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알 속 우주 한 그루>
복효근
언젠가 단감을 깎아먹고
그 씨알 하나를 세로로 쪼개어본 적이 있다
씨알 속에는 길이 1센티도 안 되는
뽀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느낌표 같은 나무의 줄기에 두 개의 앙증스런 잎사귀가
화살표의 형상으로 이미 하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화살표 이 쪽으론
한 하늘 가득 창창히 뻗어오를 감나무의 전 생애와
한 그루 감나무가 걸어갈 수억 년이,
화살표의 저쪽으론 또
감나무가 걸어온 수억 년이
그 작은 씨알 속에 압축되어 있었다
그 속에
수억 년 전의 감나무 아래서 감을 따는 나와
또 수억 년 뒤의 감나무 아래서 감을 따는 내가
태반 속의 아이처럼 매달려 있었다
무시무종(無始無終)
우주가 잠시 비밀을 들켜주는 순간
산행일: 2019.11.17 (일)
코스개관: 남해환경-지적산-대박산-양을산-공중부양-유달산-다순금마을 (10:10~16:10)
날씨: 비 예보가 있어 걱정했는데 비는 다행히 내리지 않았고 덥게 느껴졌던 날.
멤버: 당나귀 6명
어깨수술 받고 처음 출석한 회장님.
도시락(!) 옆에 끼고 귤 하나를 넣고 계셔 뭔가 했더니 운동하는 공이라고....
버스 타고 잤고 정안에서 아침 먹고 지난번 구간에서 살짝 건너뛰고 영산기맥 이정표에 서서 인증샷 찍고 출발.
산행 기점에서 지적산까지는 500미터 이지만 일직선으로 올라가 생각보다 힘들다.
기운 빠질 즈음 지적산이 나오고 산불감시요원이 있어 다같이 인증샷 하고 출발.
산은 높지 않은데 제법 업다운도 있고 산길은 번잡하지 않고 길이 어여쁘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편백숲도 있고 여기 저기 의자에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단감 먹고 출발.
용지봉 지나고 이정표에 동사무소가 보이더니 길을 만났고 육교를 지나니 나우는 동사무소. (육교에 친절하게 이정표가?)
이 동사무소 지나 대박산으로 안내해주는 이정표.
아기자기한 길을 지나고 황량하기까지 한 곳이 대박산 정상.
여기서 인증샷 하고 길을 잠시 헷갈리다 찾아 하산.
대박산에서 포장도로 따라 내려오다 길을 건너 양을산 바운더리로 진입.
양을산은 기대보다 커서 몇번 높지않은 업다운도 하고 체육시설도 몇군데 지난 다음 양을산 정상의 정자가 보인다. 여기서는 유달산 암릉이 굉장히 가깝다.
이젠 하산해 점심 먹는다고....
양을산에서 하산해 버스를 만났고 차로 이동해 시내에서 해장국과 돈가스로 점심을 먹고 차량 이동으로 유달산 입구까지 공중부양 하기. 중간 산이라는 표지가 두군데 있긴 하지만 시내 구간이고 걸어봐야 큰 의미도 없어 건너뛴다고......
유달산 가는길 초입부터 동백이 피어 떨어진 꽃도 보인다. 11월에 웬 동백이 벌써?
유달산은 최근에 놓여졌다는 해상 케이블카가 바쁘게 운행중이고 산은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의외로 암릉이 멋지고 바위 모양들도 재미나고 봉우리마다 뷰가 달라 멋진 경치를 보인다.
중간 소요정 언저리는 단풍까지 환상이다.
돌을 던진다느니, 민 다느니, 든다느니 하며 화기애애하게 산길 걷다보니 정상.
그 옛날 내 기억속 노래 흘러나오는 곳이 유달산 정상인줄 알았는데 그곳은 노적봉이란다.
이젠 진짜 하산하자~
아리랑고개쪽으로 하산하려면 케이블카 승강장을 가로질러 나와야 하는 코스.
케이블카 환승장을 지났으니 탄거나 마찬가지라나 뭐라나?
아리랑 고개 허름한 집 앞의 나무를 보더니 페트병 끼워놓고 나무를 깎아 놓은것 같다는 총무님.
마지막 다순금봉을 지났고 다순금마을에 내려서니 바다다~
케이블카도 보이고 여객선이 보인다. 드디어 기맥 한 구간을 개근은 못했어도 정근은 한것 같다.
차로 이동해 맛있는걸 먹으려 했지만 쉬는 식당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국수집에서 가볍게 저녁 먹기.
출발해 안양 오니 10시. 중간 비가 억수로 내린 구간도 지났고 막히는 구간도 지났건만 운전신공으로 무사히 오니 좋았다.
회장님은 오늘 비가 내려면 산행을 포기하려 했는데 비가 안 와 천만 다행이었다고.....
이덕 저덕에 기맥 하나를 마무리해 참 좋았다.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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