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3산행일기

당나귀, 장곡현에서 전원 탈출? (춘천기맥 졸업, 12/1)

산무수리 2013. 12. 1. 23:25

아주 작은 형용사야
- 안현미(1972~ )

나무 난로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여자의 갈비뼈 하나 꺼내들고

한 사내가 시간을 쪼개고 있다

난로 위엔 시간으로 끓인 주전자가

저 혼자 은밀하게 끓어오르며

노란 잠수정처럼 떠오르고 있다

시간을 쪼개다 지루해진 사내는

여자의 갈비뼈를 시간의 장작더미 위에 던져놓고

정물처럼 버려져 있는 여자 속으로 들어간다

난 삼류야 양아치야 독 많은 옻나무야

뒷산 올빼미야 (너) 아주 작은 형용사야

이제 네 갈비뼈는 너무 무뎌졌고

정말 같은 너도 지루해

나무 난로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시간으로 끓인 주전자엔

지루함도 바닥이 난다

여자는 식어버린 나무 난로에 기대

무뎌진 갈비뼈를 들고 밑줄 긋는다

나 아주 작은 형용사야

결혼한다기에 사랑이 끝났구나 했습니다. 헤어진다기에 사랑이 시작이겠구나 했습니다. 사랑은 깨진 콜라병이 실수로 반짝일 때 순간 거기 대고 침을 쏘는 벌의 뻘짓 같은 것. 사랑은 그러니까 언젠가 내 남자가 억지로 보였던 그 눈물처럼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우는 줄 알았는데 웃어서 궁극에는 너나 나나 머시기에 털이 날 게 빤한 지극히 평범한 체형들의 합집합 같은 것. 사랑해와 사랑했었다 사이에서 더는 침묵도 더할 변명도 사라졌을 때 돌아서서 당신이 했던 일, 문구점에 들렀다고 했던가요. 그리고 십오 센티 플라스틱 자를 샀다고 했던가요. 한쪽씩 나눠 쥐었던 노트 위에서 우리들은 행복했던 한 시절을 꽤 완벽한 대사로 재현하고 있었지요. 과거완료형의 명료함 아래 당신이 빡빡 그은 밑줄 아래 알고나 있었나요? 나도 아주 작은 형용사였다고요! <김민정·시인>

 

산행일: 2013.12.1 (일)

코스개관: 하뱃재-청량봉-장곡현-(원래 계획은 전망바위-구목령-생곡리였으나)-에서 임도 타고 하산

날씨: 햇살 따땃한 겨울날

멤버: 당나귀 12명

 

범계역에서 1명이 늦어 10분 늦게 온다더 버스가 20분이나 늦었다. 조금 짜쯩난다.

오늘은 기사님도 다른분이 땜방으로 오셨다. 출발도 늦어졌고 산행 기점인 하뱃재 도착하니 거의 10시. 1시간이나 출발시간이 늦다.

상큼이는 발등이 아프다고 해 파스 붙여주었다. 조금 걱정 된다. 신천씨가 자기가 책임지고 간다고 걱정 말란다. 신천씨, 후미천사가 따로 없다.

오늘은 춘천기맥 졸업이고 다음부터는 영월 구간이란다.

대부분 스패치를 챙기지 않았는데 강원도 아니랄까봐 눈이 하얗고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다. 초장 오르막이 바로 급경사.

사진 찍고 선두 서는 총무님이 아이젠 하고 러셀하며 올라간다.

 

 

 


 

 

 

 

 

 

 

 

 

 

 

 

 

 

 

 

 

 

 

초장부터 이대장이 미끄러지며 넘어진다. 뒤에 가는 사라들은 덩달아 긴장이 되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아이젠 한 현숙씨, 녹는 눈이라 아이젠에 달라붙어 아이젠 하기에도 애매하다.

거의 1시간을 싸운 사람들처럼 말도 하지 않고 눈 빼고는 경치도 아무것도 없는 재미없는 산길이다. 아직은 뒷동산 구간이라 그렇다고....

2시간 정도 올라왔는데 작가님이 여기가 청량봉이라고 한다. 6K가 넘는데 벌써?

헌데 아니라고... 청량봉은 여기서도 1시간을 더 가야 나왔다.

 

 

 

 

 

 

 

 

 

 

 

 

 

 

 

 

 

 

 

 

 

 

 

 

청량봉까지 정말 멀었다. 선두도 안 보이고 후미도 안 보이고.....

청량봉에 올라가니 한강기맥과 만나는 길로 전에 우리가 다녀간 곳이라는데 지명만 낯익지 거의 기억이 없다.

아무튼 예전에 없던 안내판도 보이고 정상석도 스텐레스로 아주 잘 만들어 놓았고 3방향이 길인지라 리본이 덕지덕지 달려있는데 눈까지 남아 있으니 무슨 나이트클럽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화려하다.

정상을 독차지 않고 다같이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풍성한 반찬과 후식으로 더덕꿀차까지 배부르게 잘 먹었다.

지금부터는 전에 다녀간 한강기맥길이라고.....

 

 

 

 

 

 

 

 

 

 

 

 

 

 

 

 

 

 

 

 

 

 

 

밥 잘 먹고 오늘 목적지인 구목령까지 서둘러야 한다는데 선두 러셀하는 총무님 뒤를 따라가기만 하는데도 쉽지 않고 후미는 자꾸 처진다.

오늘 산길은 비교적 완만한 편인데 막판 정곡현 올라오는 길이 그중 급경사인것 같은데 계단을 해 놓아 줄 잡고 매달리듯이 올라오니 넓은 공터와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경림씨 좋다고 앞으로 뒤로 취침 모드다. 추위 엄청 타면서 눈은 좋은가보다 하고 웃었다.

시간이 2시인데 여기서 빨리 가도 구목령 지나 생곡리까지 가는데 5시간이 걸린다고 여기서 임도 타고 하산하는건 어떠지 이대장이 먼저 탈출을 제안한다.

원래 오늘 상큼이와 신천씨만 탈출하기도 되어 있는데? 회장님이 반대 하실텐데?

헌데 회장님이 네 맘대로 하라시고 작가님도 반대 하지 않는다고.

당나귀 최초로 전원 계획을 변경해 하산하는 초유의 사태 발생.

상금씨가 어찌나 고마웠던지....

임도 타고 하산하는길도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하지만 갑자기 마음이 넉넉해 져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어가면서 임도를 걷는데 발걸음이 가볍다.

2시간 정도 내려오니 마을이 나오고 버스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나왔다.

총무님 전화하니 10분 만에 버스 도착. 저녁 먹기 너무 이르다고 안양으로 고고씽~

차는 조금 막혔지만 염려보다는 빠르게 7시 안 되 동편식당 도착.

오늘도 한우에 육회에 고기로  포식하고 난 내일 반찬거리도 사 너무 좋다. 거금을 회장님이 또 쏘셨다.

다 좋은데 산행이 짧으니 뒷풀이가 길어진게 옥의 티. 아무튼 9시 귀가.

다음 산행은 영월기맥 시작이지만 송년산행이라 짧은 코스 골라 간다고 한다.

그동안 못 본 회원들 얼굴 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