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하석(1948~)
은행나무의 하늘이 노랗게 내려앉는다.
겨울비 오기 전 잠깐 밟아보는 푹신한 하늘.
나무 위엔 봄 여름 가을 내내 가지들이 찔러댔던 하늘이 상처도 없이 파랗다. 가지들이 제 욕망의 잎들을 떨군 다음 겨울 오기 전 서둘러 제 꿈을 바람의 실로 꿰맸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잎비 내린다. 잎비에 얹혀 소복이 내려앉은 노란 하늘이 포근하다. 잎 떨군 은행나무 가지에 닿은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은행나무가 이 땅에 자리잡은 3억 년 전부터 거르지 않고 되풀이한 가을나기 방식이다. 빙하기도 지나왔고, 원자폭탄이 떨어진 죽음의 땅 히로시마에서도 살아남은 질긴 생명이다. 암수가 따로 있기에 어딘가에 서 있을 짝을 향한 그리움을 내려놓지 못했다. 늘 먼 곳을 바라보아야 겨우 사랑을 이루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얄궂은 운명도 은행나무의 생명을 끊지 못했다. 은행나무 잎비 맞으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건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무가 전해준 최고의 가을 선물이다. 이 땅의 모든 생명에게 나무가 전하는 큰 축복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산행일: 2012.1.2~5
코스개관: 구례구-화엄사-노고단(아침)-뱀사골대피소(점심)-연하천(1박)-벽소령-세석(점심)-장터목(2박)-중봉-치밭목-유평-대원사-원지
날씨: 첫날은 아침 무렵 흐려 일출을 보지 못함. 간간히 해가 나더니 오후 되니 눈이 날리기 시작.
밤새 눈발과 바람이 날려 염려를 했는데 아침이 되며 바람도 잦아들고 오후가 되니 해가 나며 조망을 보여주기 시작.
천왕봉 일출 중 그중 멋진 날. 상고대에 일출에 운해에 설경에....
멤버; 넷-셋-다시 넷
연중행사로 가는 지리종주.
지난 겨울엔 해 넘기기 전 송년산행이 되었고 이번엔 방학이 늦어지며 신년산행이 되었다.
1.1 당나귀 일출산행과 이샘 출근날인 금욜을 피해 월요 무박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고회장이 함께 갈까 망설이더니 결국 가게 되면 따로 출발해 중간 합류를 해서 내심 반신반의.
동계엔 성삼재에 택시가 못 올라갈 수 있으니 이 참에 3일 일정으로 화대종주를 하면 어떠냐는 여산.
나무천사는 너무 길다고 하긴 했지만 일단 콜 해 기차표 4장 예매했고 대피소도 두곳 예약 완료.
1.2 출근해 전근 서류 쓰고 막간을 이용해 오랫만에 세일러마 만나 차 한잔 마시고 집에 오니 마음이 바쁘다.
수신제가 하고 장도 잔뜩 봐다 놓고 짐싸고 바쁜 하루였다.
수원에서 차표를 안 뽑을까 하다 뽑고 차를 타니 여산과 이샘이 반겨준다. 헌데 자리가 다른 사람이 자기 자리라고 우긴다.
인터넷 예약과 카드결재를 완료했는데 발권을 하지 않아 취소가 되었다는 황당한 소식.
결국 위약금도 물어야 했고 차 안에서 다시 표를 사는 생쑈를 했다.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인쇄 하기 싫어 그냥 왔더니만....
2호차에는 대부분 등산복 차림. 학생으로 보이는 단체가 보이는데 영등포역에서 현수막까지 들고 사진 찍었다고...
3시경 일어나 구례구에서 하차.
택시가 성삼재로 올라갈 수 있으면 성삼재에서 시작하겠다는 여산. 3일씩이나 산행 하면서 성삼재에서 올라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지 않느냐는 나무천사. 아무튼 아래 동네에는 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여산 설득해 일단 화엄사로가 산행 준비하고 출발한 시간이 거의 4시.
이쪽도 역시나 눈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팀 말고 한팀 정도만 화엄사에서 출발한것 같다.
나무천사는 일출 찍을 욕심에 앞서 가 버리고 셋이 올라가는데 처음에 잘 올라가던 여산이 갈수록 속도가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간식을 나무천사가 들고 올라가 버렸다. 다행히 여산이 가져온 빵을 먹고 허기를 면하고 올라가는데 다른팀도 우리팀 못지 않게 버벅대는 모습.
아무튼 아이젠 전혀 하지 않고 코재 지나고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났는데 이 길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다.
일출 시간에 늦지는 않게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은 했는데 날이 흐려 일출을 볼 수 없어서 나무천사도 노고단에 올라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일단 아침으로 굴떡만두국을 끓여 먹었는데 여산이 힘들어 못 간다고 하산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오늘 힘든 길은 다 왔고 이제부터 정말이지 경치의 시작인데 더 진행을 하면 탈출도 힘들다고 도로 하산한다고....
감언이설로 설득해 보았으나 역부족. 결국 홀로 하산하기로 했고 노고단이나 올라갔다 가기로 했는데 노고단이 개방시간이 아닌데 문이 열려있어 모처럼 배낭을 놓고 올라갔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30여분 걸려 노고단 다녀오니 그제서야 올라오는 함께 화엄사에서 올라온 팀이 올라와 노고단 올라간다고 여유 부리니 그쪽 대장이 시간 없다고 그냥 간단다. 그 팀은 벽소령에서 1박 예정이라고....
단체 사진 찍고 노고단 출발한 시간이 9:30.
주 등산로에는 눈이 아이젠 하고 가기 딱 좋을 만큼이 와 있다. 자연 눈에 덥혀 길은 많이 순해졌다. 날도 많이 춥지 않다.
여산이 빠지니 속도가 조금 붙어 다른 팀들은 하나씩 앞지르고 갈 수 있다. 연하천에서 잔다고 하니 마음의 여유는 있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올라갈까 하니 이샘이 펄쩍 뛰면서 내일을 위해 체력을 비축한다고 둘이 다녀오라는데 날이 흐려 조망도 별로일것 같아 다 같이 통과 하기로 했다.
삼도봉에서 단체로 보이는 한팀이 보이는데 훈련산행인줄 알았는데 회사 산악회라고...
임걸령 샘은 물이 잘 나오고 있다. 점심을 어찌 할까 하다 뱀사골 대피소에 내려가 라면 끓여 먹기로 했다.
뱀사골 대피소에 내려가보니 무인대피소로 화장실도 없애 버린것 같다. 취사를 하지 말라고 써 있어 빵과 과일로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회사 팀도 뱀사골에 매점 있는줄 알고 내려왔다 아무것도 없는걸 보더니 당황한다.
이 팀은 성삼재에서 출발해 반야를 들렸다 왔다는데 그래도 속도가 너무 늦다.
화개재에서 토끼봉 올라가는 길은 힘든줄 알지만 토끼봉에서 연하천 가는 길은 웬 내리막을 그리 하염없이 내려가는지....
내리막 내려가는데 숨이 찰 지경이다. 그래서인가? 연하천은 점점 멀게만 느껴진다.
흐리던 날씨가 드디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덧옷 입을 정도는 아니고 크게 춥지는 않아 다행이다.
3시경 눈발 굵어지기 전 무사히 연하천 도착.
늦은 점저를 먹기 위해 밥 하는데 누군가 아는체를 한다.
앗, 미산님과 도솔산인님. 여기서 뵙게 될 줄이야....
12.31 가출해 지리에 머물고 계시다고. 공교수님은 왜 함께 안 오셨냐고 하니 함께 머물다 돈 벌러 가셨다고....
두분이 집채많한 똑같은 배낭을 매고 오셨다.
술이 다 떨어졌다면서 혹시 술 있냐 하신다. 마침 나무천사가 담근 심심한 과실주가 2명 있어 한병 드리니 좋아 하신다.
이샘이 준비해 온 한우 불고기를 부랴부랴 구워 안주 삼아 한잔 드리니 술 한병 얻었는데 잔술까지 얻어 먹는건 반칙이라면서도 사양 안 하신다. ㅎㅎ
함께 사진 한장 찍고 두분은 근처에 비박 하신다고 이따 젤트 치면 전화할 테니 놀러 오라 하신다.
오늘 눈이 내려 내일 경치가 아주 좋을것 같다고 새해 내리는 서설이라고....
처음 뵙는 분까지 세분은 박지로 떠나고 우리도 이른 저녁을 허겁지겁 먹었다.
헌데 눈발은 점점 굵어지고 바람도 장난이 아니다. 이 날씨에 젤트에서 자는 분들은 그래도 좋겠지?
5시경 미산샘의 전화. 눈 내려 오겠냐고 하신다.
얼굴 뵌것만 해도 기쁜 일이라고 사양했다. 헌데 대피소에 색을 하나 놓고 온것 같다고 확인해 달라신다.
취사장에 가 보니 정말 있다. 찾았다고 하니 막 웃으시더니 그냥 쓰라 하신다. ㅎㅎ
고회장에게 여산 노고단에서 하산했다고 연락하니 진작 알려주지 그랬냐며 이미 백무동행 차표도 예약했고 장터목도 예약 했노라고 가야 하나 망설이신다.
오늘 눈이 내려 내일 설경이 끝내줄것 같으니 일단은 오시라고 했다.
술 한병 사 들고....
연하천 여자 대피소는 4명이 널널하다.
좀 춥긴 했지만 초저녁부터 잤는데 참 잘 잤다.
눈은 밤에도 그치지 않고 바람도 제법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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