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3 산행기

둘레길 1일 2산 하기 (앵봉산-봉산, 2/10)

산무수리 2023. 2. 11. 17:57

<청국장>  

                    이정록

영덕식당 아주머니가 
청국장 백반을 이고 온다
신문지 한가운데 둥근 투가리에서
김이 폴폴 오르고, 그걸 맛보겠다고
하느님이 눈발이 되어 뛰어내린다
하느님도 무게가 제법인지
아주머니가 허리를 펴고 멈춰 선다
여관 신축공사장 삼층으로 오르면
눈발 하느님은 국물도 없을 것이다
시멘트 범벅인 장화 하느님들이
단체손님을 받을 제일 큰방에서
신문지를 확 걷어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삽 자루나 질통에 이마를 부딪힌 채
선배님들의 입 속으로 후룩후룩 넘어가는
청국장을 아름다이 바라볼 것이다
그들 가운데 젊은 운동화가
컵라면 빈 그릇에 남은 반찬을 쓸어 담아
소주 됫병 옆에 밀어놓는다
저걸 한 모금 들이켰으면 좋겠다고
눈발 하느님이 몸서리를 치자

크윽, 눈길도 없이 녹아버린다 

 

코스개관: 구파발역 3번 출구-서울둘레길 앵봉산입구-매봉-서오릉 생태다리-봉산-증산 체육공원-증산역 (셋, 아침 이슬비 내렸지만 산행때는 그치고 춥지 않은 겨울)

 

목요일 마지막 출근을 했고 금욜 하늘과 장공주와 산에 가기로 한 날.

하늘 검사결과 들으러 가는 날이라고 해 12시 구파발역에서 만나 장공주 스탬프 하나만 찍으면 완성된다는 봉산 스탬프 찍으러 가던 날.

진료가 빨리 끝났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빨리 오라고 해 허겁지겁 출발해 만나는 시간 30분 겨우 단축.

내리던 비는 소강상태이고 날은 흐리다. 스탬프 찍는 장소는 캠핑장 조성중이라 어수선하고 길도 간이로 냈다.

평일인지라 사람도 거의 없고 한갖지다. 날도 더워져 한 껍데기 벗고 올라가는데 전에 왔을 때 보다 길이 정비가 많이 됐다. 이 코스는 철사모와 왔을땐 2번에 나누어 하던 곳인데 오늘은 한번에 도전.

 

하늘 열심히 걷고 장공주는 가볍게 걷고 아무튼 첫번째 정상 찍고 내려가는 길은 전반적으로 순한편.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업다운이 있고 특히 봉산쪽 올라가는 계단이 아주 길다. 그래도 무사히 봉산 정상을 찍었고 증산역까지는 기억보다 멀었고 무사히 마지막 스탬프를 찍었다.

이쪽으로 하산하면 맛 좋은 단팥죽을 먹을 수 있는데 브레이크 타임에 딱 걸렸다. 어쩔 수 없어 근처 닭집에서 오븐닭과 닭강정을 밥 대신 먹었고 닭에 대한 예의로 맥주 한병 나누어 마셨다.

바로 옆 카페에서 차를 마셨는데 차 맛도 좋았다.

힘들어 하면서 내색하지 않고 함께 해 준 하늘과 묵묵히 후미 봐주는 장공주님께 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