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0산행

비슬지맥 가을에 물들다 (이이재-선의산-솔정고개, 10/18)

산무수리 2020. 10. 20. 23:31

<몸> 나태주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닦아주고
매만져 준다
당분간은 내가 신세지며
살아야 할 사글세방
밤이면 침대에 반듯이 눕혀
재워도 주고
낮이면 그럴 듯한 옷으로
치장해 주기도 하고
더러는 병원이나 술집에도
데리고 다닌다
처음에는 내 집인 줄 알았지
살다보니 그만 전셋집으로 바뀌더니
전세 돈이 자꾸만 오르는 거야
견디다 못해 전세 돈 빼어
이제는 사글세로 사는 신세가 되었지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방세는 점점 오르고
그러나 어쩌겠나
당분간은 내가 신세져야 할
나의 집
아침저녁 맑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 주고 닦아준다

 

산행일: 2020.10.18 (일)

코스개관: 이이재-신방산-선의산-용각산-안산-솔정고개 (9:50~16:45)

날씨: 10월의 멋진 가을날

멤버: 당나귀 7명

 

아침 농수산시장에 총무님 차를 대려니 도색작업 한다고 주차장 가는길을 막아 놓았다. 부랴부랴 예전에 댔던 테니스장에 차를 대고 모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만나다.

일단 잤고 오늘은 휴게소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 조식 멤버 3명은 밥을 먹고 남은 넷은 차 밖에서 해를 받으며 팝콘 먹기. 어느새 햇살이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지난번 산행 다음 구간을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갈 수가 없다. 오늘은 도식락도 지고 가야해 배낭이 무거워서 그런가? 몸이 무거워서겠지....ㅠㅠ

보다 못해 신천씨가 스틱을 구멍에 꽂아 발판을 만들어 주어 겨우 올라갔는데 회장님은 긴 다리로 한번에 딛고 올라오신다. 헐~ 기럭지의 차이를 실감하다.

 

초장 급경사 한고비 올라가 신천씨 과일을 꺼냈는데 이쑤기개까지 얌전하게 붙어있다. 요즘 사랑 받나보다 놀렸다.

 

산은 단풍이 곱지는 않지만 산색은 완전히 가을이다. 길은 비교적 평탄하고 기맥에 비하면 아주 좋은 편이다. 헌데 생각지도 않은 암릉이 나오고 밧줄도 달려있다.

올라가니 조망이 끝내주는 암릉에 총무님표 산삼꿀차로 산상 카페를 열었다. 더덕꿀차도 황송한데 산삼까지?

안 그래도 다른 모임에서 당나귀 총무님 이야기를 하면 '총무가 그런것도 해야 하는거야? 그럼 나 못해!' 해 웃었는데 오늘도 우리를 감동시킨다. 맛좋은 차도 마시고 멋진 조망도 보고 출발하려니 산삼 먹은거 땀으로 나가면 안된다고 살살 가야 한다고 회장님 웃긴다.

 

지도에 표시된 신방산은 우리가 산삼차 마시던 그곳이라는데 표시가 없다. 어느덧 오늘 산행중 제일 높다는 선의산 정상이다.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여기도 나름 조망은 좋은데 비박한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고 가 냄새 나는게 옥의 티. 정상 사진 찍고 출발.

 

선의산에서 계단을 내려와 직진인줄 알았는데 계단 옆쪽으로 유턴하는 길이다. 하마트면 직진할뻔.

용각산 가기 전 봉우리 하나를 지나고 내리막인데 여기서 밥을 먹고 출발하자고 회장님이 먼저 제안. 

늘 밥먹고 가자면 회장님이 더가자 해 회장님 오기 전 얼른 밥을 편적이 많은데 오늘은 웬일이니.....

이젠 햇살 받아가며 도시락 먹기. 메고 와 조금 무겁긴 하지만 산에서 먹는 재미도 있고 배낭이 조금 가벼워 지는 즐거움도 있긴 하다. 조촐하고 영양가 있는 점심에 윤호씨표 냉장고에서 나온 맥주에 커피까지 마시고 용각산을 향해 출발.

 

밥 먹기 전 내리막이 가파라 보이더니 밥을 먹고 나니 길이 순해 보인다. 기분 탓인가?

용각산은 찍고 되돌아 와야 하는데 멀지 않아 다같이 가기로.....

 

용각산 올라가는 길은 진달래 터널이다. 정상이 생각보다 가깝진 않았는데 올라가보니 사방이 트인 아주 멋진 곳이다. 오늘 산행의 백미라고 할까?

정상석도 자연석에 새겨놓아 운치가 있다. 여기서 철없는 진달래도 몇송이 봤고 여기 저기 사진 찍고 놀다 출발.

 

용각산에서 갈림길로 되돌아 마지막 봉우리인 안산을 향해 출발.

길이 잘 닦여 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덜 힘들다.

갑자기 길이 나왔다. 여기서 2차 노상 카페로 남은 산삼꿀차 마시기. 산삼은 2개가 남아 여학생 차지가 되었다.

우리가 차 마시는 동안 트럭 한대가 서더니 다 먹고 나서 출발한다. 먼지 나지 않게 배려 해 주신것. 감사하다.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인줄 알았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는데 갑자기 길이 어수선 하더니 도깨비 바늘이 붙어 따갑고 따지 않은 드릅 나무가 많다.  이 산은 봄에 와 진달래도 보고 드릅도 따야 하는 산인가보다.

안산 가는 길이 곧 나올줄 알았는데 계속 옆으로 도는데 완만해도 긴 경사는 지루하고 싫증난다.

임도를 계속 끼고 가야 하나 하는데 위에서 올라오라 소리친다. 올려다 보니 표지기가 있는데 못 들었으면 발견 못할뻔.

트랭글이 우는 곳이 안산인데 후미 보는 두 청춘이 영 안온다. 전화를 해보니 임도따라 가다 이 길이 아니라 되돌아 오는 중이라고..... 기다렸다 다같이 만나 정상 사진 찍고 이젠 진짜 하산만 하면 된다.

 

고생끝 행복 시작인줄 안 산길은 갑자기 넝쿨이 우거져 뒤늦게 가위질을 하고 길을 헤쳐 가는데 끝나는 지점은 채석장으로 이어져 겨우겨우 하산.

내려오니 길 건너 우리 버스가 보이는데 여긴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그래도 산행이 비교적 빨리 끝났다. 오늘 저녁은 조금 일찍 먹을 수 있나보다. 경산 시내 갈치조림집을 회장님이 찾아 내 그곳에서 갈치조림과 생선구이로 저녁 먹고 7시 출발. 회장님이 저녁을 쐈다. 차는 안쉬고 11시 전 안양 입성.

10월 어느 멋진 산행이었다. 감고사~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