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앵>
김경미
크고 위대한 일을 해낼 듯한 하루이므로
화분에 물 준 것을 오늘의 운동이라 친다
저 먼 사바나 초원에서 온 비와 알래스카 닮은
흰 구름떼를
오늘의 관광이라 친다
뿌리 질긴 성격을 머리카락처럼 조금 다듬었음을
오늘의 건축이라고 친다
젖은 우산 냄새를 청춘이라고 치고 떠나왔음을
해마다 한겹씩 둥그런 필름통 감는 나무들이
찍어두었을 그 사진들 이제 와 없애려 흑백의 나뭇잎들
한 장씩 치마처럼 들춰보는 눅눅한 추억을
오늘의 범죄라 친다
다 없애고도 여전히 산뜻해지지 않을 해와 달은
오늘의 감옥이라 친다
노란무늬 붓꽃을 노랑 붓꽃이라 칠 수는 없어도
천남성을 별이라 칠 수는 없어도
오래 울고 난 눈을 검정버찌라 칠 수는 없어도
나뭇잎속 스물 두 살의 젖은 우산을 종일 다시 펴보는
때늦은 후회를
오늘의 위대함이라 치련다
*흑앵: 버찌
영화 함께보는 초, 중 동창 명희, 옥경이.
영화표 나와 보자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내 스케줄에 맞춰주어 영화를 몇 번 같이 봤다.
베터랑, 헤어질 결심 등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은 영화인지라 내리기 전 부랴부랴 보는데도 재미있게 봐 준 친구들이다.
봄에 이사 간 옥경이가 놀러오면 점심을 해 준단다.
이 더위에?
시한부 백수기간 중 지리 다음날이라 다리가 뻐근하다.
개봉역에서 덥다고 진작 나와 차로 태우러 왔다. 걸어가도 10분 거리인데.....
집에 가니 초롱이라는 클레오파트라 옆에 있을 종자인 초롱이와 길냥이 출신 꽁지가 있는데 꽁지는 우리가 나타나자마자 도망가 숨었고 초롱이는 근처를 배회하며 탐색중.
깻잎, 베이컨 얻은 냉파스타에 연어 샐러드를 해 줘 맛있게 먹긴 했는데 약간 느끼하다. 이젠 파스타보다는 비빔국수가 더 맞는 나이가 된것 같다.
그릇은 물론 가전제품도 예쁘지 않으면 안 산다는 옥경이네 집은 카페 분위기이고 오래된 아파트라 나름 레트로풍이라 더 카페같았다.
후식으로 콜드브르 아이스라테에 내가 가져간 쿠키에 주인장 최애 아이템이라는 다쿠이즈까지 먹다 먹다 남겼다.
서로 예전의 기억이 달라 새삼 놀라웠고 두 여인 다 새우젓을 직접 담금고 김치는 당연히 담근다는 말에 부업 주부는 할 말이 없었고 요즘도 옷에 풀을 먹인다는 옥경이는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
살림의 차원이 다른 두 여인들.
아파트에서 건너다 보니 개웅산이 보여 거길 가자 하니 더운데 어딜 가냐고 펄쩍 뛴다.
할 수 없이 안양역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다 장도 보고 오는데 덥긴 더웠다.
이 더운날 여름 손님 치루느라 고생했다. 잘 먹었어~
찬 바람 나고 영화 나오면 또 같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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