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노래 4/마종기(1939~) 코스개관 : 접치-조계산(장군봉: 884m)-작은 굴목재-큰굴목재- 깃대봉(623m)- 고동산(709.4m)-고동재-511.2-분계재-백이산(584.3m)-석거리재-주릿재 (4:10~14:40) 날씨: 새벽에 별이 보여 일출을 기대했으나 구름 잔뜩 끼더니 싸락눈이 내리다. 멤버: 당나귀 15명 1.1 산행이 사실 부담스러웠는데 설상가상으로 무박 일출산행으로 진행 한단다. 다음 산행도 사정상 결석인지라 좀 눈치가 보이지만 산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코스는 내가 좋아하는 조계산. 몇년 전 벚꽃 좋을 때 선암사-조계산-송광사 코스를 했는데 두 절이 다 예쁜데다 산도 크지 않고 중간 보리밥집까지 있어 맛있는 보리밥과 숭늉까지 먹은 곳. 봄에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던 이 산이 겨울엔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했었다. 버스를 타니 낯선 분들이 보이는건 반가운데 열혈 멤버인 까멜, 상큼이가 안 보인다. 거기다 뭔가 허전하다 싶더니만 맨 앞자리 회장님 자리도 공석. 공사가 다 망해 1.1 도 일을 하셔야 한다고.... 일단은 길게 누워서 잤다. 깨보니 휴게소. 그 휴게소에 대구에서 88 고속도로를 달려오신 회장님을 만났다. 그야말로 돈들고 밥까지 사줘야 하는 당나귀 산악회 회장이 뭔지.... 산행기점에서 사진까지 찍고 가신다고 한다.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감사하고 죄송하고.... 오늘 나의 디카는 도치가 들고 해외여행을 간지라 고민하다 이작가님께 도움을 청하니 강사장님 디카를 빌려 오셨다. 내 디카가 아닌지라 익숙하지 않고 밤인지라 찍다보니 사람이 막 짤린다..ㅠㅠ 아무튼 인증샷 찍고 산행 시작. 오늘은 도시락을 메고 산행하는데다 일출을 본다고 하니 잠바까지 넣으니 배낭이 무거워졌다. 헌데 바람이 차다. 잠바를 입는 새 휘리릭 가 버리고 그래도 중요한 산행에는 꼭 참석하는 성사장이 후미에서 함께 옷 입다 내가 먼저 내뺐다고 의리 없다고 놀린다. 보이지도 않은 산길을 가다 걸려 넘어지니 졸다 넘어진거 아니냐고 놀리는 소리님. 몇번 빠져 서운하더니 다시 오셔서 정말 반갑다. 거의 2시간 만에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도착. 인증샷 찍고 다시 출발. 오늘 새로오신 인연과 후리지아는 절친이라는데 특히나 후리지아는 겁나는 DSLR까지 허리에 찼다. 겁나부러... 장군봉 찍고 너덜성 길을 내려오는데 모자 챙은 길고 랜턴은 불량해 시계가 영 안좋다. 몇몇 회원들도 랜턴이 방전되 헤매고 있다. 너무 오랫만에 무박산행을 하니 여러가지로 티가 난다. 하늘을 올려다 보이 별이 총총하다. 호남지방 눈 내린다더니 날 좋다고 이만하면 일출 기대하도 좋겠다고 좋아했다. 헌데 날이 점점 흐려진다. 오늘 일출 보기로 했다는 고동산은 까마득히 멀기만 하다. 해 뜨기전 시간을 맞춰야 하기에 쉬지도 못하고 고동산을 향해 죽어라 갔다. 고동산 정상은 차가 올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서는 해맞이 행사 준비로 바쁜 모습. 트럭에서는 가마솥에서 뭔가가 끓고 있고 풍선에 바람을 넣어 나누어주어 우리들도 풍선을 얻어 소원을 적었다. 날이 흐려 일출은 물 건너 갔고 혹시나 음식을 나누어 먹으려나 했더니 커피도 주고 행사 끝난 후 떡국까지 준다. 오늘 행사는 송광사가 있는 송광면에서 주관하는데 닭을 졸여 국묵을 냈다는 떡국은 처음 먹어 보았는데 담백하고 아주 맛이 좋았다. 김치, 굴무침에 물미역 등이 나오고 고사 지낸 시루떡까지 나누어 주시는데 정말이지 너무 맛이 좋아 다들 춤을 추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몸도 마음도 배부르고 따뜻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추워하니 불 가까이 오라고 자리까지 양보해 주신다. 잘 먹고 인사 드리고 바로 위 고동산에서 인증샷 찍고 고동재를 향해 가는데 이 산이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가 아주 멋질것 같은 산. 조망도 좋고 잡목을 간벌해 놓아 산도 깨끗하다. 헌데 눈발이 날린다. 싸락눈이 조금씩 내려 산행 하는데 지장은 없다. 고동재까지도 제법 멀었다. 그나마 경사는 완만한 편. 오늘 따뜻한 찌개 먹인다고 성사장, 신철씨나 바나, 코펠을 지고 올라왔는데 떡국을 얻어 먹어 괜히 무겁게 지고 와 미안하고 고맙고... 성사장님 발목은 아프다고 한다. 헌데 눈도 없는 산에 스패치 하고 왔다고 눈 조금 쌓인곳이 나오면 러셀 하라고 동안총무 웃긴다. ㅎㅎ 1시간 만에 고동산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오른쪽으로 철조망이 쳐있고 나무는 편백나무 숲이다. 나중에 보이 이곳이 흑염소 방목장인것 같다. 빈계재 내려오니 기사님과 이작가님이 기다렸다 사진을 찍어 주신다. 바로 아래 버스에서 일단 먹지 않은 도시락 내려놓고 불요불급한 짐도 빼고 성사장, 신철씨는 산행을 접는다고 빠지고 나머지 13명이 오후 산행 출발. 오늘 산행지도는 앞, 뒷면이 있는데 오전에 두뼘 산행을 했고 오후에 한뼘이라 내심 얼마 안 남은줄 알고 방심했다. 헌데 눈발이 굵어져 잠바를 입고 백이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만만하게 본 이 산이 경사도 급하고 한고비 올라가면 뒤에 산이 또 있고 가스에 가렸다 또 보여주고를 반복한다. 잠시 날이 개는 틈에 해 잠깐 보여주더니 도로 날이 흐리다. 눈발은 그친것 같아 잠바를 벗고 진행. 겨우겨우 백이산 정상에 올라가 동안총무님표 더덕꿀차에 고동산에서 얻어 온 시루떡을 먹으니 아침보다 더 맛있다. 백이산에서 석거리재로 내려오는 길도 오르막 만큼이나 급경사. 멀리 보이는 채석장까지 안 가나 했더니 역시나 채석장을 끼고 내려오는 산행길. 새신자 한분이 점심부터 무릎을 아파하시더니 파스 붙이고 오후 산행을 강행. 석거리재에서 주릿재까지는 1시간 반이면 된다는 작가님. 이대장 말은 본인 기준으로 한 산행시간이라 신빙성이 부족하지만 작가님은 산행기를 기준으로 한지라 턱 믿었다. 헌데 낮아 보이는 이 산도 은근히 경사도 높고 하나 넘으면 또 오르막이 나타나기를 반복. 미녀삼총사가 되어 후미는 올 생각도 하지 않아 우리끼라 부지런히 걷는데 바람도 세지고 눈발도 다시 날리기 시작. 임도가 나오고 방향상으로는 우측길이 맞는것 같은데 표지기는 왼쪽에 잔뜩 달려있다. 총무님께 확인하니 왼쪽 길이 맞다고.... 잠바도 입고 허기져 남은 간식으로 배 채우고 부지런히 걷는데 홀로 선두에서 걷던 전사장은 불안한지 자꾸 소리를 친다. 한참 기다려주어 겨우 만났는데 사진 찍는새 세사람은 내달린다. 막판 길로 내려서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고 길도 젖어 미끄럽다. 겨우겨우 내려와 전화로 길을 물어보니 바로 앞 언덕을 하나 더 넘어야 산행이 끝나는데 찻길을 따라와도 된다고... 다들 그만 걷고 싶어 해 넷이 걸어 차에 도착. 후미가 왜 이리 늦어졌나 했더니 중간 오리고기에 양주까지 마셨고 임도에서 방심해 몇몇은 가다 되돌아오느리 시간이 지체 되었고 강사잠임과 박연님은 그길로 가다 트럭을 만나니 태워다 준다고 했다 외서면까지 갔다고.... 제대로 된 등산은 이작가님 홀로 대표로 끝까지 걸었고 나머지 사람들을 우리처럼 길을 따라 왔다. 외서면으로 강사장님 일행 태우고 벌교로 꼬막정식 먹으러 고고씽~ 수도회관의 고막정식은 1인분에 15000원이라는데 삶은것, 무친것, 전 등이 나오는데 맛이 좋다. 다들 행복해 하면서 밥 잘 먹고 출발. 차는 염려보다는 막히지 않고 무사히 안양 입성. 새해 첫날을 산행으로 시작한 2012 한해 산행이 기대 된다~ 강사장님, 디카 아주 잘 썼습니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새신자 후리지아님 사진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
어디 우리나라의 갈대들뿐이랴.
멀리 있으면 당신은 희고 푸르게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슬프게 보인다.
산에서 더 높은 산으로 오르는 몇 개의 구름.
밤에는 단순한 물기가 되어 베개를 적시는 구름.
떠돌던 것은 모두 주눅이 들어 비가 되어 내리고
내가 살던 먼 갈대밭에서 비를 맞는 당신.
한밤의 어두움도 내 어리석음 가려주지 않는다.
꽃 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린다. 다가서면 갈색 꽃 이삭 부대끼는 소리가 손에 잡힐 듯 가슴 깊이 들어온다. 바람을 이끌고 일제히 고개 숙였다가, 바람 떠나기 전에 일어난다. 흔들리고 지친 생명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곧추선다. 한데 모여 서로를 포근하게 덮어주기도 하고, 일으켜 세우기도 하는 갈대의 뜨거운 몸부림이 애틋하다. 어느 생명에게나 모여 사는 게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갈대 꽃 스치는 가을 바람에 섞여 든 생명의 수런거림이 가을교향곡으로 살아 오른다. 침묵하는 생의 장엄한 아우성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산 행 일 : 2011. 12.31~2012.1. 1 (토요 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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