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마음도 몸도 겨울이어라 (영춘기맥: 행치령-하뱃재, 11/17)

산무수리 2013. 11. 18. 00:01

체온 - 장승리(1974~ )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남의 카드를 보려면 제 카드도 보여주어야 한다. 상대방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카드를 쥐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적절한 타이밍에 카드를 펼쳐 상대 패를 유도하거나, 그가 패를 보였을 때 너무 늦거나 이르지 않게 내 카드를 펼쳐놓는 일에 우리는 익숙한 것 같다. 내 카드가 초라해서 상처투성이 패를 나에게 보여준 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비밀스러운 카드 여럿 쥐고 있는 사람에게 보여줄 카드가 더 없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이를 만났더라도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닌 인생을 더 알게 되는 계기가 이렇게 열리는 것 아닐까.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11.17 (일)

코스개관: 행치령-응봉산-임재-아미산 갈림길-큰노루목재-1090봉-서봉산-하뱃재 (9:00~ 17:00)

날씨: 바람도 많이 불고 오전 내내 흐림. 오후에 그나마 햇살을 보여줌.

멤버: 당나귀 8명 

 

어제 자려는데 번개, 천둥이 친다. 내일 비가 오면 어쩌나....

새벽 남의편은 울릉도 간다고 나갔고 나도 준비하고 나오니 총무님 차가 기다리고 계시다. 헌데 뒷자리가 텅 비었다.

오늘 회장님도 못 오시고 기쁨조 동상들도 다 못 온다고...

경림씨는 감기가 심해져 목소리가 안 나온다. 그래도 오늘 산에 오려고 병원에 가 약도 짓고 주사 까지 맞고 왔다고...

월급 받는 총무도 아닌데 고생이 말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오랫만에 정임씨가 작가님과 길을 건너 온다. 버스를 타니 8명.

모처럼 길게 누워 잤다. 화양강 휴게소 한번 쉬고 산행 기점에서 찻길은 차로 이동.

 

 

 

 

 

 

 

 

 

 

 

 

 

 

 

 

 

 

 

 

오늘 산행 시작부터 바람이 불어댄다.

아직 겨울 산행이 아닌줄 알았는데....

바람을 맞으며 이어가는 산길이 바람소리만 들리고 아무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쉴 생각도 안하고 무작정 내 달린다.

헌데 먼산을 보니 산이 허옇다. 잘 하면 상고대를 볼 수 있을것 같다.

응봉산이 1000m가 넘으니 비가 눈이 되었나 보다. 총무님은 더덕을 발견해 선두 서다 빠지고 몸 안 좋다는 경림씨는 그래도 선두 그룹에서 처지지 않고 내 달린다.

응봉산 정상이 가까워 오니 눈이 제법 쌓여 있고 상고대가 보인다.

우와~ 11월에 웬 횡재?

행복해 하면서 응봉산 정상에 가니 막상 정상은 상고대도 별로고 그나마 눈이 없으면 참 심심한 경치일것 같다.

인증샷 하고 직진하려는 본능을 누루고 산길은 우측으로 팍 꺾인다.

 

 

 

 

 

 

 

 

 

 

 

2시간 만에 정상 찍고 점심 먹기엔 조금 이르다. 총무님표 더덕꿀차를 오늘은 멤버가 적어 특별히 더 진한 더덕차를 2번을 먹을 수 있을 거란다.

한잔씩 따뜻한 더덕차를 마시니 몸도 마음도 조금은 녹는것 같다.

어느새 큰노루목재도 지나고 날은 개지 않고 흐린데 점심은 먹어야 할것 같은데 마땅한 자리가 없다. 바람도 계속 불어대고...

가장 협소한 곳에서 그것도 각자 찢어져 밥을 먹으려니 참 춥다. 그나마 총무님이 오늘 산행에서 캔 더덕을 씻어서 먹으라고 하나씩 나누어 준다.

몸 아픈 경림씨는 제일 큰 더덕을 준다. 빨리 몸 따뜻해 지라고.....

대부분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발 젖은 백성이 많아 몸도 춥고 발도 시려 급하게 출발. 밥 먹고 나니 손까지 시리다...

이젠 정말 장갑도 동계 모드로 바꿔야 겠다 싶다.

 

 

 

 

 

 

 

 

 

 

 

 

 

 

 

 

 

 

 

 

 

 

 

 

 

 

 

 

 

 

 

 

 

 

 

 

 

 

 

오전 산길에 비해 오후 산길은 업다운이 심한 편이다.

오늘 산길이 거리는 15K 라는데 업다운이 심해 결코 쉽지는 않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이 산이 끝인가 싶어 넘어가면 하나가 또 있고를 몇번 반복한다.

오후 더덕꿀차로 다시 한번 원기 회복을 해 보지만 체력이 자꾸 바닥을 쳐 걷기가 갈 수록 힘이 드는데 봉우리는 계속 나온다.

막판에는 암릉성 길까지 올라가고 이쪽은 눈도 제법 쌓여 있어 생각지도 않는 신설 산행이라 조심조심 내려서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것 같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우아한 갈색이데 우리가 걷는 산길은 완전 겨울.

그나마 오후에는 해가 자주자주 보이고 바람도 가끔은 쉬기도 한다.

아무튼 겨울보다 더 추웠던 오늘 산행이었다.

왜? 미처 겨울 준비를 안 한 사람들이 대부분인지라....

혹독한 겨울 산을 잠시 맛보고 그나마 마지막 봉우리는 올라가지 않고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이라는데 여기서부터 내려가는 길도 너덜성 바위가 눈과 낙엽과 뒤섞여 결코 만만치 않았고 낙엽송 쌓인 폭신한 길도 경사가 어찌나 급한지 발목이 아플 지경이다.

드디어 마을이 보이는데 마을 보이고 나서도 아주아주 한참만에 목적지인하뱃재 율전초등학교에 도착.

옷도, 신발도 다들 흙투성이다. 기사님이 어차피 청소 해야 한다고 걱정말고 타란다. 고맙고 미안하고...

대부분 신발이 젖어 춥다. 나도 양말 갈아신고 기사님께 비닐 봉다리 얻어 신발에 끼워 넣으니 훨씬 낫다.

 

 

총무님이 이쪽 동네 다니며 먹어봤다는 서석의 한국관에서 두부전골로 저녁을 먹는데 가격도, 맛도 착하다.

역대 최소인원, 역대 최소음주.

기사님이 이불까지 빌려주셔서 나와 경림씨는 이불덮고 두다리 뻗고 잘 잤다.

6시30분 출발. 차는 서정 부근에서 좀 밀린다는데 그래도 9시 전 안양 입성.

다음 한구간만 더 하면 춘천 구간은 끝나고 나머지 10회는 영월 구간이라고....

다음부터는 무조건 동계 산행 모드로 준비해야 겠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