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3 산행기

동계 설악 가기 (2/2)

산무수리 2023. 2. 3. 20:13

<겨울편지>  

                     이정

처마 밑 고드름을 치고 가는 식전바람같이
뒷덜미 서늘한가 마른 시래기를 들추는 허기진 바람처럼
숨결 뜨거운가 된장찌개 졸아붙는 숯불 아궁이
방고래를 지나 굴뚝까지 다다를 수 있겠는가
무 껍질 벗기듯 제 살 도려내는 겨울바람
고드름 뚝뚝 부러지는 봄 햇살까지 갈 수 있겠는가

 

코스개관: 오색-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양폭-비선대-와선대-설악동 (9:00~16:45, 아침 쌀쌀했지만 날이 풀린 날, 둘)

 

작년 동계 설악에 도전했다 입산통제로 못 가고 막상 날을 잡으려니 여의치 않다. 구정 연휴 다음날 가려고 했으나 혹한으로 일단 연기했고 최종 2.2 설악을 가기로 했다.

입산통제는 아니었고 평일인지라 첫차를 타면 6:30 동서울발 버스를 탈 수 있다. 차표 예매를 했고 떡사고 샌드위치 한쪽 만들고 우유, 커피, 과일 등을 챙겨 4:30 기상해 물 끓여넣고 출발.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니 열댓명 타고 있고 한계령에서 대부분 내렸고 오색에서는 4명만 내렸다.

화장실 들렸다 떡으로 아침을 때우고 장비 챙기고 출발하니 9시.

 

두사람은 휘리릭 가버리고 눈은 거의 없어 아이젠 없이 갈만한데 문제는 속도가 너무 안난다. 이런 날보고 골목대장이라고 놀린다. 설악은 정말이지 한갖지다. 앞, 뒤 사람이 안 보인다.

어느정도 올라서니 눈이 많이 보여 아이젠 착용하고 출발.

 

오색으로 오랫만에 올라와서인지 기억이 나나 안나다 한다. 폭포도 얼어붙어 어디가 폭포인지 구분도 안간다. 전과 달라진 점은 여기저기 쉼터를 많이도 만들어 놨다. 대피소에서 자고 오는 사람들인지 간간히 하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홀로 온 여인이 날보고 비박하냔다. 배낭이 크다고... 두꺼운 잠바가 들어 뽕배낭인데.....

아무튼 올라가니 속도는 나지 않지만 그나마 덜 쉬고 간간히 간식 먹고 과일도 먹고 올라가니 추월까지?

단체로 온 젊은 청춘들이 많이 내려온다. 역시 설악에 오는 사람들 연령층이 젊은것 같다.

정상에 가까워오니 바람이 차다. 정상에 한 사람이 있어 겨우 정상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서로 찍어주고 얼른 중청으로.....

중청에서 빵과 커피, 과일로 허기를 달래고 잠시 쉬었다 희운각으로 출발.

중청지나 소청 지나 하산하는 사람이 오색에서 앞서 올라갔던 청춘 한명만 보인다. 앞, 뒤 사람도 없고 소청 지나 희운각 내려가는 길은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어 간간히 미끄럽긴 하지만 너덜길보다는 진행이 빠르다. 이런 산행을 얼마만에 하나 행복해 하며 조심조심 내려선다. 그러면서 장공주를 어느 코스로 오면 설악을 맛볼 수 있으려나 생각도 하고 디카 얼지 않게 핫팩으로 달래가며 천천히 진행.

드디어 희운각이 보이는데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것 같고 완전히 환골탈태한 모습. 중청 내려올때 맨몸으로 후다닥 올라오던 사람이 희리릭 희운각으로 뛰어 내려간다. 무슨 산악 마라톤 연습을 하나? 뭐가 그리 바쁠까?

아무튼 예상보다는 빠르게 희운각 눈쌓인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으니 행복하기만 하다. 사진 찍고 출발.

 

희운각에서 양폭대피소는 기억보다 멀었고 공사중이던 길도 끝난것 같은데 낙석방지 시설을 여기저기 해 놓아 모양새는 별로다. 꽁꽁 언 폭포를 지나고 눈이 많이 쌓인 계단을 내려서는데 한 팀이 저 아래 보인다. 귀면암 마지막 올라서는 곳에서 겨우 이팀을 추월했고 비선대 가기 전 대학 산악부인지 무거운 배낭으로 힘들어 하는 한팀도 지나쳐 비선대에 서니 감개가 무량하다. 

 

비선대 지나면 눈이 없을줄 알았는데 계속 있었고 다리 건너기 전 드디어 눈이 끝났다. 아이젠, 스틱, 무릎보호대도 빼고 부지런히 걷다 작은 빙판에 꽈당 넘어졌다. 앞서 가던 팀이 놀라서 뒤돌아 본다.

그나마 다치치 않고 내려왔고 화장실 들려 설악동에 내려오니 버스가 막 떠나려고 해 겨우 탔다. 버스 안에 중청에서 내려오던 청춘도 타고 있다.

고속버스가 빠르다고 해 고속터미널에서 내리니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6:20 버스를 예매하고 근처 기사식당에서 동태탕을 시켜 먹는데 오늘 처음 먹는 밥이다.

갈증과 허기로 밥을 먹었고 버스를 탔고 2시간반 만에 고속터미널 도착해 10시 귀가.

생일선물이라는 설악산 선물을 받으려니 온몸이 쑤시지만 마음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