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홋카이도 여행기 1 (서울-아사이카와, 8/1)

산무수리 2017. 11. 10. 21:32
다시 아침
-도종환(1955~ )

  
내게서 나간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 날은
돌아와 빗자루로 방을 쓴다
떨어져 나가고 흩어진 것들을 천천히 쓰레받기에 담는다
요란한 행사장에서 명함을 잔뜩 받아온 날은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찬물에 차르를 차르를 씻겨나가는 뽀얀 소리를 듣는다
앞차를 쫓아가듯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은
초록에 물을 준다
꽃잎이 자라는 속도를 한참씩 바라본다
다투고 대립하고 각을 세웠던 날은
건조대에 널린 빨래와 양말을 갠다
수건과 내복을 판판하게 접으며 음악을 듣는다
가느다란 선율이 링거액처럼 몸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수행인데 이렇게 살림살이하는 것과 같다. 이 시의 서술 동사를 가만히 본다. 방을 쓴다-쓰레받기에 담는다-쌀을 씻는다-밥을 안친다-뽀얀 소리를 듣는다-물을 준다-빨래를 갠다. 일상적으로 하는 살림살이의 동사들이다. 본래 정화(淨化)란 이렇게 살림살이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정결한 새 아침을 위하여.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올해는 뭐 그리 기분좋은 해는 아니다.

나이 먹는 정점을 찍는 해로 대학 동창들과 곗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몇명 안되고 추진하는 사람도 없어 고등학교 동창들 가는 패키지에 우리도 함께 가기로 했다.

그 여행에서 7.30 돌아와 31일 의료인 연수 받고 8.1 출발하는 홋카이도 여행에 무작정 숟가락만 얻었다.

올해 바로 옆 학교로 온 쫀누나도 홋카이도 간다니 즉석에서 콜 해서 산정 삼총사에 더해 4명이 성원.

계획짜기, 비행기표 예매는 차영샘이 다 했다. 3월 초 인데도 비행기값이 만만치 않았다.

날보고 여행 다녀오자 마자 또 가겠냐고 해서 산행도 아닌데 못 갈거 없다고 붙여 달라고 했다.


사실 차영샘 컨디션이 요즘 좋지 않은데도 여행 계획에는 산행이 이틀이나 있다.

숙소 예약은 시간이 일러 미리 안 되는곳도 있고 영어 버젼이 없어 어려움도 많았는데 그 문제는 명숙샘 공주님 친구가 일어 전공자라 모모야마 유스호스텔, 숙박, 배표 예매는 도움 많이 받았다.

JR패스도 여행사 통해 받았다고 들었다.

책을 4권 사 한권씩 돌아가면서 읽었다.

쫀누나는 나름 자유여행을 많이 한지라 이것 저것 의견을 내는데 나는 아는게 없어 전혀 도움 안됐다. 머리수 하나 보탠것?

하루 차를 렌트한다고 해 쫀누나와 명숙샘은 국제면허증 발급 받았다.

일본은 현금을 좋아한다고 해 돈 많이 바꾸고 많이 바꾸니 여행자 보험을 은행에서 들어준다.




인천에서 10:10 비행기다.

일찍 만나 짐을 부치는데 방학인지라 난리도 아니다.

우리는 셀프 체크인을 하는데 도우미가 나와 무늬만 체크인이다, 아무튼 무사히 체크인 하고 비행기 타고 기내식 먹고 영화도 보고 3시간 정도 걸려 신치토세 공항 도착.

공항에서 역까지 연결되어 있어 JR 데스크 찾아가기.




JR패스는 외국인용으로 신청한 기간 중 5일을 국철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던가?

아무튼 영어가 잘 안통하는 일본에서 한국어 하는 안내와 어렵게 이야기를 해서 삿포로역까지 가는 기차표로 교환해서 무사히 기차를 탔다.

좌석은 지정석이 있는 곳이 있고 자유석이 있는데 우리는 지정석을 탔다.

공항에서 삿포로까지는 멀지 않아 여기서 다시 아사이카와 가는 기차표로 바꾸어 타고 가기.

젊은 사람들은 삿포로에서 와카이나까지 밤기차를 타고 가면 당일로 갈 수 있는 곳이라는데 우리는 밤차를 무서워하는 백성이 많은지라 중간 아사이카와에서 이틀 자고 간다고......





아사히카와역에 내리니 역이 너무 크고 출구도 많아 어리둥절.

여행 안내소가 이때는 문을 열어 물어보고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멀지 않아 (그래도 처음엔 멀게 느껴짐) 캐리어 끌고 버벅대며 숙소 찾아가기.

숙소는 가격에 맞추다보니 작다. 트렁크 2개 펴 놓으면 꽉찬다. 아무튼 늦기 전에 저녁 먹으러 나가기.








밖에서 보면 식당인지 술집인지 구분이 안 가고 좀 근사해 보이는 곳은 너무 비쌀까봐 겁나고...

아무튼 여기저기 둘러보다 그중 무난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말 안통하는데 그림을 참고로 어렵게 라면과 덮밥을 시켜서 80점 정도의 저녁을 무사히 먹었다.

그리고 일본 편의점에서 먹어야 하는거라는 리스트에 나와있는 롤케익등 몇몇 자질구레한걸 사 들고 숙소로 들어와 첫날밤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