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잊기 - 김성규(1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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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처음 수면 위로 튀어오른 여름
여름 옥수수밭으로 쏟아지는 빗방울
빗방울을 맞으며 김을 매는 어머니
어머니를 태우고 밤길을 달리는 버스
버스에서 졸고 있는 어린 손잡이
손잡이에 매달려 간신히 흔들리는 누나의 노래
노래가 소용돌이치며 흘러다니는 개울가
개울가에서 혼자 물고기를 파묻는 소년
소년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버지
아버지가 버스에 태워 보낸 도시의 가을
가을마다 고층빌딩이 쏟아내는 매연
매연 속에서 점점 엉켜가는 골목
골목에서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손가락
손가락이 밤마다 기다리는 볼펜
볼펜이 풀지 못한 가족들의 숙제
숙제를 미루고 달아나는 하늘
하늘 쪽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마을
마을에서 가장 배고픈 유리창
유리창에서 병조각처럼 깨지는 불빛
(…)
자동차~차고~고수~수박~박하사탕~탕수육~육개장~장군~군무~무릎! 기다렸다는 듯 마지막 낱말을 재빨리 내려놓고 웃는 아이. 나중에 이런 시를 쓰게 될까. 과거와 현재의 삶이 말의 그물에서 대롱거리며 독특한 풍경 하나를 펼쳐낸다. 우리는 모두 말과 말을 이어 삶의 그물을 짜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한 말의 그물로 세계를 길어 올리는 방법에는 또 뭐가 있을까. 프랑스 요리사, 영국 경찰, 독일 엔지니어, 이탈리아 연인, 스위스 정치가를 불러 모아 협조를 구해내면 유럽이 천국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 하나가 생각난다. 어떻게 짜이는가가 항상 문제이자 핵심이다. 프랑스 엔지니어, 영국 요리사, 독일 경찰, 이탈리아 정치가, 스위스 연인으로 구성되면 유럽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10.6 (일)
코스개관: 군자리고개-모래재(340m) - 연엽산( 850m) - 매봉(응봉 : 759.4m) - 박달재 - 북방리 (7시간)
멤버: 당나귀 14명
날씨: 오전 후덥지근하다 연엽산 지나며 바람이 불더니 잠시 비도 내리다.
아침 총무님 차를 타니 까멜이 안 보인다. 몸살이 났다고...
농수산시장 앞에 신천씨가 나타났다. 지난번에 이어 공사 다 망해 참석 못한다고 쥬스와 주립대 교재를 전달하러 왔다.
7시가 넘었는데 의왕 2분이 안 보이다 무단횡단해 나타나신다. 코스모스가 너무 예뻐 찍고 오신다고...
버스를 타니 웬지 낯선 느낌. 회장님이 자리 배정을 해 주는대로 앉다 보니 맨 앞자리다. 일단 자고 가평 휴게서 잠시 쉬었다 산행 기점인 군자리고개에 갔어야 했는데 기사님이 중간 기착지인 모래재에 도착. 차를 돌려 군자리로...
오늘 모래재에서 차를 만날 수 있다고 4K 정도 비무장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몇몇은 비무장, 우리는 가벼운 배낭을 지고 출발.
영춘 첫회에 비 맞고 하산했던 그 자리다. 날씨는 여름에서 푸르른 가을로 바뀐지라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인증샷 하고 출발.
산길 칡넝쿨이 발목을 잡는데 야생화가 피어있어 꽃밭을 지나는 느낌이라 칡넝쿨을 용서해 주기로 한다.
길은 썩 좋지는 않고 약간 어수선한 느낌이다.
오늘 후미 담당 미경씨가 결석이라 긴장된다. 거기다 오랫만에 하니 3총사 다 출동.
그럼 후미는? 상큼이와 내가 캔디조가 되어 씩씩하게 가기로 했다.
날이 시원해져 물을 거의 먹지 않아도 된다. 경림씨 무겁게 들고 온 사과 먹고 내려가야 한다고 해 후미 백성을 사과 먹고 5분여 내려가니 모래재.
선두조는 임도로 바로 내려섰어야 했는데 한 봉우리 더 올라가다 길이 없어 백하느라 우리가 더 빨라졌다.
차에서 도시락 등 배낭을 챙겨 출발.
미경씨가 없어서 속도가 엄청 빨라진다. 숨이 찬다. 제일 힘든 구간을 지났다는데 오늘 구간도 업다운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제일 힘든 구간과 덜 힘든 구간 차이가 별로 없는거 아닌가 불안하다.
선두느 사라져버렸는데 오늘 구간에는 표지기도 별로 없어 불안해 지는데 작가님이 나무에 올라가 계시다.
뭐하세요? 노루궁뎅이 버섯을 따셨다. 눈도 밝으시다 감탄했다.
딱12시에 점심 먹기로 해 자리가 썩 좋진 않지만 그런대로 쾌적한 곳에 둘러앉아 사이 좋게 점심 먹기.
밥 잘 먹고 총무님, 이작가님 지도 확인 후 출발.
오늘 산행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멀리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연엽산이라고 한다.
점심 먹고 연엽산 올라가는 급경사 긴 길을 선두가 쉬지 않고 한번에 가 버렸다. 오기로 쉬지 않고 올라가긴 했는데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작가님인 진작에 올라와 헉헉대는 백성들 동영상 찍기.
그래도 정상 자체는 협소하지만 조망은 아주 그만이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싶다.
사진 찍고 출발.
헌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더 그지같다. 경사가 어찌나 급한지 그야말로 낙석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기듣이 내려가니 내리막인데도 숨이 차다.
무사히 조심조심 내려가니 총무님이 뭔가를 캐고 있다.
그게 뭐여요? 투구꽃이라고 알고 있는 식물인데 이 뿌리가 부자의 원료로 사약 재료로 쓰는 건데 관절염에도 좋다고....
급경사를 지나고 나니 나머지 길은 실크로드 같은 느낌이다.
짬짬히 쉬고 간식 먹고 매봉 가는 길 작자님이 나무 위에 또 올라가 계시다. 노루궁뎅이 또 하나 발견했다고 사진 찍으라고 기다리고 계시다.
귀한 버섯을 2개나 채취하시고 집에 가면 칭찬 받으시겠다고 총무님 놀린다.
지난번 대룡산에서 만났던 박달재가 나온다.
박달재에서 계곡 가는 길이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보다 수량도 줄고 나무도 덜 무성해서인지 이번엔 큰 어려움없이 무사히 마을길로 하산할 수 있었다.
남자들은 계곡에서 씻고 간다고 천천히 내려오고 여자들은 마을회관 앞 수돗가에서 씻으려 내려왔는데 물을 잠가 놓았다. 에이 인심도 사나우시지...
지난번 누군가 속옷 바람으로 씻어 대 보기 싫어 잠가버렸다 하고 웃었다.
시간은 좀 이르지만 고속도로 타기 전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가기로 한다.
톨게이트 들어가기 전 북방리의 시골막국수집을 찾아 들어가니 제대로 하는 막국수집.
다 좋은데 수육이 한 접시밖데 안 남았다고 해 주립대 청강생은 구경도 못해봤다.
이집 주인장이 다육이 매니아인지 다육이가 한가득이다.
밥 먹고 출발하니 7시. 2시간 이면 간다더니 차가 막혀 10시 넘어 겨우 도착.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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