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지리에 들다 (7/24~26)

산무수리 2011. 7. 29. 10:14

‘그늘 속에는’ 중-양문규(1960~ )


 

하늘 받든 은행나무는 안녕하신지?

햇살 푸지도록 환한 날

다시 천태산 영국사로 든다

은행나무는 낮고 낮은

골짜기를 타고 천 년 동안 법음 중이다

해고노동자, 날품팔이, 농사꾼

시간강사, 시인, 환경미화원

노래방도우미, 백수, 백수들……

도심 변두리에 켜켜이 쌓여 있는

어둠이란 어둠,

울음과 울음의 바닷속을 떠돌던

사람이란 사람 모다 모였다

가진 것 없어 정정하고

비울 것 없어 고요한

저 은행나무 그늘이 되고 싶은 게지

국토 한가운데서 국태민안(國泰民安) 기원하는 천년 고찰 영국사(寧國寺). 천년 넘은 은행나무 그늘 부처님 오지랖처럼 넓어 시대의 낙오자 백수들 다 품는가. 안겨 욕심 씻는 청정한 안심입명(安心立命) 법음(法音) 듣는가. 은행나무 부처님 품도 좋은데 나라가 품어줘야 두루두루 안녕일 것을. <이경철·문학평론가>

 

산행일: 2011.7.25~26

코스개관: 성삼재-노고단-반야봉-연하천-벽소령-세석(1박)-장터목-천왕봉-순두류

날씨: 첫날 오전엔 운해 깔리고 멋진 경치였는데 점차 오리무중이 되 가더니 저녁 무렵 다시 조망을 잠시 보여줌.

둘째 날은 새벽부터 뿌연 안개속을 해매다 천왕봉 지나고 법계사 가까워지니 비가 내리기 시작. 순두류로 하산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내리는 비.

 

지난 겨울 동계지리에 도전했다 날씨 때문에 세석으로 하산했던 이감탄.

하계에 다시 지리에 가자 하니 흔쾌히 동의. 여산와 함께 날짜 맞추고 대피소 예약까지 성공.

원래 여산의 희망사항은 장터목에서 1박 더 하고 널널하게 가면서 대원사로 하산을 마음 먹었는데 정잘난께서 2박은 싫다고 우기는 바람에 1박으로 진행. 대피소도 벽소령, 세석 다 예약이 되어 있는데 벽소령에서 자기 싫다고해 세석으로 정하긴 했는데 가기 전부터 걱정이 앞선건 사실이다.

 

영등포에서 타고 온 두 사람을 수원에서 만나 취침모드로 가는데 출발 전부터 비가 내려 우산까지 챙겨 오려니 짐만 더 늘어났다.

넘들은 못잤다는데 나는 그래도 눈 부치고 자고 곡성에서 깨서 짐 챙기고 잽싸게 내려 버스 앉아서 가기 성공.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 다행이다.

버스 타고 성삼재 도착하니 뿌옇다. 일출이고 뭐고 비만 안 내리면 다행이다 여기며 노고단까지 쉬지않고 진행.

취사장 밖 테이블은 차 있어 대피소 안에서 떡만두국을 끓여 먹었는데 맛이 영 아니다.

본격적 산행 출발~

 

노고단을 출발하며..

 

 

 

 

 

 

 

 

노고단에 올라가니 희부염 하긴 하지만 해가 떠 있다. 사진 찍고 진행 하는데 앞이 조금씩 트이고 운해가 보이기 시작.

세석까지 널널하게 갈 수 있다고 반야 들렸다 가자는 정잘난. 조금 염려는 되었지만 조망에 대한 욕심으로 반야를 들리기로...

 

 

 

 

 

 

 

방학이어서인지 학생들 데리고 온 팀들이 의외로 많다. 대부분 사람들은 벽소령까지 간다고 하고 일부 팀들은 2박 한다고 한다. 우리만 젤로 바쁜것 같다.

막상 반야봉 가는 길은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아 호젓하다. 우린 배낭 갈림길에 내려놓고 올라가는데도 왜 그리 힘이 든지...

여산은 몸이 완전히 회복 된 줄 알았는데 오르막에서 예전 증세가 나타나 염려가 되었다. 아무튼 빈 몸으로 겨우겨우 반야에 오르니 홀로 온 젊은 청춘이 두명이다. 한명은 배냥 지고 올라왔고 한명은 우리 배낭 벗어 놓은것 보고 자기도 놓고 왔다고...

두사람 다 벽소령에서 1박 하고 장터목에서 2박을 한다고... 둘이 친하게 지내라 하고 서로 사진 찍어주고 갈길 먼 우리 먼저 내려왔다.

 

 

 

 

 

삼도봉에서 사진 찍고 화개재 내려갔다 토끼봉 올라가는 길은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덜 힘이 든데 여기서부터 연하천까지는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한다.

아무튼 여산 컨디션도 그렇도 나도 힘 딸려 천천히지만 가니 다른 팀들을 추월까지 해 가면서 간다.

막상 지리에 가면 처음 종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배낭 무게때문에 개고생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어찌 겨우 연하천에 다다랐는데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사고가 난것 같진 않고 쓰레기라도 수거하나 했더니 통통을 치우는거라고....

 

 

헬기가 앞으로 더 떠야 한다고 짐을 못 풀게 한다. 그렇게 헬기 피해 대피소 서너번 들락거리는 민방위 훈련 하다 30분 정도 까 먹었다. 헬기는 날씨가 더 뿌애 지면서 뜨질 못했고...

떡라면 끓여 점심으로 먹었고 물 떠서 다시 출발.

 

 

 

 

벽소령에서 자면 얼마나 널널했을까 계속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일단은 벽소령까지는 무사 도착. 잠시 쉬고 간식 먹고 다시 출발.

이번 산행에 땀 많이 흘리는 여산을 위해 신샘에게 부탁해 포카리 가루 1박스를 사다 주어 물에 타 마시면서 오는데 여산보다 이감탄이 더 많이 먹는다. 오전 오후 1개씩이면 될것 같아 4개만 들고 왔는데 아무래도 부족할것 같은 예감.

 

 

 

 

물을 선비샘에서 보충하기로 하고 벽소령에서 출발했는데 선비샘은 왜 또 그리 먼지...

헌데 우리 말고도 세석으로 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쳤는지 우리 못지않게 굼벵이다. 우리가 이 모든 팀들을 제끼고 선비샘에 제일 먼저 도착. 포카리 하나 타서 먹고 힘내고 가득 채우고 세석을 가니 배낭이 무거워져 안 그래도 기운 빠졌는데 더 힘들다.

 

 

 

 

 

 

6까지 도저히 도착 못할것 같아 정잘난 먼저 보내고 셋이 조금은 여유롭게 걷는데 가스가 조금은 걷힌듯한 느낌.

세석가는 머나먼 길, 계단과 오르내림.

그래도 긴 오르막 거의 다 올라가 돌아본 퐁경에 멀리 천왕봉, 장터목 대피소를 보여주더니 영신봉 가기 전에는 반야까지 보여준다.

우와~ 내일 날씨가 좋을것 같다는 희망사항을 갖고 세석에 도착하니 정잘난 입이 한자는 나와 있다.

여산이 힘들어해 무거운 짐 져 주고 내 짐도 당연히 져 배낭 무게가 무거웠는데 7시까지만 오면 되는데 난리 쳤다고 시비다.

나도 몰랐는걸?

 

 

밥 다 해 먹고 들어가기로 해 밥 자리를 찾으니 밖의 테이블은 자리가 날것 같지 않다. 차라리 취사장에서 해 먹자고 해 들어가니 우리 밖에 없다.

우와~ 힘이 들어 밥상에 올라 앉아서 뭐라 하는 사람 없어 좋았다. 넓게 자리잡고 앉아 밥과 된장찌개로 저녁 먹기. 냉장고에 두고 온 오리고기를 아쉬워 하면서...

그래도 이감탄표 겁나게 맛있는 김치와 고추장 볶음과 잣 들어간 멸치볶음. 우리들 반찬은 꺼내 보지도 못하고 깨갱 했다.

밥 잘 먹고 간이로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담요 받아 대피소 들어가니 여탕은 널널하다.

여기저기 힘들어 죽을뻔 했다는 무용담을 들어가며 비몽 사몽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