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흙먼저 펄펄 날리는 강화기맥 가기 (별악산-퇴모산, 4/20)

산무수리 2014. 4. 20. 22:47

얼룩
- 김기택(1957~ )

달팽이 지나간 자리에 긴 분비물의 길이 나 있다

얇아서 아슬아슬한 갑각 아래 느리고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운 길

슬픔이 흘러나온 자국처럼 격렬한 욕정이 지나간 자국처럼

길은 곧 지워지고 희미한 흔적이 남는다

물렁물렁한 힘이 조금씩 제 몸을 녹이며 건조한 곳들을 적셔 길을 냈던 자리, 얼룩

한때 축축했던 기억으로 바싹 마른 자리를 견디고 있다

비가 오고 난 어느 날이었어요. 후배들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앞서 걷는 아이들이 깨금발로 폴짝폴짝 뭔가를 피하는 것이었어요. 우산을 지팡이 삼아 느릿느릿 걸어가던 내가 왜? 왜? 무슨 소란이야? 하다 고개를 숙여보니 글쎄 그 아래 길 위로 온갖 사이즈의 달팽이들이 사방팔방 들러붙어 있지 뭐예요. 사람들의 무심과 무시로 등이 깨진 채 짓이겨진 달팽이들이 있는가 하면 엉겁결에 더불어 간신히도 살아남아 그것도 속도냐 할 눈곱만 한 스피드로 정진하던 달팽이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어찌됐든 달팽이들도 저마다의 삶이란 게 있을 텐데, 그러니 놔두는 게 돕는 일일진대, 왜 나는 손 한 가득 달팽이들을 집어 올리지 못해 안달이었던 걸까요. 무성하게 잘 키운 화분 하나 믿고 달팽이들을 그 위에 풀어놓는데 그제야 욕심이지 싶더라고요. 그리고 까맣게 잊은 어느 날 비질을 하다가 알맹이는 어디 가고 속 빈 강정처럼 껍데기만 남은 달팽이의 오늘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누굴 탓하겠어요.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참 나쁜 년이란 얘기지요.<김민정·시인>

 

산행일: 2014.4.20 (일)

코스개관: 전망대-별악산-새말고개-고려산로-고려산-새재고개-퇴모산-혈구산-농업기술센터 (9:20~17:20)

멤버: 당나귀 14명

날씨: 아침 쌀쌀한듯 했으나 날이 팍 풀려 덥게 느껴지던 바람 잘 불던 날

 

토욜 저녁 경림씨 전화. 밥 싸오지 말란다.

경방 피해 2회에 걸쳐 강화지맥을 하는데 차 만나 밥을 먹기로 했다고 안 들고가도 된다고 반찬과 밥을 해 온다고....

우리야 좋지만 또 뭘 싸오려고 하는지 기대 되면서도 한편은 염려가 된다.

아침 세보따리 들고 온 경림씨. 묵, 밥, 갖은 야채.....

이것 준비하느라 거의 뜬눈으로 세웠다고. 고맙고 미안하고...

버스를 타니 14명이다. 이 버스로는 다소 많은 듯한 멤버. 안샘와 나란히 앉아 일단 잤다.

휴게소에 버스 몇대가 보이는데 다 고려산 가는 거라고....

우리들은 오늘 산행 기점인 전망대를 가기 위해 검문소에 총무님 민증 대표로 까고 들어갔는데 입장료가 2500원.

너무 비싸다고 옆으로 돌아들어갔다. ㅎㅎ

 

 

 

 

 

 

 

 

 

 

 

 

 

 

 

 

 

 

 

 

새말고개까지 가는 길은 크게 험하지 않고 완만한 편이고 군부대 지역이어서인지 한갖지다.

진달래는 거의 졌지만 대신 복사꽃이 화사하다.

복사꽃이 기미에 좋다는 말을 김희애가 썼다고 들어 한바탕 웃었다.

수연씨 덥다고 팔 걷고 가면서 날 보고 걷으란다. 탄다고 하니 선탠 하고 좋지 않냐고...

네 나이엔 선탠이지만 내 나이엔 점 생기거든?

그나마 표범이면 다행인데 잘못 하면 달마시안 된다고 웃기는 총무님.

중간 중간 운동 시설도 나오고 조망 좋은 조망터도 나오고 멀리 바다도 보이고 아무튼 강화의 속살을 보는것 같아 좋다.

새말고개의 검문중이 있다고 웃기는 총무님. 후미 기다렸다 출발.

 

 

 

 

 

길을 한번 더 건너는곳 까지 가는데 길이 아주 그지같다. 헌데 이곳이 엄나무 밭이라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엄나무 잎 채취하느라 바쁜데 걷기도 힘든 백성은 땅만 보고 간다.

이곳에 내려서서 밥 먹는줄 알았은데 봉우리 두번 쯤 더 넘어야 한다고...

총무님 비상식량인 초코파이를 하나씩 배급 받고 밥 먹을 곳 까지 고고씽~

 

 

 

 

 

 

 

 

 

 

 

 

 

 

 

 

 

 

 

날이 더워지면 오르막이 다소 힘들었는데 정상에 보이는 정자, 그리고 봉천대라는 단이 보인다.

봉천산 정상 산불감시탑이 보이고 조망도 사방이 트이고 아주 좋다. 그리고 조금만 내려가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행복하다.

산불감시요원을 본 총무님 왈, 사나이 가슴에 불 지르는 여인들이 있다고 웃긴다. ㅎㅎ

이곳에서 봉천대에서 직진해서 내려가는 길로 선두 몇몇이 내려갔는데 그 길이 아니라는 총무님.

몇몇은 알면서도 이 길이 짧다고 이쪽으로 가고 우리 몇몇은 정상 지맥길을 따라 내려가니 강화나들길 18코스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하점 성당을 지나 폐가 앞에 자리 잡고 경림씨가 밤새 준비한 도토리묵, 팥을 세번 죽인 찰밥, 자연산 야들야들한 미역 무침에 굴전, 총각무, 김장김치, 거기다 수연씨표 김치까지....

다들 행복해 하면서 그 많은 밥을 다 먹어치웠다.

반찬을 많이 싸와 김치가 남았다. 누가 가져갈거냐고 하니 서로 가져간단다. 순식간에 경매를 붙여 이대장이 12000원에 낙찰. ㅎㅎ

많이 먹고 많이 웃고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오전반 한 백성들이 오후에 안 간단다.

아니, 일부러 고려산만 오는데? 고려산 안가면 후회할텐데?

결국 고려산 입구까지 차로 1K 이동 후 하차.

 

 

 

 

 

 

 

 

 

 

 

 

 

 

 

고려산 입구에서 지맥길은 왼쪽 능선을 탄다는데 대부분 못본체 고려산을 향해 직진.

선수 5명만 대표로 능선길로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계곡길 따라 정상에 가기.

진달래는 져 가는 모드이고 산벚꽃도 흐드러지게 피다 못해 지는 모드.

지난주 왔다면 피크였을것 같은 진달래, 헌데도 정상 주변 데크와 전망대에 가니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길가 진달래는 먼지를 먹고 시들어 간다.

앞서서 올라간 사람들 겨우 만나고 후미 기다리니 능선길에서 오는 팀을 만났다.

다 같이 만나 간식 먹고 인증샷 하고 5명은 새재고개에서 차를 기다리기로 하고 9명만 혈구산으로 가기 위해 먼저 출발.

 

 

 

 

 

 

 

 

 

 

 

 

 

 

 

 

 

 

 

 

 

 

 

 

 

 

 

고려산에서 내려오면서 길이 완전히 흙먼지 펄펄나는 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가물긴 정말 가물었나보다. 헌데도 이런 날씨에도 꽃을 피우는 꽃들이 참으로 곱다 못해 처연해 보인다.

선두가 내달려 쉬지도 못하고 혈구산 가는 길인 시간이 많이 늦어서인지 한갖지고 참 좋았다.

중간 조망 좋은 곳 가기 전 노란 제비꽃과 어울어져 핀 진달래길은 정말이지 너무 곱다.

정상에 가까워 질 수록 진달래가 많아진다. 어찌보면 고려산보다 더 좋다.

이 산을 거의 우리가 전세 내다시피 영화 찍고 과일 엄청 먹고 퇴모산 가는길은 사람들이 더더욱 내 달린다.

쫓아가느라 죽을 지경이다.

헌데 오늘 배낭 안지고 원없이 산행 해 뿌듯해 하는 안샘. 오늘 산행 하나도 힘이 안 들었다고...

헐~

 

 

퇴모산에서 농업기술센터까지 내려오는 길도 먼지 정말 많이 났고 초장엔 급경사였지만 아무튼 무사히 하산하니 8시간 산행이다.

빗자루가 있어 바지에 뭍은 흙먼지 털고 화장실에서 세수 하고 발 닦는데 발목까지 먼지가 들어갔다.

 

 

 

저녁은 집으로 오는 길은 김포의 금강식당에서 먹는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남강식당.

이곳에서 메기매운탕으로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고 차 타고 잠깐 졸았는데 평촌이라고 해 부랴부랴 하차.

숙원사업이던 혈구산-퇴모산을 갈 수 있어 참 좋았다.

다음 구간은 마니산 구간이라고....

변명 하나, 사진이 원하지 않는데 연사가 가끔 되면서 알아서 인식해 사진이 찍힌다.

모니터 보는것도 익숙치 않아 가끔 사람들 잘라먹는다. 고의가 아니니 이해 해 주시길.....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