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골짜기에
몰래 핀 풀꽃 하나
숨어 사는 작은 꽃에도
귀가 있다.
나직한 하늘이 있다.
때때로
허리를 밀어 주는
바람이 있다.
초롱초롱 눈을 뜬 너는
우주의 막내둥이.
바위틈에서 한 포기 구절초가 순백의 꽃을 피웠다. 한 줌 흙에 묻혀 뿌리를 내렸다. 돌보는 이 없어도 장한 생명이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여린 뿌리는 단단한 바위틈을 비집는 고통을 겪었다. 땅속으로 뻗은 줄기와 뿌리의 속내가 궁금하다. 생각할수록 신비롭다. 파란 하늘, 맑은 햇살, 초록 바람, 때때로 비. 이쯤이면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한 살림살이로는 너끈하다. 하늘 나직해도 괜찮다. 꽃잎 끌어당기는 하늘, 가끔씩 허리를 밀어주는 맑은 바람에 구절초는 해마다 이맘때면 초롱초롱 맑은 눈을 뜬다. 한 뼘밖에 안 되는 구절초에 온 우주가 담겼다. 우주의 막내둥이가 펼치는 생명 예찬이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산행일: 2011.9/23~24 (금요무박)
코스개관: 밤머리재-도토리봉-왕등재-외고개-독바위-하봉-중봉-천왕봉-법계사-중산리 (3;30~15:30)
날씨: 이만하면 화창한 날씨
기타: 안내산행
사진촬영: 나무천사
지리 태극 2구간은 미답지인지라 꼭 가고 싶은데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 나무천사와 함께 가기로 했다.
오늘 동창 모임이라는데 시간이 촉박해 다음에 가기로 하고 집에 와 수신제가 하고 짐싸고 출발.
차는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갑자기 고속도로 나오는 길가에 세우더니 밥을 먹으란다. 휴게소를 그냥 지나쳤다고...
이 새벽 아침을 먹었고 3;30 부터 지난번 산행 기점인 밤머리재에 섰다. 코스가 코스인지라 두차나 되 사람이 거의 70명.
서다 보니 선두 그룹에서 가게 되 부담 백배인데 오늘은 지난번과 달리 속도가 많이 빠르지 않다. 무거운 짐, 디카까지 다 나무천사 배낭에 들어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가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알고보니 선두 대장 컨디션이 좋지 않아 쉬며쉬며 가는것.
헌데 앞에서 쭉 빼 줘야 대열이 밀리지 않는다고 선두 사람들은 가자고 재촉이다.
도토리처럼 생겼다는 도토리봉은 헬기장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드디어 금줄을 넘어서나보다. 뒷사람 핸드폰 번호를 알아놨다 여챠하면 전화로 알려주라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들어서면 빼도 박도 못하지 싶다.
6시경 되니 해가 뜬다. 나무에 가려 시계가 좋지 않다. 오늘은 디카도 포기한지라 나무천사가 사진 찍고 천천히 간다고 앞서 가라고 한다.
죽어라 가니 걸음 느린 사람들을 추월까지 해 가면서 갔다.
키높이의 산죽이 드디어 나타난다. 얼굴을 맞아 가면서 마냥 걸었다.
왕등습지는 아주 한참만에 나타났다.
막상 사진에서만 보던 곳을 오게 되었는데 실감은 잘 나지 않는다.
길은 비교적 순하다.
헌데 아침이 되 가면서 날이 더워지니 갑자기 체력이 딸리는 기분. 오늘도 쉽지 않을것 같다.
후미 사람들은 보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곳에서 선두 그룹이 쉬면서 아침을 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아침 대신 떡과 과일로 요기를 했다.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선두대장이 체해 쩔쩔매 사혈을 해 주었다.
성미 급한 몇몇은 이곳이 초행이 아니라고 대장 앞서서 가 버렸다. 우리는 대장 뒤를 쫓아가는데 예전에 알바하기 좋았다던 벽송사 갈림길도 지금은 표시가 다 되어 있어 염려보다는 길 잃을 염려는 적은것 같다.
밀로만 듣던 진주독바위를 드디어 올라가 보았다. 천왕봉도 보이고 조망이 아주 그만이었다.
청이당이라고 굿터라는데 이곳에 샘이 있다고 대장들은 밥을 먹고 간다는데 우린 중봉에서 밥을 먹기로 한지라 우리도 대장 앞서서 가기로 했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 염려를 했는데 바위, 나무 등에 흰 페인트로 천왕봉, 국골 표지를 해 놓았고 나무 등에도 야간에 볼 수 있는 형광물질을 달아놓은게 간간히 보인다.
힘은 들지만 금줄 밖으로 나가야 안심이 될것 같다.
처음 욕심으로는 11시 전까지 천왕봉에 도착하면 장터목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시간은 자꾸 가는데 하봉도 아직 도착 전.
하봉에 도착하니 선두팀들이 사진 찍고 막 출발하면서 벌써 왔냐고 반겨준다.
하봉 근처부터 풍경이 아주 멋져졌다.
헌데 그 하봉에서 중봉 가는길 정말 멀었다.
선두팀 한명도 체력이 급 고갈되었는지 힘들어하더니 추월하게 되었다.
겨우겨우 금줄을 넘어 중봉에도착.
선두팀 한명 뒷꼭지만 보았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간식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입맛도 별로 없다.
안 넘어가는 주먹밥을 먹고 천왕봉을 가는데 그야말로 굼벵이처럼 기어 갔다.
이쪽 길은 사람이 별로 없이 한갖지다.
요즘 태극종주를 주로 하는지라 대원사 하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헌데도 젊은 청년들이 복장불량으로 이 길로 내려서는데 여유만만이다.
시간 많이 걸리니 갈꺼면 빨리 하산하라 했다.
거의 기다시피 천왕봉 도착.
이곳에서 사과 먹고 파워젤을 하나 먹고 나무천사는 장터목을 거쳐 중산리로 가기로 했고 난 바로 중산리고 하산하기로 했다.
파워젤의 힘을 놀라웠다. 아프던 허리 통증도 사라지고 하산 속도가 느린 내가 하산시 많은 사람들을 추월할 수 있었다.
여름, 겨울과 달리 이 계절엔 1반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은게 특징.
한팀은 할머니 직전의 아지매 넷이 하산하는데 다들 다리가 아픈가보다. 손수건 등으로 무릎을 묶었고 그중 한명은 신발이 발을 벌리고 있어 압밥붕대로 신발까지 묶고 간다. 정말이지 웃음만 난다.
법계사에서 잠시 길등하다 칼바위로 하산하기로 했다.
헌데 순두류보다는 확실히 이 길이 길고 지루하고 막판 계단이 많아 정말이지 힘들었다. 무릎 통증도 서서히 나타나고...
장터목 갈림길에 남푠이 보인다. 불렀다.
빨리 내려왔다고 놀란다. 우연히 만난걸 신기해하며 하산해 버스있는 곳까지 쉬지않고 걸어 내려가니 3시반. 12시간 산행이었다.
하산해 보니 한명이 빛의 속도로 천왕봉에서 바로 하산해 1시에 내려왔다고...
장터목 들린 네명도 곧 왔고 한참만에 한, 두 명씩 나타났는데 6시반 후미팀은 순두류에서 내려와 끝난 절버스 올려보내 타고 내려와 이곳까지는 택시타고 내려왔다고...
기사님 말씀으로는 산행 기점에서 2명은 도로 타고와 중산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고...
무박 출발이 7시라고 기사들은 기가 막힌가보다. 워낙 코스가 길었는데도 산행 대장은 재촉도 하지 않고 널널하게 진행하는 그 여유는 도대체 뭔지...
그럼 하산시간 3시라고 말이나 하지 말던지...
숙원사업인 태극길을 이렇게라도 걸어본건 좋았지만 이 산악회는 정말 마음에 안든다.
나머지 구간은 그래도 가 본 곳이라 일말의 미련은 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이곳에서 마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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