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간만에 청계산 가기 (12/8)

산무수리 2013. 12. 8. 20:17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1958~ )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하략)

혼자 깎아 먹는 사과이니 포크도 호강이고 해서 조각낸 사과를 칼로 찍어먹고 있는데 난데없이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낯선 번호였습니다. 우물우물 입속이 씹던 사과로 가득했기 때문인데 그녀가 말했습니다. 계집애, 예쁜 척하는 건 여전하구나. J언니였습니다. 내 옷을 자기 옷장에 걸어두고 죄다 제 옷이라 우기던 언니였습니다. 슬립 차림에 니 삭스에 운동화를 신고 온 동네를 쏘다니는 바람에 자주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게 하고 자주 경찰차를 타게 하던 언니였습니다. 몸보다 마음의 몸살을 간호하는 게 더없이 버거워 연락 끊은 지 12년, 언니는 결혼을 한다고 했습니다. 근데 걱정인 게 일요일에 폭설이 내린대. 그래도 다행인 게 눈 오면 잘 산다더라. 난 잘 살 거야. 지금은 음력 8월 초이니 폭우를 잘못 발음한 것이길 바랐습니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일이 많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언니에게 그때 나 왜 그랬을까요.<김민정·시인>

 

코스개관: 양재화물터미널-옥녀봉-매봉-망경대우회-석기봉-이수봉-옛골 (4시간) 

 

 

 

 

 

 

 

 

 

 

 

아침 약속을 급하게 잡고 12시에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20분 이나 늦어졌다.

오랫만에 온 화물터미널쪽 산행 기점이 너무나 달라져 어리둥절 하다.

늘상 가던 길이 아닌 조금 안쪽 길은 길은 좀 더 길다.

옥녀봉이 너무나 안 나타나 이사간줄 알았다. 오후에 산행을 하니 복잡함은 덜하다.

날은 맑진 않지만 간간히 해도 나고 우선 춥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높이 올라갈 수록 길이 많이 질다.

산행이 4시간 정도가 좋다는 친구에 맞춰 이수봉까지 갔다 옛골로 하산.

하산길이 계단길이 대부분이라 안야으로 하산할걸 하고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인파를 피해 조용한 싟당에서 먹은 순두부는 인인용 돌솥에 밥을 해 주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버스타고 나와 신분당선을 타고 양재로....

친구는 신분당선 처음 타 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