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김광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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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시는 휘황찬란한 달빛에 비친 뜬금없는 약속에 제 몸을 싣지 않는다. 넘실대는 환상의 파도 위에서 고귀하고 아름다운 노를 저으며 영광스러운 생애를 꿈꾸지 않는다. 시는 꿈에 부푼 성공의 확신 따위가 허황되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일에서 사실주의의 본령을 확인한다. 예쁜 말로 피워낸 나무 한 그루를 양지바른 곳에 심는 대신, 시는 고통으로 내려앉은 한줌의 재를 쥐고서 벌거벗은 몸으로 부당한 현실과 싸운다. 서정적인 감동의 세계에 몸을 내맡기는 대신 시는 비루한 일상을 땀내 나는 언어로 담아낸, 몹시도 이지적 산물이다. 서정시의 용도가 폐기되었다는 시인의 저 말에는 흥에 젖어 감행한 선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때,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가 곧잘 삶을 속일 수도 있다는 경고가 숨어 있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산행일: 2013.11.2 (토) 8:30 불광역 5번 출구
코스개관: 산성매표소-시구문-원효봉-북문-상운사-산성매표소
날씨: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리다.
멤버: 셋이 만나 둘만 가다
박강직과 시간을 맞춰 고천사도 합류하기로 한 산행.
영등산악회도 같이 가자는 고천사, 허나 정작 한명도 안 온다고...
박강직, 불광역에서 이감탄을 만났다고... 대장이 되어 멤버랑 의상능선에 간단다.
우리도 의상을 염두에 두었으나 버스타고 내리기도 전에 내리는 비.
이 날씨에 의상을 갈것이냐 말것이냐...
오늘따라 산성매표소에는 남녀노소 단체팀이 정말로 많다. 갑자기 내린 비로 동네는 비옷 패션으로 뒤덮였다.
박강직, 비를 보더니 산에 안 간단다.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겠다고...
산행도 하기 전 찻집에 앉아 놀다 박강직이 사온 김밥을 받고 고천사와 둘만 출발.
계곡 다리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단풍들. 둘레길이어서 걷는 팀드리 적지 않다.
아무튼 원효암 들려서 원효봉에 가니 잠시 시계가 트인다. 황홀해 하면서 북문으로 가니 여기도 사람이 많다.
북문에서 내려서는 길의 단풍이 장난이 아니다.
비가 내리는데도 행복할 지경이다.
상운사 들려 샛길로 내려서 내려오니 은행나무가 눈을 즐겁게 한다.
하산해 장비점에 들려 고천사 지름신 영접하고 밥을 먹기엔 시간이 너무 이른지라 차 한잔 마시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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