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박연준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금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 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
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러나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코스개관: 국수역-형제봉-부용산-하계산 좌회-양수역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 셋)
수요일 가던 산행을 하늘 생파로 화욜로 바꾸었는데 공주님이랑 북스테이 가자고 해 가야 한단다.
금욜 오카리나 강습이 없어 금욜 가자고 해서 날을 잡았는데 비 예보가 있다. 비 한두번 맞은게 아닌지라 일단은 가기로 했다.
아침 평촌역에 가기 범계~금정 구간이 탈선으로 하행이 범계까지만 가나보다. 안 그래도 철도파업인데 고장까지?
산나리 전화가 와 아직 집 출발 안 했으면 등산준비 하지 말고 오란다. 이미 전철역이라고 일단은 간다고 했는데 텅빈 전철이 들어와 얼른 타고 이촌역에 가니 다행히 전철을 탈 수 있어 일단 아신역으로....
파업 때문인지 평소엔 한가하던 전철이 조금 복잡하긴 하다. 장날인가?
헌데 아신역에 도착하니 비는 오락가락 해 산행 가능할것 같다고 산에 가기로 했다.
원래 가기로 한 삼태봉은 초행이라 좀 염려가 되 지난번 못 간 부용산을 가기로 해 일단 국수역으로 가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 차를 대기로 했는데 좁은 마을길 지나다 큰 바위를 못 봐 차가 꽝 하고 부딪쳤는데 천만 다행으로 휠에만 기스가 났고 차는 멀쩡 하다고.... 휴~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산행 준비해 올라가니 지난번 헤맸던 길 아닌 계단으로 올라가니 등산로가 아주 잘 나 있다.
두 번째여서인지 거리가 줄어든 느낌이다. 약수터 만나 물 한번 먹고 형제봉을 올라가는데 도토리가 엄청 많다.
작년 도토리 주워 가루 내느라 엄청 고생 해 올해는 도토리 안 줍는다더니 그냥 지나갈 수가 없나보다.
줍다 말다 하고 일단 형제봉 정상에서 찹쌀떡과 커피로 오전 간식 먹고 청계산 정상 패스하고 부용산을 향해 출발~
나도 부용산은 정말이지 오랫만인데 청계산에 비해 임도를 많이 걸었던것 같아 힘들지 않았던것 같다고 망발을 했다.
내려오다 부부팀 도토리를 줍기 시작 해 나까지 도토리 줍은데 합세.
봉지도 제대로 없어 이것 저것 꺼내 줍기 시작하는데 정말이지 놓고 오기 아깝다. 이샘이 다음에 따로 와서 주워야 겠단다.
아무튼 일단 형제봉에서 내려와 기억에는 임도였는데 지금은 풀이 무성한데가 비가 내리는 날이라 풀이 젖어 바지와 신발이 엉망진창이다.
신원역 갈림길이 나왔고 여기서도 한참을 올라가니 정상 전 신원역 가는 길이 또 나왔는데 여기는 물소리길과 일부 겹치나보다. 여기서도 아주 한참만에 부용산 정상이 나타났다.
높이도 높지 않은데 힘들다. 여기서 양수역 내려가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초장은 계단이 까마득하고 거리도 거의 5키로?
산나리는 신원역으로 가고 싶어 하는것 같은데 언제 또 오겠냐고 양수역으로 출발~
다행이 계단을 내려오니 넓은 평지에 꽃이 지천이고 전망데크가 보이는데 비 오는 날인데도 다행히 조망이 좋다. 여기가 와 두물머리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경치가 펼쳐져 있다.
길은 다행이 크게 험하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만만치 않아 내려오다 한번 쉬고 마지막 간식 먹고 내려오니 약수터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오니 양수역인데 문제는 철도 파업이라 국수역 다시 가려면 거의 1시간을 기다려야 해 막간을 이용해 길건너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고 커피까지 마셨는데도 시간이 조금 남는다.
전철을 타고 국수역에서 이샘은 차 회수하러 가고 우리는 전철역에서 기다리니 곧 이샘이 와 차 안의 내 짐과 산나리가 농사지은 호박, 가지에 아침 일찍 뒷산에 가 채집한 밤까지 한 보따리 챙겨준다.
문제는 1시간을 기다려야 상행 전철이 있다는것.
어쩔 수 없이 보람있게 시간을 보내고자 산나리 보내고 듀오링고로 영어공부를 하고 무사히 전철을 탔는데 자리가 없는데 양수역에서 자리가 나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잠시 졸다 깨보니 상봉역에 오니 이제서야 전철이 헐렁해졌다. 무사히 이촌역에서 오이도행 전철을 바로 타 무사 귀가~
고생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는 기억에 오래 남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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