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영춘 첫구간에서의 산상파리 (서천초교~소주고개, 9/15)

산무수리 2013. 9. 22. 20:17

휘파람 - 김주대(1965~ )

한번도 몸을 가진 적 없는 바람이

입술 사이에 동그란 몸을 얻어

허리를 말고

오목한 계단을 걸어나온다

어릴 적 심심한 밤에는 뱀이 되던 소리

가늘고 길게 기어가다가

비눗방울처럼 몇 계단을 뛰어올라

통통 떨어져내리기도 한다

혀 위를 얇게 타고 올라가는 바람의 몸이

좁은 구멍에서 홀로 울다가

속눈썹이 긴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처음 본 슬픔과 기쁨 사이를 떤다

울음과 떨림의 사이에 나란히 누워

입술로 몸이 된 너를 만지면

가만히

긴긴 첫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휘파람 하면 무엇보다도 가수 정미조를 떠올리게 되지만 시를 읽고 나니 오히려 김창완이 노고지리에게 주었던 ‘찻잔’이 아른거린다.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같은 구절은 지금이나 예나 필설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한 움큼 풀어놓는다. 찻잔이기에 망정이지 얼마나 다행인가. 밤에 휘파람을 불면 재수 없다고 핀잔을 받던 시절, 정미조의 ‘불꽃’과 ‘휘파람을 부세요’, 산울림의 ‘둘이서’는 퇴폐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의 목록에 올랐다. 등화관제와 통금이 있었으니 휘파람을 불어도 뱀조차 맘대로 나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나 캄캄했던 밤, 그러나 속눈썹이 긴 너를 만나고 싶어 몰래 금지곡을 들으며 위로받던 시절, 슬픔이 매일 방문을 두드렸던가. 오늘밤 산울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들어야겠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9.15 (일)

코스개관: 서천초교-새덕산-한치고개-감마봉-봉화산-소주고개 (8:40~16;55)

멤버: 당나귀 14명

날씨: 가을인줄 알았는데 여름이더라

 

 

 

 

 

 

 

 

 

 

 

 

 

 

 

 

 

 

 

 

 

 

 

 

 

 

 

 

 

 

 

 

 

영춘지맥을 한 여름에 시작한지라 짧은 구간을 혹서기에 미리 하느라 첫구간을 이제야 하게 되었다.

회장님은 전철 타고 직접 오시고 13명이 미경씨만 누워 자는 호사를 누리고 상천 휴게소에 잠깐 쉬고 기점인 초등학교에 오니 9시가 되려면 20분이나 남았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학교 운동장 정글짐을 보니 갑자기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으로 인증샷 하고 운동장 가로질러 누렇게 익은 논을 낀 곳에 산행 안내표가 붙어 있다.

산길은 경사는 제법 있지만 작가님 초장부터 밤 줍는다고 바쁘시고 길은 아주 쾌적하고 기분 좋다.

몇달만에 나타난 혜련씨는 모처럼 선두에 선 이대장과 함께 초장부터 선두에 붙어 보이지도 않는다. 헐~

나중에 왈, 땅끝에 비하면 길도 좋고 널널해 힘든줄 몰랐다나 뭐라나....

아무튼 후미 백성 미경씨가 든든하게 받쳐주니 후미를 면하고 부지런히 간다. 헌데 선두가 쉬질 않는다. 속으로 욕해 가며 가는데 오늘 상금씨 생일이라 케잌을 지고 왔단다. 설마...

헌데 진짜 미경씨가 조각케잌을 케잌 한개 분량을 행여나 부서질새라 테이프로 꽁꽁 싸매고 왔고 그걸 새신자인 동수씨가 지고 올라왔다고....

우정과 배려에 감동 먹은 순간. 덕분에 산 능선에서 생일 맞는 상금씨. 두사람의 배려로 14명이 행복해지는 시간.
케잌은 종류도 다양해 덕분에 취향대로 골라먹는 재미까지 있다. 한참 파리 하고 샴페인 대신 막걸리 축하주.

 

 

 

 

 

 

 

 

 

 

 

 

 

 

 

 

 

 

 

 

 

 

 

 

 

 

 

 

 

 

산길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바람이 불지 않고 어제 내린 비로 습도가 높아 다소 덥긴 했지만 날씨에 따라 변할 당나귀는 아니인지라 씩씩하게 고고씽~

임도 한번 건너고 우측으로 조망이 트인 곳에 나와 눈을 즐겁게 하더니 드디어 나온 새덕산 정상.

한치 고개까지 가서 점심을 먹으면 밥 먹자마자 오르막 가야 해 안된다고 고개 내려가기 전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착한 미경씨가커피는 물론이고 이대장 밥까지 싸 가지오고 왔다. 착해도 너무 착하다.

자리를 잘 잡아 동상들 옆에 앉게 되 푸짐한 반찬으로 점심 잘 먹고 출발.

 

 

 

 

 

 

 

 

 

 

 

 

 

 

 

 

 

 

 

 

 

 

 

 

 

한치고개에서 라이딩 팀을 만나 모처럼 14명이 다같이 사진 찍고 봉화산을 향해 고고씽.

이곳이 웬지 낯이 익다 싶더라니 강촌역에서 구곡폭포, 문배마을 왔던 곳이다.

임도 지나 봉화산 가기 전 감마봉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진 않았는데 감마봉 정상은 협소하지만 조망이 아주 그냥 죽여준다.

이곳에서 온갖 인증샷 찍고 봉화산 찍으러 가자~

 

 

 

 

 

 

 

 

 

 

봉화산 까지 1K가 안되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봉화산 정상은 운동장처럼 넓고 평평하고 조망이 트여 사람들이 앉아 하염없이 앉아 있다. 우리도 앉아 사과도 먹고 단체 사진도 찍고 마지막 소주고개를 향해서 가자~

 

 

 

 

 

 

 

 

 

 

 

 

 

 

 

 

 

소주고개 까지 가는 길 선두가 쉬질 않는다. 가다가다 포기하고 쉬었다 후미에서 재잘대는 미경씨와 상금씨 기다렸다 함께 가니 바로 위 소주봉이라나 뭐라나에서 기다리고 있다.

상금씨 왈, 그럼 맥주봉은 어디에? ㅎㅎ

늘 시간없다고 빨리 가자던 작가님이 오늘은 시간 충분하다 하신다. 산행 시간이 생각보다 덜 걸린것 같다. 그리고 지난번 산행이 거리는 짧지만 난이도에서 제일 힘든 코스라서 인지 오늘은 행복한 산길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선두와 후미 차이가 10여 분 밖에 나지 않는다는 이대장 말대로 후미까지 도착.

시간이 일러 안양 가 저녁 먹자 하니 점심밥 안먹은 이대장이 배고프다 아우성쳐 산길에 안내판이 있던 식당에 무작정 찾아가기.

 

 

 

 

 

 

 

 

 

 

 

 

 

 

 

 

 

영업을 할까 걱정하면서 간 식당은 의외로 훌륭했다.

남자들은 식당 옆 물 흐르는 곳에서 씻고 여자들은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옷 갈아입고 하우스에 들어가보니 구들장에 장작 때 해 주는 훌륭한 닭갈비.

맛도 좋지만 주인장이 목소리만 예쁜줄 알았는데 미모도 출중하다.

주류, 비주류로 나누어 앉아 밥도 볶아먹고 먹국수로 마무리.

생일 자축기념으로 상금씨가 쐈다고.....

헌데 오늘은 웬일인지 차가 하나도 안 막힌다는 T-map의 안내에 따라 고속도로를 전혀 막히지 않고 와 하마트면 회장님 안양까지 올 뻔.

다행히 잠시 내려서 내려드리고 다시 외곽타고 안양에 오니 7시.

헐, 너무 일찍 가 저녁 차려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진짜 집에 오니 오자마자, 엄마 배고파 밥 줘~ㅠㅠ

 

다들 추석 잘 지내셨죠?

산행기가 너무 늦었습니다.

10월에 뵙겠사옵니다~

 

-까멜표 사진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