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지리에 들다-둘째 날 (8/6)

산무수리 2009. 8. 12. 00:35

‘한하(閑夏)’-조정권(1949~ )


이끼 젖은 석등(石燈) 위로 기어오르는 법당다람쥐들 한가롭고

마당의 꽃 그림자 한가로이 창 앞에서 흔들린다.

모시 발은 앞과 뒤가 모두 공해서

푸른 산빛 맑은 바람 서로 깨친다.


발 드리우는 여름. 아무리 촘촘한 대 발 모시 발이라도 반투명. 나뉜 듯하면서도 안과 밖, 몸과 마음 한 가지. 다람쥐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한가하고 꽃 그림자 한가로운데 부지런히 흔들리고. 동식물, 부지런함과 한가함 불이(不二)이니 편안할 밖에. 그런 공(空)한 발 하나 드리우면 어디든 푸른 산빛 맑은 바람 서로 깨치는 여름 산사(刪붇)일 밖에. <이경철·문학평론가>

 

4:00 산이슬과 일어나 아침을 한다. 쫀누나도 금방 쫓아 나왔다.

아침 메뉴는 들깨미역국. 어제 남은 밥도 있지만 배낭무게도 줄임겸 해서 오늘 점심으로 주먹밥을 먹기로 했다.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길이 축축하고 일찍 떠나는 사람은 비옷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

아침 다 해 놓고 고천사와 오샘을 깨워 아침 먹고 고천사표 주먹밥 싸고 짐 정리하고 출발하려니 부산인이 일어나 단체사진 한장 부탁하고 출발한 시간이 6:30. 비가 내리지 않은건 천만다행이지만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는게 안타깝다.

 

 촛대봉 가는길

 

 연하봉 가는길

 

 바람이 불어 가스가 걷길 기대했건만

 

 연하봉에 오니 비가 제대로 내리기 시작.

 

 그나마 하루 일찍 지리에 오길 잘한것 같다

 

8:20 장터목 도착

 

세석 출발해 조망도 꽝이고 비도 내리기 시작하니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오샘은 비옷 준비를 전혀 안 해 왔다고..

비가 안 올줄 알았다고...

아쉬운대로 내 얇은 잠바와 배낭커버를 빌려주긴 했는데 아무래도 비닐우비라도 입는게 나을것 같아 장터목에서 사서 착용.

장터목 주변도 아침 일찍 내리는 비로 어수선하고 심란하긴 마찬가지인것 같다. 산에 와 내리는 비는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비가 안 오는날이 더 좋은건 인지상정.

 

 

 제석봉 가는길

 

제석봉 올라가는 계단이 오늘따라 더 급경사로 느껴진다. 비가 와서인지 이곳도 한갖지다. 가끔씩 반대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참 부지런도 한다.

두 어르신이 지팡이, 운동화 바람으로 하산중. 정말이지 대단타.

 

 제석봉 지나 천왕봉 가는길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곳 대부분을 그냥 지나치게 되고...

 

 통천문 앞

 

통천문 지나고 천왕봉 아래 바람 불지 않는 곳에서 산이슬이 기다리고 있다.

홀로온 등산객이 간식이 많이 남는다고 해 초코렛을 나누어줘 먹었다. 아침을 먹었는데도 기운도 없어 먹는힘으로 버텨 가야할것 같다.

정상에는 비가 내리는대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다.

카메라도 김이 서려 정상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바쁘게 출석부 찍고 바로 하산모드로...

 

 천왕샘

 

천왕샘으로 내려서는데 비가 많이 오진 않지만 그칠듯 그칠듯 내리고 조망은 완전 꽝.

정말정말 아쉽다.

산이슬과 내가 먼저 내려가 라면 끓여놓기로 하고 둘이 부지런히 하산.

세사람은 다리도 풀리고 계단은 급경사고 정말 힘들었을거다.

어찌 아냐고? 나도 이렇게 힘든걸?

 

 법계사

 

법계사은 안 보고 샘에서 물 뜨고 로타리 대피소 자리하나 겨우 차지해 물을 끓이는데 안 내려온다.

한참만에 셋이 내려와 라면끓이고 아침에 싼 주먹밥으로 점심을 해결.

이젠 정말이지 얼마 남지 않았다. 끝까지 안전하게 하산하자 다짐하며 출발.

다행히 비는 완전히 그친 모드.

 

 망바위

 

망바위지나고 급경사 계단길은 일단 끝나고 계곡과 갈림길이 나오면 이제야 하산을 실감하게 된다. 헌데도 여기서도 생각보다 길게 내려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칼바위

 

계곡이 보이고...

 

칼바위도 지나고 계곡이 보이고 야영장이 보이면 오늘 산행 끝.

30분 기다리니 세사람도 무사히 도착. (14:20)

단체 사진 한장 찍고 내려오니 잘하면 원지 나가는 차를 탈 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 또 쉬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걸어내려오니 어느새 산이슬이 차표도 끊어 놓고 아이스크림까지 사서 기다리고 있다.

차를 탔다. 아직 시간도 이른 편이라 목간하고 저녁먹고 가기로 하고 17:50차를 전화로 예약.

헌데 막상 원지에 나와보니 여름엔 목욕탕을 하지 않는다고. 저녁 먹기도 너무 이르고...

이럴줄 알았으면 중산리에서 세수하고 발이라도 닦고 올걸...

바로 다음차는 매진되 16:50차 예매하고 산이슬 먼저 보내고 기다리다 승차.

휴게소에서 대충 때우고 3시간20분 만에 남부터미널 도착.

 

능력도 안되면서 욕심으로 지리산 종주를 추진해 어찌 되었던 무사완주.

산이슬 친구의 도움이 없이는 정말이지 더 힘든 고행이었을것 같다.

종주 처음인 친구들도 힘든데도 별 내색 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와줘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두루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