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배롱나무인 줄 몰랐다 - 김태형(1970~ )
오래된 창문 밖에 마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
그 동안 누가 저 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등줄기가 가려울 때마다 몇 차례 누런 허물을 벗고
딱딱한 비늘에 윤기마저 도는지
세 치쯤 되는 공중이 이내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한다
초여름쯤 여린 꽃망울을 터뜨리기까지
저 나무는 어린 새를 한 마리 잡아먹을 것이다
(……)
그게 배롱나무라고 누군가 일러주기 전까지 저 나무는 고요히
제 타오르는 불꽃을 안으로 삭이며 한껏 메말라 있었다
매끈한 표면이 마치 간지럼이라도 탈 듯한 나무, 배롱나무다. 나무는 제 붉은 속살에 꽂히는 숱한 눈길이 부끄럽기만 하다. 부끄럼 때문인지 바람 때문인지, 나뭇가지가 온종일 살랑인다. 여름 백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 해서 처음엔 ‘백일홍나무’라고 불렀다. 세월 흐르는 동안 소리 나는 대로 쓰면서 배롱나무라는 한결 예쁜 이름을 얻었다. 붉은 꽃은 여름의 붉은 정열을 닮았다. 한 송이 작은 꽃이 떨어지면 곁에서 다른 꽃송이가 입을 연다. 여름 내내 붉은 꽃이 불꽃처럼 타오른다. 배롱나무 꽃 바라보는 사람의 그윽한 눈길 따라 여름이 깊어간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산행일: 2011.9.18 (일)
코스개관: 까치고개-홍동산-수덕고개-덕숭산-나본들고개 (점심)-뒷산-한티고개-가야봉-석문봉-아라맷길 갈림길 (용현계곡임도)-일락산-개심사 (9:15~19;;00)
날씨: 약간 흐린 날이었지만 시계는 아주 좋고 간간히 바람이 불어주어 산행 하기 좋았음.
멤버: 당나귀 13명
주말 비소식이 다행히 충청도는 아닌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니 비오는데 가냐고 태클이 들어온다. 새벽 자는새 비가 좀 내리긴 한것 같은데 땅은 젖어 있는데 비는 그쳤다.
버스 타러 가는길 수리산도 건물 사이로 보이는데 정상부는 운무에 가려있고 모락산 능선도 보인다. 오늘 날이 좋을것 같은 예감.
버스를 타니 지난번 산행 멤버가 똑같다, 똑같아.
오늘 온다던 이총무, 경란씨 다 결석이고 부회장님 부부는 언제 뵈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오늘 산행이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힘든곳이라고...
그래도 수덕사 가면서 덕숭산 올라가보고 싶었고 일락산은 이름만 들어도 뭔가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산이 줄줄이 있어 기대가 된다.
그래도 덕숭산에서 가야산 거쳐 개심사까지 간다는데 거리가 만만치 않을텐데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죽었다 싶게 부지런히 가는 수 밖에 없지 싶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못해 애매모호 할 지경.
휴게소에서 각개전투 하던 사람들이 오늘은 밥 먹는 사람을 빼고는 둘러앉아 간식 먹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드디어 까치고개.
7월 첫주 비 내리던 마지막 하산길에 긴 산행이 끝나 너무 기뻤던 곳. 날씨와 계절이 다르니 새로운 장소처럼 보인다.
금잔화 예쁜 꽃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는데 냄새가 안좋다. 뒤쪽이 쓰레기 소각장이라는데 숨쉬기 힘들 정도.
등산로는 소각장 좌측 담장을 끼고 올라가는데 거의 평지성 길.
조금 올라가니 군데군데 밥이 열려있다. 눈 밝은 사람들은 밥따느라 바쁘다. 오늘 산행이 길어 이럴 시간 없다는데....
우측으로 시계가 트여 눈이 즐겁다. 날도 시원해져 너무 좋았다.
오늘 오르내림이 심하다는데 평지를 걸으면서도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는 가운데 1시간 여 만에 도착한 홍동산.
이곳에서 강사장표 시원한 배 먹기. 그리고 인증샷.
홍동산에서 직진해 내려가는데 처음만 경사가 급하고 나머지 길은 순하다. 단 관목들이 키높이로 자라 자꾸 얼굴을 친다.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동안총무. 길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꺾이는것. 자칫 알바하기 쉬운 곳에서 인간 화살표가 되어준다.
한참 내려가니 최선두 2명은 안 보이고 선두그룹이 쉬며 후미를 기다리는 곳에 있는 묘. 화장한 사람의 납골묘와 정상 묘가 나란히 있다
이곳에서 간식먹고 기다리니 곧 후미 도착. 함께 먹고 출발.
곧 길이 나왔다. 수덕고개라고 한다,
이곳에서 철망을 넘어 진행하는데 선두에 있던 이대장이 후미에서 나타난다.
지난번 지산사 사태를 몰고 왔던 포항의 산악회를 여기서 만났다고 한다. 이 팀은 장고개에서 이곳까지 진행하는데 거리가 먼지라 무박산행을 한다는데 남은 분들은 탈출조 인것 같다고...
후미그룹이 되어 바로 우측 바위로 올라섰는데 선두그룹이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계으로 갔다고...
곧 우측 능선으로 붙는 길이 나올줄 알았는데 여의치 않았나보다.
회장님과 작가님이 먼저 덕숭산으로 올라가버리고 홀로 정상에 올라가니 이곳도 밥터가 되어 있다.
알바한 팀들은 거의 30여분 지나 겨우 도착. 모처럼 선두에서 가던 미경씨가 완전히 지친 기색.
이곳에서 단체 사진 찍고 점심 먹을 나본들고개로 출발.
이대장만 따라가다 강사장 따라 갔다 알바 한 털썩이는 이제 알바가 겁나는지 앞서지 않으려고 한다.
헌데 덕숭산 정상에서 왼쪽길로 내려가다 바로 우측 철조망으로 가리는둥 마는둥 한곳으로 가야 한다. 하마트면 또 알바 할뻔 했다고 좋아하며 내려가는데 또 이 길이 아니라고...
이곳에서 우측 표지기가 많이 달리긴 했는데 길처럼 보이지 않는 길이 정맥길이라고해 짧은 알바를 또 한번 했다.
나본들고개에 내려가니 찻길이 길을 막는다.
먼저 건너간 이대장이 무단횡단 하라고해 다 같이 무단 횡단. 길 넓이에 비해 차량소통이 작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길을 건너니 우리 버스가 있다. 문 닫은 식당앞에 차를 댔다. 이곳 식당은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후 장사가 안되 폐업한 곳이 많다는 총무님.
운 좋게 까멜리아와 여울 옆자리에 앉아 력셔리한 샐리드에 김치, 나물 등으로 밥을 먹는데 다 좋은데 모기도 오늘 만찬을 즐기느라 힘들었다.
회장님은 어제 대구에서 주립대 총장님 모임이 있어 컨디션이 영 안 좋으신지 밥대신 맥주로 배를 채우고 계시다.
알바를 2번이나 한지라 1시 넘게 도착해 밥 먹고 40분경 다시 출발.
오늘 오후 산행이 훨씬 긴데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 없다고 작가님 걱정이 태산이시다.
등산 진입로 찾는데 약산 헷갈리긴 했지만 무사히 길 찾아 올라가는 뒷산은 이름만 뒷산이지 앞산보다 훨씬 힘겨운 산행.
정맥로에서 약간 벗어산 정상에서 하도 억울해 사진을 찍었다.
뒷산에서 내려오니 한티고개 정자가 보이는데 이곳이 천주교 성지라고...
여기서부터 가야산으로 가야 하는데 가야산 앞의 봉우리를 지나야 가야산이라고.....
산은 바위가 많고 멋지긴 한데 길이 키높이의 관목과 풀이 뒤덮여 길 찾기가 힘들 지경.
갈길은 먼데 발길은 붙잡힌 힘든 길을 죽어라 올라가 겨우 도착해 한숨 쉬니 털썩이표 맛좋은 뽕슬러쉬 먹기.
더덕슬러쉬와는 또 다른 맛인데 맛도 좋고 기운도 나는것 같다.
드디어 바로 앞 군부대 시설이 가까운데도 이곳까지 기는 길도 상당히 멀었다.
진작 선두들은 앉아서 널널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땥볕이긴 한데 조망이 아주 그만. 이곳에서 총무님표 더덕슬러쉬로 기운내기.
여기서 군부대 철조망을 좌회하면서 가는 길은 상당히 거칠었다.
겨우겨우 돌아돌라 가야봉이라는 데크가 설치된 금 안으로 넘어가니 다들 깜짝 놀란다. 1반 등산로가 아닌 2반 등산로이기에....
어디까지 가냐고 해 개심사까지 간다고 하니 여기만 올라와도 힘든데 그 먼곳을 가냐고 걱정해 준다.
헌데 가야봉에서 석문봉으로 펼쳐진 능선미가 아주 멋지다. 가야산이 이리 멋진 산이었던가?
길은 돌이 많이 보여 험할줄 알았는데 걱정보다는 순한편. 왼쪽 서해에서 반짝이는 햇살을 맞으며 가는 길은 참으로 행복했다.
앞, 뒤, 옆 어디를 봐도 다 시원하게 트여있는 멋진 가야산.
날씨까지 좋아 오늘 산행은 정말이지 행복했다.
정상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도 찍고 이젠 일락산을 향해서 고고씽~
일락사 방향으로 한참 내려가니 보이는 일락사, 용현휴양힘 임도, 그리고 보이는 아라맷길.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의 둘레길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일락산이 아라맷길이라 안내 이정표가 많이 붙어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헌데 지난번 산행에서 발이 삔 여울과 108배 한 후유증으로 다리가 아픈 까멜리아가 일락사로 탈출했다는 소식.
큰오빠 강사장님이 함께 하산하셨다고....
일락산에서 작가님표 천도복숭아를 먹으면서 '북숭아 이빨로 물다' 를 찍고 이젠 개심사를 향해 출발.
이대장 뛰듯이 거는 뒤를 쫓아가려니 걸음이 아주 빨라졌다. 이젠 해도 져 가고 다행히 길은 평탄한 편이라 가는 길은 역시나 올라가는 길과 평지가 나오면 정맥길은 늘 오르막쪽. 2번 힘겹게 짧은 오르막 걷고 전망대는 안 올라도 되는데 몰라서 올랐고 개심시 0.8K 이정표가 보이는데 어두워져 조심조심 개심사로 하산하니 19;00.
개심사는 다음 산행에 다시 올라온다고 해 절은 그때 보기로 하고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가니 19:15.
선두에서 찻길로 내려가 할 수 없이 따라갔는데 상금씨와 총무님은 널널하게 정상 도보길로 내려와 딱 만났다.
일락사 탈출조는 트럭 얻어하고 큰길까지 나와 택시타고 개심사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서 내려가다 만나서 태웠다.
문제는 저녁. 개심사 입구는 상가가 다 문을 닫았고 서산군청에 물어봐도 먹을곳 없다고 하고 덕산쪽에 가도 식당이 하는지 몰라 갈 수도 없고...
차 타고 가디 식당이 문을 연 곳이 있어 이곳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로 간단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서비스 안주가 돼지껍데기.
주립대 장학생들 쾌재를 부르며 껍데기 안주삼아 배고푼 백성들은 밥을 2그릇씩 먹는다.
어느새 계산은 전사장이 해버렸다.
8;40 서산에서 출발했는데 한숨 자기도 전 1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리고 평촌입성.
기사님 운전 실력이 나날이 좋아진다는 동안총무의 멘트.
오늘 산행이 이번 정맥에서 제일 힘들고 긴 국간이었다는데 무사히 마쳤다.
힘은 들었지만 두발로 덕숭산, 가야산, 개심사를 하루에 지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참 기뻤다.
2번 남은 정맥길도 무사히 잘 이어갈 수 있길......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까멜리아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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