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김종삼(1921~ ) 사면은 잡초만 우거진 무인지경이다
자그마한 판잣집 안에선 어린 코끼리가
옆으로 누운 채 곤히 잠들어 있다
자세히 보았다
15년 전 죽은 반가운 동생이다
더 자라고 둬두자
먹을 게 없을까 시인은 소년 시절에 어린 동생을 돌보다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잠깐 놓쳐버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놀란 동생에 대한 미안함을 시로 적기도 했다. 그 동생은 젊어서 세상을 떴다. 버려진 판잣집에서 잠든 아기 코끼리는, 그의 트라우마가 빚어낸 어린 동생의 이미지다. 곤한 잠을 깨우지 않는 것, 황급히 먹을 걸 준비해두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런 때 이보다 더 최선은 없을 것 같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몇번 자다 깨다를 반복. 대피소는 그래도 조용한 편이다.
4시반 경 일어나니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출발이다.
일단 일어나 밥 준비하려는데 이 새벽 무박으로 올라온 사람들 불빛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나 무박 산악마라톤 모드의 사람들이 화엄사에서 올라온다.
호젓하던 취사장이 사람들로 버글거린다.
우리도 얼른 햇반 데우고 아침밥 먹고 짐싸고 출발하니 6시.
노고단 고개에서 공단 직원께 부탁해 사진 찍고 출발.
무박 팀들은 전반적으로 속도가 빨라 계속 추월당하며 진행.
대부분 졌지만 간간히 진달래가 남아있고 현호색이 절정을 이루는 지리는 아직은 봄이다.
임걸령 샘에 가니 무박 팀들이 간식 먹고 쉬고 있어 겨우 추월.
반야를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시간도 남으니 천천히 함께 가자 하고 노루목 출발.
노루목 지나 삼도봉 갈림길에 배낭 놓고 반야봉에 올라간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젊은 처자 넷이 100대 명산 찍으러 온것 같아 사진 부탁해 찍었다. 우리도 여기서 간식 먹고 배낭 버리고 반야를 향해 출발.
반야까지? 기억보다 훨씬 멀었다.
이젠 반야도 올라와야 하나 고민 좀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영샘 다른 팀과는 절대 반야 안 온단다. 나한테 끌려 2번째 올라오는 거라고.....
정상에 한명이 있어 단체 사진 찍고 출발.
반야 찍고 배낭 다시 메고 (당연히 더 무겁게 느껴진다) 삼도봉 도착하니 여인 2명이 배낭 깔고 자고 있다.
이곳은 바람이 불지 않아 여기서 눈을 잠시 붙인것 같다.
마침 홀로 온 여인이 있어 사진 부탁하고 출발.
기나긴 계단을 내려오는데 내려오는데도 숨이 찰 지경.
그래도 토끼봉을 올려다보며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조금씩 경치가 달라지고 아직은 피어있는 얼레지도 보인다.
뱀사골 대피소를 향해 출발.
뱀사골 대피소 앞 마당에 벤치가 있고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있다.
아침에 누룽지에 물 부어 불려 점심으로 김싸서 먹기. 이게 빵보다 더 좋다는 차영샘.
밥 먹고 대피소 바로 앞 샘에서 물뜨고 출발.
뱀사골 계곡은 물도 좋고 계곡도 좋고 경사도 완만해 좋지만 길어도 너무 길다.
중간쯤 내려오면 계곡 경치 좋은 곳에는 다리가 있고 벤치도 있고 표지판도 있긴 하지만 길은 너덜성 길이 많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그나마 내려올 수록 꽃도 피어있고 물 양도 많아 간간히 쉬고 간식 먹고 진행하지만 그래도 정말이지 길었다.
마지막 다리를 보고 나니 정말이지 기뻤다.
잠쉬 쉬며 스틱 넣고 짐 정리하는데 뱀사골 올라오는걸 본 사람이 뛰어 내려간다.
시간을 확인하니 잘하면 인월 나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것 같은 시간.
그래서 우리도 그때부터 무작정 뛰듯이 걸었다.
결론? 눈 앞에서 버스 떠나는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차영샘이 인월 터미널에 전화를 하니 3:15 차를 탈 수 있다고 택시를 보내준단다.
조금 기다리니 택시가 왔다. 이야기 하다보니 4년전 탔던 바로 그 기사분이다.
아들이 경찰공무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확인 됨.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일단 씻고 옷도 갈아입어도 시간이 남는다.
헌데 2;45 출발 남부터미널행이 있어 바꾸었다. 요금도 조금 더 싸다.
함양에 15분 정차해 어묵 먹고 신탄진 휴게소에서 쉬어 핫도그 먹고 남부터미널 오니 8시가 안 된 시간.
짬뽕과 탕수육으로 저녁 먹고 집으로~
봄날 지리를 걸을 수 있어 행복한 5월이었다. 함께 놀아준 차영샘 생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