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2 산행일기

봉대신 꿩 (삼각산, 12/31)

산무수리 2013. 1. 8. 09:03

아침 - 문태준(1970~ )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어느 아침에 시인은 참 ‘좋은 징조’를 누렸다, 어느 일상의 아침에. 네모난 것과 둥근 것, 단단한 것과 ‘쏟아질 듯’ ‘흘러넘칠 듯’ ‘흥건한’ 것의 대비가 연초(年初)에 받은 그의 시집 속에 가만가만 놓여 있었다. 예전에 그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근원수필』의 문장들처럼. 그의 언어들은 투박한 백자 밥그릇을 쓰다듬거나 진경산수(眞景山水)의 구름에 묻힌 계곡을 더듬는 눈길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키 작은 나무에서 재재거리며 밥을 먹고 똥을 싸던 새떼가 다른 나무로 옮겨가는 심상한 일상의
삽화에서 그가 건져 올린 출렁임이 가만히 번져온다. 그에게 저 새떼가 옮겨가는 나무가 그랬듯이 그의 시 또한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이다.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산행일: 2012.12.31 (월) 10:00 불광역

코스개관: 불광역-쪽두리봉우회-향로봉우회-승가봉-문수봉-보국문-칼바위-정릉초등학교 (10:40~   )

날씨: 추워도 바람이 불지 않아 참 좋았다.

멤버: 지리를 꿈꾸었던 넷

 

 

 

 

 

 

 

 

 

 

 

 

 

 

 

 

 

 

 

 

 

 

 

 

 

지리에 있어야 하는 이 시간 그냥 있자니 맘이 쓰리다.

아쉬운대로 북한산에 넷이 가기로 했다. 칼바위쪽을 아직 가지 않았다는 이감탄을 위해 이쪽으로 가기로 했는데 불광역에서 만나자고 한다.

당연히 쪽두리봉부터 가는 줄 알았다.

헌데 버스를 타고 북악 통제소부터 가자고 한다. 그럼 너무 짧지....

내켜하지 않으면서 따라오긴 하는데 간식도 없다고.

여산 김밥2줄, 사발면 하나 사고 출발.

 

남들 발자국따라 올라가는데 눈도 와 바위길을 우회하자 하니 그냥 올라가자는 넘의편.

눈 없을때도 조금은 긴장되는 길인데? 가자 가.

군더군데 고소공포증 있는 이감탄이 조금 버벅댔지만 염려보다는 갈만했다.

이쪽으로는 쪽두리봉 처음이라는 여산. 거 봐.

올라가니 젊은 처자 둘이 주먹만한 눈사람을 만들어놓고 자랑이다. 왜 이리 작냐고 하니 눈이 잘 뭉쳐지지 않는다고....

 

남의편만 쪽두리봉 정상 올라갔다 오기로 하고 우린 그냥 고고씽.

응달쪽은 역시나 눈이 녹지않아 한겨울이다. 그래도 오늘 바람도 불지 않고 햇살이 따땃해서 두꺼운옷은 다소 부담될 지경.

향로봉 우회하고 비봉 지나 사모바위 북한산 공식 식당(!) 에 가니 한 팀이 비닐을 덮어쓰고 식사중이다.

다들 이게 뭔지 궁금해 하는데 결론은 자동차 성에방지용 비닐 덮개란다. 인터넷 구매고 15000원 정도?

따땃한 햇살 받으며 사발면, 김밥, 빵, 커피 나누어 먹고 문수봉을 향해 출발.

 

문수봉 지나고 대성문을 산성 끼고 올라가면 너무 길것 같아 머리 굴리느라 질러가는 길로 갔는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올라섰어야 하는데 계속 직진하니 대성문 지나고 한참을 돌아돌아 보국문이 나온다.

지름으로 갈 길을 원둘레로 돌아온 느낌.

칼바위는 그새 나무 계단이 생겼다. 막상 정상 하이라이트는 안 올라가겠다는 이감탄.

그냥 우회하고 내려가는 길도 눈이 쌓이 난이도가 제법 쎄졌다.

하산은 빨래골로 잡고 내려가니 북한산 둘레길 솔샘길이 나온다.

이쪽 길이 좋아 일부러 길을 잡았다는데 좀 길긴 해도 길은 아주 순하다.

 

다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현지인 할머니가 은여우 목도리를 하고 계시다.

젊은언니 킬러인 여산이 그새 말 트고 사귄다.

여우목도리 빌려서 사진까지 한장 찍었다.

늦은 점심은 미아리 길음시장에서 소문난집 순대국으로 마무리.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다.

이감탄이 우겨서 쐈다. 시장에서 떡까지 사고 전철타고 출발.

아쉬운대로 송년산행을 했다.

 

사족-1월 첫 산행에서 낮은산에서 순식간에 미끄러지며 계단에 얼굴을 찧어 코피 쏟으며 병원에 가보니 불행 중 다행으로 뼈는 괜찮고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며칠 동안 시합에 진 권투선수가 되었다 지금은 부기는 다 빠졌고 퍼런 멍자국만 있다.

지난주 부터 양악 수술 받았냐는 오해 받으면서 마스크 쓰고 근무중이다. 타박상의 살아있는 모델로....

그래도 팔, 다리 멀쩡해 지난 주말 산행은 포기했지만 이번주부터는  산행 가능하다.

늦었지만 안전 산행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