 모습은 또 처음 만난다.

여산이 왔다면 참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 빨리 몸이 회복 되 지리에 들 수 있겠지?

지리에 처음 와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는건 정녕 축복이다 싶다.

젊은언니 셋이 사진을 찍어 달라신다. 올해 64이라는데 지리 종주는 처음인데 대피소 예약을 안 했다니 안 재워준다고 그냥 하산하라 했다고...

언니들 나이이고 여자면 어디든 주무실 수는 있다 했다. 우리 나이고 가능하다고... ㅎㅎ

 

다들 황홀해 사진 찍느라 바쁘다. 우리도 사진 몇장 찍고 지리 종주의 첫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그 많던 사람들이 휴게소에서 밥 먹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한갖진 종주의 길. 바로 지리만의 특징인것 같다. 그 많은 사람이 지리에 품에 들어왔는데도 막상 등산로에서는 별로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

 

 돼지평전 지나 시계가 조금 트인 곳에서

 

오늘 산행이 긴지라 무리하지는 말고 덜 쉬고 가기로 한다. 다행히 처음 산행 시작때만 쫀누나가 저혈당으로 좀 메시꺼워 한것 이외에는 쉬냐고 물어보면 다들 괜찮다고 해 조망이 좋은곳 아닌곳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가니 가끔씩이지만 추월까지 하면서 가게 된다.

한팀은 민요를 배우는지 노래를 연습하면서 가는데 연습부족인것 같다. ㅎㅎ

 

 

 

 임걸령에서

 

임걸령이다. 물 받고 간식도 먹고 한참 쉬었다. 아직 운해가 깔려있어 보기만 해도 황홀하다.

 

 

 

 노루목에서

 

노루목에서 마음 같아서는 반야에 가고 싶었다. 이런날 반야에 가면 조망이 죽여줄텐데...

허나 초보와 함께 세석까지 가는것만 해도 무리인데 반야까지 욕심 내다가는 가다 지칠테니 눈물을 머금고 반야를 뒤로 하기로 한다.

이곳에서 한팀은 오늘 연하천까지 간다고 한다. 그럼 반야에도 배낭 매고 다녀오시라는 산이슬. 그래도 시간 너무 많이 남는다고...ㅎㅎ

 

 

 

 

 삼도봉에서

 

삼도봉은 점점 멀어져 가는곳. 삼도봉이 점점 늦게 나타난다. 연하천쪽으로 이사를 간것 같은 이 착각.

그래도 삼도봉에 오면 지리에 들었다는 실감이 든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아주 멋지긴 한데 햇살이 너무 뜨겁다.

 

 

 

 

 

 토끼봉에서 본 반야

 

토끼봉 올라가는데 고천사 다 죽어간다. 산이슬과 먼저 앞에서 진행하니 쉬지도 않고 간다고...

예전엔 토끼봉 가는 길이 제일 힘들었는데 토끼봉은 앞으로 이사를 한것 같고 갈 수록 연하천은 멀어만 간다.

조바심 치며 기다려서 더 그런듯...

산이슬과 먼저 연하천까지 거의 쉬지않고 갔다. 그래봐야 내 속도는 굼뱅이.

후미 도착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것 같고 산이슬 배낭 무게도 너무 무거운지라 노느니 점심을 라면 대신 밥을 하기로 했다.

역시나 연하천에는 사람이 많다. 더워서인지 취사장이 오히려 한갖져 땡볕을 피해 취사장에서 밥을 하고 있으려니 다 되기도 전 도착한 세사람.

조금 기다렸다 점심을 먹고 먹고 남은 밥은 아침에 도시락 쌌던 그릇에 펐다. 여기서 벽소령까지는 그래도 밥도 먹었고 한번 끊어 주어 좀 나은데 벽소령에서 세석까지가 정말 멀다.

 

 

 벽소령 가는 길 지리의 상징 중 하나인 고사목. 헌데 이 고사목이 너무 많이 낡아 버렸다. 곧 쓰러질것 같다.

 

세사람은 연하천에서 가는길 지도도 확인하고 여유가 있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는 내가 제일 없는것 같다. 자격없는 무늬만 대장인거 맞다.

일단 벽소령까지는 함께 가기로 했는데 마음이 바빠 기다릴 수가 없다.

 

 

 벽소령 가는길

 

벽소령에 가니 2시간이 좀 덜 걸렸다. 지친거에 비하면 다행이다 싶다. 문제는 후미가 도착하지 않는데 조급해 기다릴 수가 없다. 세석에 먼저 가 대피소 예약 하기로 했기에 둘이 먼저 출발.

 

 벽소령 지나자마다 보이는 꽃, 꽃....

 

 선비샘에서

 

선비샘도 점점 멀리 이사가는 곳 중 하나.

1시간 꼬박 걸려 겨우 선비샘 도착. 어찌나 지치는지 정말이지 나는 물론 후미팀 걱정이 많이 되었다.

산이슬이 준비한 미숫가루도 먹고 매실물도 마시고 먹을 수 있는 건데기, 국물 닥치는 대로 먹었는데도 기운이 없다.

이건 나이 탓인가 물리적 체력 저하인가 아니면 안 지던 배낭 무게 때문인가...

 

 

 이곳 올라가는데 정말이지 죽을것 같았다..

 

그나마 선비샘 지나 뒤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먼저 가라 보낸 사이 산이슬이 앞으로 나가 세석까지 만나지 못했다.

산이슬은 내가 앞서 간 줄 알고 마주오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이 한 여인이 홀로 지나갔다고 해 더 부지런히 갔다고...

이 여인은 내가 아니고 홀로 화대종주를 하는 사람인데 노고단에서 만나 간간히 마주치던 사람이다. 대피소 예약도 안하고 세석, 치밭목에서 박할 예정이라고...

세석에 아무래도 6시까지 못 갈것 같은 조바심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계속 통화중. 산이슬이 먼저 자리배정 받으러 간 줄 알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 나름대로 쉬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세석을 향해 갔다.

날씨는 벽소령 지나면서 가스가 차 올라 시계가 조금씩 나빠져가니 조망도 흐리도 사진 찍을 기운도 없어 그냥 갔다.

 

 드디어 세석평전이 보이고...

 

 

 정말이지 세석만 보면 마음이 찡해진다. 오늘도 무사히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마음에...

 

다행히 6시 이전 세석 무사히 도착.

내가 도착하니 아주 많이 반가워하는 산이슬. 그새 홀로 화대종주 하는 여인과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진순이 대피소 자리를 이 여인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그럼 우리는 위약금 안 물어도 되고 그 여인은 자리배정 널널하게 받고...

우리 테이블 한쪽에는 부산에서 홀로 지리종주에 나선 사나이가 앉아있다. 우리팀 오려면 한참 멀어 자리 지키는데 도움도 되고 이미 한 테이블 차지하고 있다 단체팀에 밀려나 여기에 앉아 있는 거라고...

산이슬이 떠온 물로 우선 밥과 찌개를 앉히고 이런 저런 이바구를 나누면서 후미를 기다렸다.

 

40여분 지나니 쫀누나, 오샘이 먼저 오고 바로 뒤 고천사가 들어선다.

도중 통화를 했는데 자리 배정도 이미 받았고 밥도 해 놓을테니 빨리 올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안전하게 와 달라 당부를 했다. 셋 다 힘들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씩씩하게 들어선다.

해 놓은 밥과 미산팀에서 배운 베이컨과 파프리카 볶음을 삼겹살 대신해 우리도 허기도 져 부지런히 먹었다. 입산주가 없는데 부산 사나이가 한잔 주어 입산주 흉내도 냈고...

 

 

 갑자기 보름달이 평전 뒤에서 둥실 떠 오르다...

 

담요표 나누어 주고 대충 정리하고 씻고 숙소에 들어오니 한갖진 자리를 달라고 했더니 1층 출입문 제일 가까운 자리다.

대피소가 처음인 백성이 두명이나 있지만 생각보다 적응 잘 해 염려보다는 잘 잔것 같다.

대피소도 여자 숙소는 많이 붐비지 않았고 조용한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