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 신영배(1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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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시를 쓰고 싶다
눈길을 걷다가 돌아보면 사라진 발자국 같은
봄비에 발끝을 내려다보면 떠내려간 꽃잎 같은
전복되는 차 속에서 붕 떠오른 시인의 말 같은
그런 시
사라지는 시
쓰다가 내가 사라지는 시
쓰다가 시만 남고 내가 사라지는 시
내가 사라지고 시 혼자
컴퓨터 모니터 속 A4용지 왼쪽 정렬
글꼴 신명조 글자 크기 12에 맞춰
한 줄 한 줄 써내려가거나
유품을 수거한 비닐 팩 속에서
뿌려진 피와 함께 수첩의 남은 페이지를
쓱쓱 써내려가는
그런 시
마음먹은 대로 글을 이끌어나가는 건 쉽지 않다. 배열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면 손 가는 대로 쓰면 그만이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를 고려하고자 한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어느새 고집 센 염소 한 무리의 행군을 지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장들이 뻗대기 시작할 때 그러나 화를 내면 안 된다. 한 발 양보해 잘 달래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달아나버리기 십상이고 그러면 다시 앞에서 하나씩 줄을 맞추어야 되기 때문이다. 흩어진 문장들을 단단하게 옳아매는 일은 개미 백 마리를 부산에서 서울로 몰고 오는 일만큼 힘들다. 일기나 편지 같은 글도 그런데 시는 말해서 뭣할까. 제 삶에서 독창적인 목소리를 궁리하기 위해 시인은 하얗게 젊음을 불태우며 영혼을 불사르고 피를 말린다. 통념을 지워내고자 상상의 날개를 펄럭이며 오늘도 아무도 밟지 않은 백지 위에 힘겹게 문자의 깃발을 꽂는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10.9 (수)
코스개관: 다리안 천동계곡-비로봉-어의곡 (10:00~17:00)
멤버: 5명
날씨: 약간 흐린 날씨에 운무의 향연이 펼쳐지다.
아주 가끔 산에 가고 싶다는 청풍의 민원.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분기별로 하기도 쉽지 않다.
헌데 이번엔 자기 구역 소백산 함 같이 가잔다. 소백산을?
여산에게 말하니 '가지 뭐' 순순히 콜 한다.
어렵게 날짜를 잡았고 멤버 모집을 했다. 최종적으로 차 한대로 서울에서 가고 오창에서 푸르름이 오기로 했다.
헌데 출발 당일 여산이 몸이 안 좋아 가기 힘들것 같다 하더니 아무 연락이 없더니 결국 못 간단다.
5시 관악역에서 고천사와 만나기로 했는데 고천사는 관악구청역으로 착각해 서울대입구로 가고 있다고....
30분 늦게 관악역에서 겨우 만나 출발하는데 차가 많이 밀린다. 그나마 비는 거의 오지 않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초장보다는 고속도로 들어서니 속도가 나 2시간 여 걸려 제천에서 합류해 오랫만에 산골주막 옥자언니표 양념족발과 된장찌개를 먹어본다.
콧털 여산이 안 와 처음엔 누군가 못 알아보다 아주 반가워 한다. 그러더니 후식으로 고구마까지 삶아 주어 아주 잘 먹었다.
집으로 와 배는 부르지만 푸르름이 사 온 머루포도 까지 먹고 나무천사가 제일 먼저 졸아 방으로 들여보내고 우리들도 일찍 취침.
내일 비 많이 오면 산에 가지 말고 놀자는 청풍.
소백산 제일 짧은 코스인 천동계곡으로 올라가기로 했고 하산은 어의곡으로 하산하기로 해 차 한대를 어의곡에 놓고 산행 진행하기로 했다.
아침 미역국에 밥 잘 먹고 간식으로 떡, 약식, 과일까지 아주 많이 쌌다.
손 큰 고천사 반찬, 간식에 쌀까지 싸왔고 푸르름은 반찬 좀 싸오라고 했더니 전 재료까지 싸 온 푸르름. 졌다.
부지런히 준비했는데도 8시 넘어 출발. 우리차가 먼저 출발하라고 해 어의곡 마을회관을 찍고 출발.
어마어마한 시멘트 공장도 지나는데 뒷차가 번쩍 거린다. 방향이 아무래도 틀린것 같다고 한다.
결과론이지만 어의곡이 2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갈 곳은 새밭이라고 한다. 로칼 가이드가 앞장 서서 출발.
새밭이라는 여의곡은 상당히 깊이 들어간다. 차 한대 대고 천동계곡에 차를 대고 출발하니 거의 10시.
겨울에 한번 왕복한 이 길, 청풍 10여년 전에 다녀왔다는데 나보다 기억이 더 확실하다.
자긴 산에 간 기억이 몇개 안되는지라 그렇다나 뭐라나?
아무튼 길이 완만하고 계곡을 끼고 가는건 좋지만 갈이 포장되거나 포장 수준의 돌이 깔려 있다.
출발도 하기 전 배고프다는 청풍. 아침을 남기더라니....
청풍 걔겨주는 덕분에 걱정한 푸르름과 고천사는 여유있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이런날 카메라 안 들고온 나무천사는 내 디카 뺏어가 인물 사진 찍느라 바쁘다. 흥, 치, 피....
놀며놀며 쉬며쉬며 천동쉼터에 도착. 이곳은 공단 사무실만 있는게 아니라 간이 매점까지 있다.
여기서 막걸리 한병 시켜 나무천사 청풍 먹고 나더니 이젠 다리가 꼬인다고 엄살인 청풍. 어쩌라고?
천동계곡 지나고 나서 조금 경사가 급해지더니 계단이 나오긴 하지만 경사 정말이지 완만하다. 그래서 긴가보다.
올라갈 수록 능선과 단풍, 그리고 하늘이 어울어져 산이 점점 예뻐진다. 뒤를 돌아다보면 더 환상이다.
나무천사 올라가버려 사진도 못 찍고 올라가니 주목 데크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이런 저런 사진 찍고 있는데 똑같은 옷 입은 세사람이 내려간다. 뭔가 했더니 블랙야크 100대명산 순례단.
이 길로 올라갔다 되돌아 내려가는 거라고....
전엔 겨울에 올라가 이곳 경치가 전혀 기억에 없는데 데크에서부터 죽령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곳까지 주목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생각보다 멋진 경치로 오르막인데도 힘이 안든다.
주능선과 만나는 곳에 올라오니 가스가 끼어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산행 늦을까봐 걱정하던 푸르름은 진작에 올라가버리고 우리들은 이곳에서 이런 저런 버젼으로 사진을 찍는다.
특히나 큰 맘 먹고 년중행사로 산에 온 청풍과 소백산이 처음인 고천사는 스마트폰으로 찍어 주느라 나름 바쁘다.
경치는 가스가 끼었다 걷혔다 하면서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비로봉 올라가는 길을 다 데크를 깔고 금 밖으로 못 나가게 줄을 쳐 놓아 예전의 소백산보다 정비가 되고 식물들이 많이 살아난 느낌이다.
황홀해 하면서 구름이 만들어내는 경치를 구경하며 올라가는데 오른쪽과 왼쪽 두곳 중 난 오른쪽이 비로봉이라고 하고 청풍은 왼쪽 봉우리가 비로봉이라고 한다.
그럼 이걸로 저녁 내기 하는겨?
정상에 올라가니 정상석이 한갖지다. 단풍이 아직 일러서인지 개천절 지리산에 비하면 호젓해 참 좋다.
여기서 우리들도 단체, 개인 사진 맘껏 찍고 점심 대신 간식으로 푸르름표 찰밥과 커피 마시기.
한참 쉬었다 가야 한다는 청풍. 그려 싫컷 쉬자 쉬어.
이곳에서 경치가 시시각각으로 보였다 가렸다 하여 봐도 봐도 싫증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소백산을 봄과 겨울엔 와 봤지만 가을엔 안 와 본것 같다.
가을 경치가 아주 근사하다.
어의곡 하산길은 2시간 10분 걸린다고 한다.
비로봉에서 국망봉 방향으로 가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시간이 짧아 급경사를 염려했는데 초장의 길은 데크 깔려있고 조망도 좋고 완만하다.
이쪽으로 겨울에 한번 하산한 기억이 있는데 길은 자작나무와 침엽수 활엽수가 어울어져 낙엽이 떨어져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아주 환상적인 경치.
가을 속으로 들어온 느낌의 이 길을 행복해 하면서 걷는데 드디어 나오는 급경사 계단길.
이 계단길도 최근에 나무 데크를 새로 깐것 같은데 올라올 때는 땀 좀 뽑을것 같다.
헌데 길은 내려올 수록 돌로 된 계단인데 이쪽이 유난히 습한지 이끼도 끼어있고 어제 내린 비로 돌도 젖어 있어 조심스럽다.
내가 먼저 한번 미끄러지고 청풍도 앉다 미끄러지니 더 버벅대게 된다.
고천사는 신발 끝이 닿아 발가락이 아프다고 역시나 절절맨다. 발목 다쳤다던 푸르름이 그중 훌륭하다.
올라갈 때 경로보다 더 시간걸려 올라온 청풍이 그래도 하산 초장엔 올라올 때의 민폐를 만회한다고 내달리더니 후반으로 갈 수록 다리 아프다고 점점 자주 쉰다.
비로봉에서 2시간 반 만에 드디어 하산. 산행 시간이 7시간이다. ㅎㅎ
차 타고 천동계곡에 차 회수하고 단양 시내 장다리식당에서 마늘정식 먹기.
지난번 휴가때 보다는 사람이 적어 조금만 기다렸다 저녁먹기. 오늘 내기에서 진 청풍이 밥을 사야 하는데 어느새 고천사 계산을 했다.
산행도 잘하고 밥도 잘 먹었지만 집에 갈 일이 걱정이었는데 차는 염려와는 달리 하나도 막히지 않아 2시간 여 만에 안양 입성.
고천사 명학역에 내려주고 집으로~
친구 덕에 잘 자고 잘 먹고 멋진 날씨에 가을 소백산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다음에 청계산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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