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사용 설명서 -홍일표(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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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종이 되어 멸종 위기에 처한 달빛은
머잖아 박물관 한 구석에 처박히거나
고서의 한 모퉁이에서 잔명을 이어갈 것이다
함부로 달빛 한 점 건드리지 마라
주의사항을 숙지하지 않으면
삽시간에 휘발할 것이다
여간해선 달빛 한 올 발굴할 수 없지만
용케 찾아낸 달빛은 쉽게 곁을 주지 않는다
달빛의 내심을 의심하는 자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극약 처방하듯
시인의 손도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하다간 전통주의자로 뭇매를 맞거나
한물간 음풍농월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조심하라
당신 혼자 지리산 골짜기에 숨어들어
경전 해독하듯
한 올 한 올 달빛 줄기를 읽어나가야 할 것이다
어설피 달빛 지팡이를 들고
섬진강 모래밭을 휘젓지 마라
한밤 달빛은 서서히 달아올라
뒤뜰 독 안에 스며들거나
한 대접 정화수에 몸을 풀 것이니
조심하라
당신의 몸은 이미 많이 야위었다
자연에 대한 예찬과 성찰은 같은 것이 아니다. 찬미의 대상일 뿐이라면 자연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자연은 우리 삶의 일부이다. 무턱대고 시가 자연을 예찬할 때 자연은 우리와 아무런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삶에서 밀려나 버린다. 자연이 흘리는 곤혹스러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난해한 글을 읽어나가듯 자연의 세세한 모습을 하나씩 해석해보려 할 때 자연은 비로소 대도시에서조차 우리와 함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시가 아름다운 풍경을 얼빠지게 바라보며 감탄사나 토해낸다면 자연은 저 영탄조의 추상 속에 갇혀 서운해할 것이다. 자연은 두 발을 땅에 딛고서 천천히 올려다보는 의심 많은 하늘이다.<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10.20 (일)
코스개관: 행치령-아홉사리재-백암산-가마봉 갈림길-황병고개-김부리 (9:20~16:40)
멤버: 당나귀11명
날씨: 이 가을 정들기 좋은 날
아침 총무님 차를 타니 뒷자리가 비었다.
앗, 오늘도 까멜은 결석? 까멜 뿐 아니라 캔디조 상금씨, 미경씨에 하니조도 결석.
오늘 여자는 경림씨, 혜련씨, 나. 미모삼총사만? 후미는 막막하고 산길이 적막하겠다......
일단 잤다. 가평 잠깐 서는데 버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뛰쳐 나온것 같다.
아홉사리재 자니 마의태자비 앞에서 인증샷.
동안총무님이 마의태자 김부의 후손이라고. 그래서 이 동네 이름도 김부리 마을이란다.
급경사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는데 숨차다.
회장님은 어제 무박으로 설악 공룡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헌데도 책임감 때문에 오늘 산행에 참석 하셨을거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길이 나오고 표지기 따라 올라가니 정자가 나온다. 오늘 산행 끝이라고 웃기는 총무님.
일단 쉰 김에 간식 먹고 길 건너 절개지를 네발로 기어 올라가기.
겨우 능선에 붙었다. 헌데도 길이 썩 좋지 않다. 오른쪽으로 산을 깎아내고 간벌을 해 놓아 길이 아주 어수선하다.
고속도로 내고 리조트가 들어서는것 같다는데 중장비가 올라왔고 간벌한 나무를 방치해 길을 방해해 다니기가 나쁘다. 헌데도 산색은 곱고 깎이지 않은 곳의 산세는 정말 멋지다. 멀리 산겹살과 하늘이 정상에 올라서면 멋진 풍경이 있을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훼손되지 않은 곳은 야트막한 산죽이 햇볕을 받아 반짝거린다.
선두가 쉬지않고 내달려 어쩔 수 없이 쉬지도 못하고 전진. 헌데 총무님이 앉아 계신다.
뭐지? 당나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자연산 더덕꿀차. 큰 보온병을 들고와 한잔씩 타 주신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행복해 진다.
가다 보니 임도가 나온다. 임도 조망도 아주 좋다. 길을 한참 닦고 있는데 곳 이곳은 다닐 수 없는 구간이 된다고....
밥은 정상 가 먹는다고 한다.
길은 많이 순해지고 간간히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우리팀만 있는데 다른 팀이 와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도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으나 회장님이 갈림길에서 안 오신다고.
어쩔 수 없이 되집어 가 기맥 갈림길 공터에 앉아 점심 먹기. 즐겁게 먹고 이바구 나누고 다시 출발.
오후 산길은 낮은 산죽이 있는 경사 심하지 않은 길. 그리고 점점 많이 보이는 단풍으로 행복해 지는데 산길은 은근히 힘들다.
백암산 정상도 기맥길과 조금 떨어져 있는데 가메봉은 훨씬 먼것 같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올라가면 조망이 끝내줄것 같은데 저질 체력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결국 포기하는 용기를 냈고 날쌘조 3명만 대표로 다녀왔다.
가메봉 갈림길에서는 1K 남짓이면 황병고개 만난다는데 생각보다도 길었다.
가메봉 정상 조망이 아주 그냥 죽여주고 내려다보이는 단풍빛이 고왔다고 한다.
그래도 하산 전 조망이 트인 봉우리가 하나 있어 아쉬운대로 이곳에서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고 지난번 고생한 소뿔산 정상이 보인다.
오늘 하산하는 길이 지난번 소뿔봉에서 내려왔던 그 길을 만나는 거다.
헌데 우리 태우러 온 기사님 연락이 왔다. 군부대에서 빨리 내려가라 한다고...
내려와보니 지난번과 달리 군사시설이라 접근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여기 저기 붙어 있다. 이곳에 큰 군부대가 이주한다고 한다. 그럼 이 길은 영원히 올 수 없는 길을 우리는 다녀올 수 있었다.
저녁은 안양에서 먹는다고 고속도로 막힌다고 중미산 휴양림 산길로 구불구불 넘어 서정IC 로 진입해 거의 막히지 않고 8시 조금 넘어 동편마을의 동편정육식당으로....
당나귀 출신 박사장님이 이곳에 새로 개업을 했다고 한다.
개업 축하로 맛있는 한우를 회장님이 쏘셨고 박사장닙은 써비스로 차돌백이를 팍팍 쏘셨다.
고기로 배 채우고 안심 한팩 사고 포장 안되는 김치찌개를 특별히 포잘해 주셔서 집에 가 끓여주니 맛이 아주 죽여준단다.
특히나 국물맛이 끝내준다고 국물 절대로 버리면 안된다고 하더니 하루 사이에 2인분을 거의 먹어 치웠다.
다음에 잊을만 하면 또 사오란다. ㅎㅎ
가게 대박 나십시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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