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기형도(1960~1989)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 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 든다.
단풍은 병색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얼굴은 낯선 그림이 되었고, 사람은 선 채로 길 잃은 노목이 되었다. 그는 병든 것이다. 나무의 내면은 어둠이 가득한데 영혼은 어째서 반 토막인 걸까. 그는 이 분의 일이 된 자신의 존재를 죽음과 연루시킨다. 살아 있으나 죽은 것 같은 마른 몸뚱이에, 상처에서 고름이 나듯 노란 단풍이 든다. 단풍은 분명 병색이다. 그러나 알 수 없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왜 건강해 보이는 건지. 이 사람의 신음이 어찌해서 나를 어루만져 주는 건지. <이영광 시인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8.4.15 (일)
코스개관: 창원cc-신풍고개-북산-굴현-천주봉-천주산-안성고개-장등산-중지고개-마재고개 (10:45~17:50)
날씨: 아침 저녁은 쌀쌀하고 한낮은 덥게 느껴진 날
멤버: 당나귀 8명
의왕3총사 중 작가님만 참석해 차 안이 헐렁하던 날.
죽전에서 버스가 잠시 정차해 회장님의 그분 장미님이 공식적으로 처음 합류하던 날.
사진보다 실물은 훨씬 곱고 키도 크고 날씬하기까지 하다.
요즘 회장님이 왜 젊어졌는지, 왜 행복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것 같다.
오늘 역주행 하는 이유는 점심을 놓고 가기 위해서 골프장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헌데 차는 길 없어보이는 길로 가 이 길이 아니라고 창원시내를 돌아돌아 골프장에 갔는데 거의 산 중턱에 골프장이 있어 내심 덜 올라가도 되나 다들 좋아했다.
헌데 골프장에서 산으로 가는 길이 없다고 한다. 철조망으로 막혀있다고 한다.
실랑이 벌어봐야 소용 없어 도로 나와 마을쪽 등산로 입구를 겨우 찾았다.
회장님과 그분은 오후 산행부터 합류한다면서 창원 시내에 나가 점심 드시고 굴현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에도 한번 그렇게 해 결국 산행중 한번도 못 만났는데 혹시 오늘도?
늘 무거운 배낭 지던 총무님도 오늘 오전산행은 물도 마시고 가고 비무장으로 올라간다.
제주도 잔차 여행을 위해 운동을 너무 빡세게 해 컨디션이 안 좋단다.
약수터가 나와 물도 마시고 길도 예뻐 행복해 하면서 올라가는데 선두가 우왕좌왕이다.
이쪽으로 올라가면 안된다고 해 되돌아 내려오는데 편백나무숲이 아주 멋지다.
우리가 갈 산이 아니라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멋진 숲을 만나게 되어 나름 좋았다.
골프장을 뺑 돌아 내려와 마을로 내려와 제대로 된 등산로로 접어드는데 1시간 정도를 허비했다.
우리 오늘 18홀 밖으로 다 돈거라고 신천씨 웃긴다.
이 골프장은 군사정권시설 만들어진건데 아무나 못 다니는 곳이었다고....
더구나 여긴 모노레일로 골프백을 운반해 도난 위험이 있어 철조망을 무시무시하게 최근에 만든것이라고 한다.
낙남정맥 리본을 보니 정말이지 반가웠다. 신천씨 맛있는 사과를 반쪽씩 먹고 출발.
여기서 가는 길은 길도 순하고 아주 좋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이 우리가 차로 돌았던 그 길인것 같다.
부지런히 걷다보니 길이 나온다. 조금 더 내려가니 천주산 둘레길 이정표가 나오는데 낮은 언덕성 산이 있는데 올라가는 길이 없어 길따라 진행.
나중에 알았지만 이 산(정병산)도 올라갔어야 했는데 신천씨 알면서도 모르는체 길따라 왔단다.
길로 오니 거리가 짧아져 아침에 까먹은 시간 조금은 충당했다 웃었다.
신풍고개에서 길따라 오다보니 도로 아래 특이한 토끼굴이 보인다. 여기가 소답굴다리라고 하는데 비라도 오면 위험할것 같은 그런 길이다.
소답굴다리 지나고 높지는 않은것 같은데 힘드는 산을 올라가니 검산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차를 만나는 굴현이라고 하는데 이 산은 산악 자전거를 타는곳인지 점프대 같은 시설이 몇군데 보인다.
여기서 부지런히 내려가니 굴현인데 길이 좁은데 경찰이 차량 지휘를 하고있다.
천주산 진달래 축제날이라 관리를 하는것 같다.
우리 버스도 겨우 한자리 차지하고 서있어 차 옆에 붙어 후다닥 점심을 먹었다.
회장님은 도착 하기 전 출발 하셨다고.....
신천씨는 어제 잠을 잘 못 자 끝까지 못하고 쉬겠다고 하니 천주산 정상에서 입구로 내려와 버스 만나 타고 오라고 이대장이 알려준다.
점심먹고 급경사 산길을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다. 날도 더워져 더 힘들다.
초입 올망졸망한 무덤이 정겹다. 아무튼 큰 바위들이 군데군데 놓여진 뭔가 심상치않은 경치를 보여줄것 같은 천주산을 기어기어 올라가니 전망대가 보이고 그곳에서 조금 더 가니 천주봉이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도 많아지고 복잡하다. 사진 얼른 찍고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천주봉 지나고 다운이 좀 되면서 정상쪽이 보이는데 분홍빛이다.
진달래 다 졌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분홍빛을 보니 갑자기 행복해진다. 길도 평지성 길이 나와 더 좋다.
조금 더 내려가니 만남의 광장이라는 임도성 길이 나오고 노점상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만남의 광장에서 정상가는 길은 아주 험하지도 않고 아주 길지도 않은데도 올라가는데 정말이지 기운도 안나고 갈증도 나고 힘들었다.
착한 윤호씨 얼음물 먹으라고 얼른 준다.
진달래 군락지가 가까워지고 조망 데크에 총무님과 작가님이 기다리고 있다. 꽃구경 하고 가라고....
늦게 출발한 신천씨도 바로 따라붙어 함께 정상을 향해 가는데 그야말로 장터가 따로없다.
진달래는 막상 가까이 가니 많이 진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만큼이라도 보여준게 감지덕지다.
정상에서 사진 찍고 신천씨는 짧은 코스로 내려가고 우리들은 사람들이 거의 안 다니는 정상에서 직진하는 코스로 고고씽~
초장 급경사가 조금 나오고 이쪽은 싱싱한 진달래도 있고 떨어져 즈려밟기 좋은 꽃들도 피어있어 아주 좋았다.
급경사 지나고 나니 길도 순해졌고 무엇보다 좋은건 능선에 그늘이 많다는 것.
선두는 내달려 안 보이고 중산 평상이 있는 쉼터가 나온다. 잠시 쉬는데 현지분들이 마재고개까지 간다니 물 남았다고 나누어 주신다.
그러면서 한참 더 가야 한다고 걱정을 해 준다.
안성고개에서 장등산 올라가는 길은 길진 않았지만 쉽지도 않았다.
겨우겨우 올라가니 총무님이 커피를 타 주신다.
내가 들고 왔지만 윤호씨가 아침부터 지고 다니던 빵을 커피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다시 기운 차리고 이젠 정말 얼마 안 남았을거라 생각하며 출발.
참, 총무님이 회장님을 잡으려고 부지런히 내 달렸는데 못 잡았다며 장미님이 빠른건지 중간에 탈출을 한건지.....
이곳이 우리는 중지고개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중간 단풍취 군락지가 있어 한바탕 뜯고 조금 더 진행하니 길이 나온다.
여기가 마재? 너무 이른걸?
여기가 중재였다. 터널 위 데크길로 넘어갔다.
중지고개에서 능선치는 길을 못 봐 본의아니게 둘레길로 걷게 되었다.
여기서 또 시간을 약간 번것 같다 웃었다. 부지런히 내려와 6시 저너 마재고개 도착.
회장님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계신다. 꿀맛이다.
일단 차로 아구찜 거기로 이동~
다 원조집이라고 써있는 곳 중 회장님 관계자가 진짜 원조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다.
지난번 신세졌던 호텔 사장님이시다.
아구찜을 시켰고 오늘 양력생일이라고 총무님이 사 온 케잌과 더덕주.
더덕주는 진짜 생일날 먹기 위해 조금만 먹고 도로 쌌고 케잌은 회장님과 장미님 만남 축하 케잌으로 변신.
아구찜은 생각보다 맵지 않아 먹을만 했다. 헌데 반찬은 달랑 동치미 하나다.
밥 먹고 출발. 청주쯤에서 차는 좀 막혔지만 12시 전 안양 도착.
이렇게 또 낙남정맥 한 구간을 무사히 뛰어 행복했다. 다들 감고사~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