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보선(1970~ )
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
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
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세계여!
영원한 악천후여!
나에게 벼락 같은 모서리를 선사해다오!
설탕이 없었다면
개미는 좀더 커다란 것으로 진화했겠지
이것이 내가 밤새 고민 끝에 완성한 문장이었다.
( … )
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고 있다!
책 읽기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보는’ 유효한 방식이지만 아무리 책상에 “장기 투숙”을 해도 세계가 빠진 인식은 무의미하다. 세계는 “영원한 악천후”로서 “진화”의 마지막 목적지다. 책장을 넘어 세계의 고통을 만날 때 사유는 완성된다. 세계의 “벼락”이 달콤한 위로(“설탕”)보다 낫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산행일: 2019.4.7 (일)
코스개관: 대가저수지-영산기맥시작점-장성새재-입암산-입암산성북문-갓바위-시루봉-장성갈재 (9:40~17:10)
날씨: 거의 하루종일 흐렸고 시계가 아쉬웠고 다들 따뜻하게 입고 와 덥게 느껴진 날
멤버: 당나귀 8명
한남정맥은 가까워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나고 비교적 널널한 산행을 하다 오랫만에 차 타고 푹(?) 잘 수 있는 영산기맥 시작하는 날. 출발시간도 1시간 당겨져 6시.
영산강을 끼고 돌아 영산기맥이라는데 출발점은 내장산 언저리.
신천씨는 감기로 마스크 썼고 정임씨 늦어 택시타고 국까지 들고 오느라 고생.
일단 차 타자마자 잤고 여산휴게소에서 신천씨 아침 먹고 대가 저수지 도착하니 공사하느라 한창이다. 저수지를 넓혀 수몰 예정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아직 개통도 안 한 길로 산행 출발점 도착. 사진 찍고 출발.
시작은 임도로 좋았다. 헌데 임도를 지나 올라가더니 길도 없는 내리막을 치고 내려간다.
금줄을 지났고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가니 영산기맥 시작점이란다. 우리가 갈 방향 반대편 길 좋아보이는 곳은 백암산에서 오는 길이라고.....
인증샷 하고 출발.
키도 크지않은 정겨운 산죽이 나와 남쪽에 오긴 왔구나 싶어 사진 찍고 진행하는데 급경사 산죽 구간이 나온다. 그나마 길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멀지 않은 곳 암릉과 소나무가 어울어진 모습이 심상치 않다.
헌데 막상 가까이 가 보니 애개 싶었는데 꼭대기에 회장님과 총무님이 손을 흔드는데 무너져 내리는 길을 돌아 올라가니 조망도 끝내주고 사진빨도 잘 나오는 암릉이다.
앞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암릉은 어마어마한 덩어리다. 이 암릉 우회해 가면서 힘 한번 쭉 뺐다.
우회하지 않았다면 만났을 능선에 겨우 붙어 총무님표 대추차를 마셨다. 산행 초장 캔 쌍더덕을 감기 든 신천씨에게 주는 총무님.
산에서 차를 팔았으면 떼 돈 벌었을거라는 총무님. 돈은 못 벌었지만 덕은 많이 쌓은것 인정.
하산길은 처음은 좋아 보이더니 역시나 급경사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곳을 치고 내려간다.
넓은 평지가 나오는 갈림길인데 여기가 장성새재라고....
평지에서 밥 먹으면 입암산 올라가기 힘들다는 회장님에게 앞으로 갈 길은 평지라는 총무님. 여기서 점심 먹고 출발.
과연 처음엔 임도가 나오는데 우리는 등산로 없음 금줄을 다시 통과하는 거라고....
입암산은 그냥 갈 수 있다는데 왜 금줄 넘어왔냐는 회장님에게 그래고 그냥 가는 거 아니냐는 작가님.
처음 널널해 보이던 길이 희미하더니 능선에 붙을때 까지 여기도 역시나 힘을 빼는 구간이다.
한참 올라가니 산성이 보이더니 산성을 따라 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헌데 여기가 입암산이 아니고 멀리 보이는 곳이 입암산이라고....
산성은 길게 이어진다. 입암산으로 보이는 곳을 왔는데 선두가 안 보이고 작가님만 계시다. 여기가 정상 아닌가?
멀리 아래는 평지가 보이고 뿌연대로 몽환적 경치가 보이는데 아주 멋지다.
선두가 정상 지나 기다리고 있어 전생이 이 산성을 쌓았다는 백제인과 신라인의 설왕설래를 재미나게 들으며 돌 쌓은 곳에서 인증샷 하고 출발.
여기서도 한참을 산성을 올라갔다 돌아갔다 하면서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길을 힘겹게 내려오니 금줄 밖이다.
여기사 입암산성 북문이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이제부터는 신작로 길인것 같다.
평탄한 등산로 따라 가는데 멀리 심상치 않은 바위가 보인다. 그리고 정자인지 지붕이 보인다.
가는길 주먹 같은 바위가 보였는데 거북바위라는데 자연은 아니고 깎아 만든거라고 한다.
거북 목을 타고 넘어가니 멀리 정자인줄 안 버섯 같은 바위가 보이고 버섯 위에서 선두가 춥다고 빨리 오란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올라가보니 여기를 입암산 정상 갓바위라고 되어 있다. 인증샷 하고 조망도 하고 간식도 먹고 출발.
갓바위에서 정규 등산로 따라 오다 다시 한번 금줄을 넘었다. 금줄 넘어서도 시루봉까지는 예상보다 멀었다.
시루봉 정상에서 간식 먹고 출발하며 얕은 봉우리 한두개만 넘으면 된다고 해 1시간 이면 하산 할 줄 알았다.
헌데 역시 비법정은 비법정인지 길이 급경사 내리막인데 암릉을 우회해 가는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고 길은 급경사이면서도 아주 멀었다.
설설 기며 평지성 길이 나왔다. 여기가 터널 위인것 같다. 여기서는 금방일줄 알았는데 낮은 오르막이 서너번 나왔고 고압선 지나면 길인줄 알았는데 터널 위에 있는 고압산이라 실망했고 여기서도 몇번 오르막이 있고 나서야 우리 차가 보였다.
거리에 비해 길이 너무 험해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예상보다 늦은 시간 도착한 장성갈재는 넓은 공원인데 시간이 늦어 호젓하다.
상 차리고 절 하고 불 날까 불은 피우지 않고 총무님 사모님이 알뜰하고 정성껏 준비해 주신 (우리 산악회 재정이 달랑달랑에 달랑 산악회라나?) 음식으로 조촐한 시산제를 지냈고 맛좋은 닭계장에 밥 말아먹으니 속도 따뜻하고 든든해 좋았다.
떡도 골고루 나누었고 남음 음식도 각자 취향껏 얻었다.
정리하고 출발해 첫번째 휴게소 정읍에서 세수 하고 7시 출발해 10시 평촌 도착.
빡센 산행으로 다들 힘들었지만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다. 다음 구간도 이렇게 힘들면 어쩌나 걱정이다.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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