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여행자/유문호
1
길에서 사랑 하나를 주웠다. 내가 그를 주웠든지 그가 나를 향해 걸어왔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금 보푸라기 같은 감정들이 귀를 열고 올을 세우며 가늘게 눈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내가 그의 곁으로, 그가 내 곁으로 왔다.
2
나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 그가 나의 마음에 와 닿은 것이든 내가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든,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나와 그, 지금은 우리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눈물겹게 꽃은 피고 있다는 것. 어떻게 하면 이 여행을 평온하고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것. 그가 나와 함께 간다. 오래지 않아 해는 짧아지고 추워질 것을 예감한다. 그러나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랴. 그가 내 옆에서 아주 산다.
산행일: 2011.6.5 (일)
코스개관: 효제고개-문박산(337.8m)-박정거리-오류골임도-여주재(210m)-천마봉(422m)-큰골고개(238m)-오봉산(구봉산: 498m)-공덕재 (9:30~5:40)
날씨: 무더웠던 여름날
멤버: 당나귀 12명
아침 버스를 타니 헐렁하다.
고정 멤버 넷이나 빠졌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주 오랫만에 참석한 회원이 셋이나 된다는것.
오늘이 홈 커밍 데이인가?
회장단에서 공을 많이 들여 참석한것 같다.
손사장은 재배한 더덕으로 더덕 슬러쉬를 해 가지고 왔는데 어깨가 아직 아파 지고는 못 간다고 해 차 안에서 부터 더덕 먹는 호강을 했다. 더덕 안 싸와도 되니 계속 나와 주는게 젤로 반갑다.
오늘 산행 기점은 고추밭 사이길로 올라가니 나무와 넝쿨이 우거져 그윽한 분위기.
경사는 완만한데 넝쿨이 보자를 잡아당겨 자꾸 벗겨진다.
선두는 문박산 인증샷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
암도 몇번 건너고 길에 내려서니 박정거리라고 내 동생이 살지 않냐고?
마침 가게가 보여 우리 동네 온 기념으로 하드를 쐈다. 주유소 옆 그늘에서 먹으니 참 시원하고 좋았다.
가다 점심을 먹었고 총무님표 더덕 슬러쉬도 마셨다. 헌데 오늘 날씨가 정말 더웠다.
작년 충북알프스 구병산이 생각날 만큼의 날씨다. 버스에 맥주 12캔을 놓고 왔다고 여주재 휴게소에 가면 버스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문 닫은 여주재 주차장 그늘에서 우리 버스를 만나 맥주를 마시는데 정말이지 시원했다.
여기서 넷이 남고 8명이 끝까지 가기로 했다. 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막상 차 안에서 기다리는건 후회가 많이 되는지라 출발.
30여분 빡세게 올라가는데 오늘은 작가님도 힘드신가 보다.
한병 남은 더덕슬러쉬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중도 탈락자와 종주자의 차별화를 둬야 한단다. ㅎㅎ
보람 수목원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나무를 잘 심어 놓았다. 원래는 능선길이 맞는것 같은데 수목원 조성하면서 막아 놓아 부득이 임도길을 많이 걷게 되었다.
마지막 봉우리는 오봉산도 무사히 찍었고 쪽동백도 확실하게 배웠고 꽃이 특이한 봉황삼도 알게 되었다.
모르는게 없는 총무님 덕분에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결해 주어 정말이지 너무 좋다.
후미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 남은것 먹다 먹다 남겼고 총무님 얼음물도 아직 반도 더 남았다.
공덕재에 내려오니 선두는 정상 인증샷도 찍지 않고 내려와 기다리고 있는데 여주재에서 산행 끝낸 사람들은 배가 고프다고 오리집에서 오리 먹다 우리들 하산 했다고 먹던걸 싸 가지고 온다나 뭐라나?
오리집에서 넷 태우고 예산 시내에서 군청에서 추천한 삼우갈비 집에서 냉면 먹기.
6000원인데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고 미리 전화로 예약해 놓아서인지 양이 많았고 맛도 좋았다.
출발이 늦어 귀가가 늦을줄 알았는데 국도로 이리저리 잘 돌아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무사히 안양 입성.
오늘 구간이 금북 중간 지점쯤 되는 곳이라고 한다.
날이 더워 짧은 구간은 한 여름에 하려고 남겨 놓았다는데 이젠 정말이지 여름 산행 대비를 해야겠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 구간을 이어갔다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이 작가님 사진,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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