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0산행

덕유에서 눈 산행을 원없이 하다 (1/29)

산무수리 2020. 1. 30. 00:21

<너무 많은 행복>

 

이생진

 

 

행복이 너무 많아서 겁이 난다

사랑하는 동안

행복이 폭설처럼 쏟아져서 겁이 난다

 

강둑이 무너지고

물길이 하늘 끝 닿은 홍수 속에서도

우리만 햇빛을 얻어 겁이 난다

 

겉으로 보아서는

아무 것도 없는 너와 난데

사랑하는 동안에는

행복이 너무 많아 겁이 난다





새벽 눈이 내린다는 소리를 들었고 작가들은 사진 찍으러 들락거리고 아무튼 어수선한 대피소의 밤이 지났다.

6시 일어나 햇반과 남은 재료로 국도 끓이고 밥을 먹는데 차영샘이 속이 안 편하다고 먹다 남겼다.

대학원생들은 거의 아침을 안 먹는 분위기인데 쓰레기만도 한 보따리이고 음식도 많이 남은것 같다.

눈발은 아직 그치지 않았고 7:30. 우리가 한발 먼저 향적봉 올라가는데 발자국이 나 있다.

















 

 


오늘 산행도 짧으니 설천봉 찍고 오자고 하니 날 보고 먼저 다녀오다 만나면 자긴 거기까지만 간다는 차영샘. 헌데 끝내 안 내려왔다.

앞서 한명이 내려갔고 한명은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고는 곤도라 운행 시간이 아닌지라 사람을 거의 못 만났다.

향적봉 다시 되돌아 오니 단체팀은 진작 사라져 안 보이고 대피소 앞에서 차영샘이 사진 찍어준다고 기다리고 있다.

등산화 끝 다시 잘 매고 화장실도 들리고 출발. 작가들도 출발했는지 안 보인다.











 














어제 설경도 멋지지만 오늘은 밤에 내린 눈으로 사슴뿔도 더 통통해 졌다.

시계가 좀 안 트이는게 아쉽지만 중봉 가는길 잠시 시계가 트여 황홀한 경치를 보여준다.

의자가 있는곳이 나름 조망터였다.

행복해 하면서 중봉에 가니 작가들은 여기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계신다.

둘이 사진 한장 부탁해 찍고 이분들은 어디로 하산하냐고 하니 곤도라 타고 내려가 안면도로 출사 가신단다.




 








어제는 중봉을 올려다 봤는데 오늘은 중봉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더 멋지다.

작가팀 중 홍일점 여성이 내려갔다 되돌아 올라오고 있다. 이 사림이 갔던곳 앞에는 우리가 처음 눈을 밟는 길이라고?















눈도 좋고 경치도 좋지만 시계가 영 트이질 않는다.

그나마 눈이 그친것 같아 고어잠바 벗을 수 있는것만도 어딘가...

손도 전혀 시리지 않아 눈이 아이젠에 붙는게 옥의 티.

송계 3거리 백암봉 도착. 눈이 쌓여있어 앉을곳 배낭 내려놓을 곳도 여의치 않다. 사진만 찍고 출발.



























백암봉에서 동업령까지는 기억보다 멀었고 업다운도 생각보다 많았고 눈도 많았다.

이 멋진 산행이 빨리 끝날까 염려도 되면서도 언제 나타나나 싶기도 했다.

드디어 동업령. 전에 못보던 쉼터가 생겨 들어가 바람도 안 맞고 간식 먹고 숨 고르고 출발.

욕심 같아서는 삿갓재까지 갔다 황점으로 가고 싶었지만 산행을 짧게 하기로 했고 오후 비 예보가 있어 제대로 된 종주는 내년 겨울에 가는거다~
























동업령에서 안성탐방소까지는 예전 한번만 내려간지라 전혀 기억이 안난다.

계단이 많은 길인데 오늘은 눈이 덮혀있어 계단길도 예쁘기만 하다.

여기도 내려오다 보니 계곡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서 폭포처럼 보이는데 너무 멀어 잘 보이지 않는다.

올라오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눈이 마구마구 달라붙기 시작한다.

그래, 결심했어~ 아이젠을 뺐고 몇번 미끄러질뻔 했지만 무사히 눈 없는곳 까지 왔는데 눈은 어느새 비가 되어 빗방울이 떨어진다.

올라오는 여인이 위에 눈 있냐고 물어본다. 아래 동네에서는 눈이 전혀 상상이 안되는 봄같은 경치다.

다리를 2번 건너니 칠연폭포 올라가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런날 아니면 언지 가볼까 싶어 배낭을 걸어놓고 폭포 보러 가자~








 

  

 

 


300미터 가야 한다는 폭포는 기대 이상으로 멋졌다.

소가 7개라 칠연폭포라는데 경사가 좀 완만한것 뻬고는 설악이나 지리 부럽지 않은 경치였다.

배낭은 얌전히 제자리에 있다. 비가 그친것 같아 고어 잠바 넣고 출발.






폭포 갈림길에서 탐방안내소까지는 거의 평지성 길이다.

이쪽 계곡도 생각보다 근사하다고 하니 덕유산 계곡 처음 본단다.

뭐라고? 어제 구천동 계곡 생각 안나?

한바탕 웃고 스틱 흙도 털고 안내소에서 안성 나가는 버스 시간표를 물어보니 잘 모른다.

한참 걸어가니 버스 정류장도 있고 시간표도 되어 있는데 몇시에 버스가 들어오는지는 알 수가 없다.

식당에 물어보니 자긴 버스 안 타봐 모른단다.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니 들어오긴 하는데 이 버스를 타고 서울 가는 버스 타기에는 1시간 기다려야 하고 안성에서 버스 시간도 빠뜻하다.

카카오 택시를 부르니 10분만에 왔다. 차비는 9천원.



일단 3:10 장수에서 오는 버스표를 샀고 근처 백반집에서 싸고 양 많고 반찬 많은 늦은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다.

옥수수차도 좋은데 솔잎차에 호박죽도 먹으라는데 배가 불러 사양.

터미널에서 세수도 하고 웃도 갈아입고 차 타고 자다 신탄진 휴게소에서 웬지 헛헛해 구워먹는 치즈, 조각피자, 요구르트로 럭셔리 간식을 먹고 3시간 만에 남부터미널 도착.

안 가본 길도 가보고 덕유산 설경을 만끽한 행복한 2일 이었다.

계획하고 예매하고 같이 놀아준 차영샘 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