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기차바위를 염두에 두었으나 (수락산, 11/12)

산무수리 2021. 11. 12. 20:18

<구름과 바람의 길>

이성선 


실수는 삶을 쓸쓸하게 한다
실패는 생(生) 전부를 외롭게 한다
구름은 늘 실수하고
바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나는 구름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
물 속을 들여다보면
구름은 항상 쓸쓸히 아름답고
바람은 온 밤을 갈대와 울며 지샌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길
구름과 바람의 길이 나의 길이다

 

코스개관: 장암역-노강서원-석림사-수락폭포 초입-기차바위 갈림길-우회로-헬기장-정상-깔딱고개-매월정-개울골 능선-벽운동 은빛아파트 (10:20~16:00, 바람은 좀 불었지만 햇살 따뜻하고 시계도 좋았던 날. 셋)

 

미모산악회 영업담당에 미모 담당인 명숙샘이 발 고장으로 당분간 산행이 힘들다고 한다. 셋이 산에 가기로 하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수락산 가본지 오래라 수락산을 가기로 했다. 코스를 잡으려니 2월 기차바위 하강이 무서워 우회한 기억이 나 올라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 장암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차영샘은 금식 후 피 뽑고 왔고 전철이 뜨문뜨문 있는지라 같은 전철을 탔는지 화장실에서 만났다.

오랫만에 이 길로 올라가니 아주 새롭다. 아랫쪽은 단풍도 아직 남아 어여쁘다. 석림사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 등산로 초입에서 준비하고 출발.

 

이쪽으로 등산은 정말이지 오랫만인데 계곡이 예쁘고 기억에 없던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난이도도 내려가 좋았다. 사진 찍고 기차바위 갈림길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출발. 

길은 물 없는 계곡을 왔다 갔다 하는데 낙엽이 쌓여있어 헷갈리는 곳도 있다. 차영샘 공복이라 허기가 져 일찍 빵과 커피로 배를 채우는데 사람이 없을것 같아 햇살 좋은데 앉아 먹는데 가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다. 미안해라....

 

이리저리 올라가니 도정봉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 능선을 타고 올라가니 쇠난간도 보이고 계단도 보이더니 기차바위는 우측, 우회길은 좌측. 멀리서 보이는 기차바위가 기억보다 길고 경사가 가파라 보여 조금 걱정이 된다. 일단은 직진하고 올라가는데 기차바위 전 1단 바위가 보인다. 스틱을 접고 줄 잡고 올라갔다. 헌데 2단을 올라서야 기차바위를 올라갈 수 있는데 차영샘이 2단을 올라가다 옆으로 내려서며 겁내 한다. 예전엔 기차바위 재미나게 올라간것 같은데 산은 그대로인데 세월이 흘러 우리에겐 난이도가 너무 높은 코스가 된것 같다. 그래서 백 해서 우회길 앞에서 일단 시도는 해 본걸로 만족하고 앞으로 우린 기차바위는 안 올라가는걸로 정하고 우회길로 출발.

 

그나마 다행인건 우회길 하산할때는 정말 그지같았는데 올라갈때는 난간도 있고 길이 잘 보여 난이도가 낮아졌고 길도 짧게 느껴졌다. 기차바위 보고 간이 부은건지.....

주말 붐비던 헬기장이 오늘은 아무도 없다. 여기서 자리잡고 앉아 간식 먹고 정상을 향해 출발.

 

헬기장에서 정상 가는길은 데크가 깔려있고 생각보다 빨리 트랭글이 운다. 정상에는 다국적 외국인 한팀이 정상석 앞에서 비킬 생각을 안한다. 우리가 밀어내가 비킬것 같다 정상석 앞에 서서 차영샘이 미는 액션을 취하니 그제서야 비켜서서 정상 인증샷 찍고 능선미가 좋은곳에서 사진 찍고 하산 시작.

 

정상 지나 치마바위 방향으로 하산을 했어야 그나마 산길이 험하지 않았을텐데 철모바위에서 왼쪽 능선으로 하산해려 했으나 첫번째 난간에서 내려서는게 한끝이 부족하다. 다시 백 해 원래 우리가 올라오던 깔딱고개 능선으로 하산하는데 이 길도 올라올때보다 난이도가 올라가 사람없는 이 길을 마냥 버벅대며 진짜 시속 1키로도 안될것 같은 속도로 내려오는데 지도에서는 짧은 거리를 엄청 버벅대며 내려왔다. 여름 바지였으면 바지 빵꾸날뻔 했단다. 진짜 온몸 굼벵이 모드로 안전하게 갈림길에 오니 여기서 수락산역 계곡 너덜길로 가고 싶지가 않다. 기억에 매월정 올라왔던 길이 나쁘지 않은것 같아 이 길로 하산하기로......

 

매월정 올라가는 길도 쇠난간이 있어 올라가는데 차영샘 팔힘이 빠져 겨우겨우 올라왔다. 원래 매월정에서 쉬려고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매월정 앞 큰 바위에 앉아 사진도 찍고 마지막 간식 털어먹기. 이 길은 좀 덜 험했으면 하는 소망을 담고 하산 시작.

 

조금 진행하니 개울골 능선과 계곡길 이정표가 있는데 아무래도 반대로 달아놓은것 같다. 능선길이 확실할것 같아 내려서는데 여기도 쇠난간은 있지만 깔딱 고개에 비하면 양반이다. 깔딱고개 내려오며 차영샘 왈, 온 산이 기차바위라나 뭐라나? ㅎㅎㅎ

그래도 이 능선은 스틱짚고 하산할 수 있음을 감사해 하며 짧지않은 이 길을 무사히 내려오니 정말이지 기뻤다. 내려오니 은빛아파트 입구.

 

수락산역 가봐야 딱히 먹을곳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 초입 보리밥집에서 비빔밥과 제육볶음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운동 후 단백질을 섭취해야 근육이 생긴다 하며 고기 먹기.

수락산역 앞 찻집도 딱히 없어 길 건너 투썸을 겨우 찾아내 차 마시기. 

갈수록 우린 저질 체력이 되니 험한 코스를 하나, 둘 빼면 갈수록 갈 산이 줄어들것 같다. 그렇다고 산에 안 올 수도 없고 낮은 산이라도 다닐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일것 같다. 함께 고생한 미모산악회 회장님과 총무님, 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