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1 산행기

지리 태극을 꿈꾸었으나... (9/10 밤머리재-진자마을)

산무수리 2011. 9. 17. 00:00

미안하다 - 이희중 (1960 ~ )


꽃들아 미안하다

붉고 노란 색이 사람의 눈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고마워한 일

나뭇잎들, 풀잎들아 미안하다

푸른 빛이 사람들을 위안하려는 거라고

내 마음대로 놀라워한 일

꿀벌들아 미안하다

애써 모은 꿀들이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기특해 한 일

뱀 바퀴 풀쐐기 모기 빈대들아 미안하다

단지 사람을 괴롭히려고 사는 못된 것들이라고

건방지게 미워한 일

(후략)


이 시를 읽다 보면 ‘미안하다~내 마음대로’의 시어 사이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선한 눈빛의, 마치 6월의 나뭇잎처럼 윤기 나는 얼굴의 한 시인. 늘 작은, 하찮은 것을 굽어보며 그것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 그리고 그 작은, 하찮은 대상들에게 겸손히 미안함을 중얼거리는 한 사람. 그의 ‘~들아 미안하다’라는 시구는 ‘순간객관화’를 이룬다. 그 ‘객관화’에 힘입어 시 앞에 앉은 당신은 얼른 ‘순간성찰’을 얻는다. 이 점이야말로 아침마다 시 한 편씩을 읽는 묘미이리라. <강은교·시인>

 

 

산행일: 2011.9.10 (토)

코스개관: 밤머리재-왕재-웅석봉통과-큰등날봉-운리-진자마을 (독도실패로 지리태극길이 둘레길로 끝남: 가야할 길은 등날봉-이방산-수양산-덕산교)

날씨: 비 내리고 가스가 끼어 조망 꽝인 날.

 

 

 

 

 

 

 

 

 

지리 태극 종주를 언젠가부터 숙원사업이었다.

헌데 지리 주능선 종주도 힘든처라 태극종주는 그야말로 꿈만 꾸고 있었다.

안내산행에서 지리 태극을 4번에 나누어 한단다. 저질체력이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가게 될지 몰라 일단 신청을 했다.

차 2대까지 넘치던 사람들이 비가 온다고 하니 한자까지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

6:30 탄 버스는 금산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목적지 밤머리재에 도착하니 11:30.

화장실 갔다 단체 사진 찍고 출발하는데 비가 내린다. 이젠 맞을 비는 아닌것 같아 처음부터 우비 입고 출발하는데 선두는 벌써 가 버렸고 중간 후미 그룹에서 힘겹게 올라가게 되었다.

 

원래는 덕산교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그럼 힘들어 오늘은 반대로 치는 거라고...

선두는 웅석봉을 들리지 않고 바로 뺀다는 말만 믿고 웅석봉 갈림길까지 겨우 도착하니 더 늦게 온 사람들도 웅석봉에 들리는데 조망도 안 보일테고 그래도 웅석봉은 와본지라 포기하고 다음 구간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갈림길에서 일부는 밥을 먹는데 난 밥도 안 싸온지라 떡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후미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바로 뒤에 쫓아와 길을 비켜주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안내 표시가 없다. 일단 이곳에서는 직진이 맞는것 같다는 의견으로 직진.

웅석봉까지 치고나면 길은 무척 순한 길이다. 날만 좋으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중간 길이 헷갈릴만한 곳이 나오긴 했지만 아무튼 다물학교와 백운계곡 갈림길 이정표까지는 무사히 왔다.

계곡으로 가지 말라는 말을 들은지라 직진 구간으로 계속 가기로 했는데 표지기가 있긴 한테 영 시원치 않다. 그래도 길은 이어지니 이 길이 맞는줄 알고 진행.

 

선두는 가버려 안 보이고 웅석봉 간 사람들도 보이지 않아 내려가는데 임도가 나온다.

임도에서 조금 내려가니 또 임도가 보인다. 헌데 여기서부터는 표지기가 없다. 아무래도 이길은 아닌것 같아 대장에게 전화를 해 보니 다 꺼져있고 통화가 안되고 한사람만 겨우 통화가 되는게 중장비 있는 곳에서 임도 따라 내려오라고 한다.

되돌아 올라가 임도에서 아무리 봐도 중장비가 안 보인다.

임도따라 내려가면 다시 등산로와 만난다는데 이건 등산로가 아니라 마을길과 연결되는것 같다.

그나마 비가 그친걸 다행으로 여기며 내려가보니 마을이 나온다.

벌초하는 마을 분에에게 물어보니 뒷산을 넘어갔어야 한다고...

6시까지 하산하라고 했는데 5시반. 우리가 내려온 길이 지리산 둘레길 8구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덕산교까지는 꽤 멀다고 한다. 걸어나오며 차를 얻어 타라는데 안 태워준다.

진자마을에서 택시를 불러 덕산교가니 우리가 1등.

조금 있다 정상 등산로로 간 선두가 도착한다. 후미 오려면 아직도 먼것 같다.

7시 넘으니 웬만큼 도착했는데 다리 풀린 사람 때문에 거의 9시 출발.

함께한 일행이 확인한 바로는 백운계곡쪽으로 내려갔어야 맞는 등산로라고...

선두대장도 알바를 했다고....

 

염두에 두었던 이방산, 수양산 등은 구경도 못하고 (후미가 이렇게 늦을줄 알았으면 반대로라도 올라가 볼껄 하는 후회는 나중에 든 생각) 허무하게 산행이 끝나 버렸다.

언제 또 이 길을 오게 될지....

 

-이웃을 잘 만나 독사진 많이 찍혔다.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