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오경옥
때로는 질풍노도에 넘어져 다치기도 하는 것
다친 생채기 바라보고 치유하는 법 알아가는 것
지름길이 눈앞에 보이지만
먼 길 돌아서 가야할 때도 있는 것
살다보면 삶과 사람 사이에서
무거운 짐 머리에 이고 지고
먼 곳까지 걸어가야 할 때가 있는 것
그 무게 같은 뻐근한 고개와 등
기대고 싶은,
마음 속 느티나무 한 그루 그리워지는 것
- 마지막 산책
오늘이 마지막으로 산책을 할 수 있는 날. 어제 저녁 산행 하기로 해 해 뜰 무렵 아픈 백성과 피곤한 백성 두고 셋만 산책길로 나섰다.
어둑한 길을 걷는데 아침에 자주 보던 분이 셋은 어디로 갔냐고 묻는다. ㅎㅎㅎ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비행기 탈때 가져간다고 예숙이는 오늘도 귤을 몇개나 땄다.
산책하고 돌아오니 언니도 산책 가자는 말을 기다렸는데 우리끼리 갔다고. 그나마 셋만 가서 용서해 준다고 언니만 빼놨으면 아침밥 안주려고 했다고....
- 아침
오늘은 실제로 마지막 날인지라 시내 나갔다가 코스트코 들리고 일찍 귀가 해 짐 싸기로 했다.
아침엔 오트밀, 계란후라이에 과일, 소시지 먹기.
최박도 이젠 좀 살아났나보다. 목소리가 커졌다. 다행이다. 잠시 테라스에 앉아 바다도 싫컷 내려다봤다.
오늘은 여인들끼리 출동.
- anaeho'omalu beach
오늘 일정은 킹스숍과 비치를 가는데 어디부터 가냐고. 당연히 비치부터 가야지 아니면 쇼핑만 하게 될것 같다.
와이콜로아 리조트에 붙어 있는 이 비치는 그동안 우리가 몇 번 가 본 비치중 가장 물결이 잔잔하고 모래사장이다. 여기는 파라솔도 펼 수 있다는데 바닷가 바로 옆 연못(!)은 들어갈 수 없다고.
비치가 좋으니 근처에 리조트가 많은가 보다.
오늘 날씨가 유난히 평온해서라는데 여기서 스노쿨링 했으면 좋을뻔 했다고 최박은 내내 아쉬워 한다. 진짜 살아나긴 살아났고 물놀이에 진심은 진심인가보다.
아쉬운 마음으로 한바퀴 둘러보고 신발 벗고 모래사장도 걸어보고 바로 지척인 쇼핑센터 주차장으로 이동.
-king's shops
킹스숍은 퀸즈보다 브랜드가 높다는데 명품숍도 보인다. 특히 티파니가 눈에 띈다.
퀸즈에서 못 산 여인들은 오늘도 귀금속 숍에 들어가서 명화는 흑진주 목걸이를 샀고 예숙이는 오팔 반지랄 살까 말까 망설이다 막판에 반지를 샀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영숙씨.
티파니 매장에 혼자 들어가기 뭐해 안 갔다고 같이 가 달라고 미리 이야기가 있었나보다. 여기서 멋진 팔찌를 구입.
비싼 매장이어서인지 초코렛, 쿠키도 맛있고 물도 서비스로 하나씩 얻었다. 여기가 뉴욕보다 세금이 좀 싸다고.
여기서 명화는 아들, 사위 선물 추가로 구입했고 영숙씨도 손녀 선물을 사니 손자가 걸린다고 손자 선물도 사고 아무튼 마지막 날인지라 지름신 영접하다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났다. 밥 먹으러 코나 시내로 출발.
- 카이 레스토랑
지난번 이 집 피자가 맛있었다고 다시 왔는데 오늘은 한갖지다. 크루즈선이 안 들어온 날이라 그럴거라고.
지난번 1인 1피자가 아니라 오늘은 6명이 피자 2판에 샐러드 2개 주문. 오늘부터 다이어트 해야 한단다. ㅎㅎㅎㅎ
지난번처럼 과하지 않게 적당하게 남기지 않고 점심을 잘 먹었다.
그리고 정은네가 예약해 놓은 사탕 찾으러 가자.
언니 부부가 다니는 성당. 여름 냉방이 아주 잘 되는 곳이라고. 그래서 사부님 신앙은 여름에 아주 돈독해 지신다고.
사탕가게에서 예약한 사탕 사고 인증샷.
로비가 멋진곳에서 인증샷.
- 코스트코
오늘은 지난번 약을 못 산 최박이 약을 사고 싶다고 했고 나도 산딸나무가 멜라토닌을 사다 달라고 해서 약도 사고 우리가 먹어치운 음식과 접시, 냅킨 보충도 할 겸 방문해 후다닥 장을 봤다. 오늘 카운터 직원은 친절하게 박스에 담아 주기까지 한다. 이젠 집으로~
- 마지막 저녁
오늘 날씨는 바닷가는 해가 나는데 집에는 비가 내린다.
이 비 내리는데 사부님이 바쁘시다. 옆집 코코넛 2개를 서리해 우리들 맛 보여 주신다고 비 맞으며 껍질 벗기느라 여념이 없다. 태어나서 코코넛 과즙도 처음 먹어봤고 속살 맛도 생으로는 처음 먹어봤다.
여기에 하늘을 보니 무지개까지 떴다. 정말이지 빅 아일랜드의 동서남북을 다 다니더니 이제는 무지개까지 보는 행운을?
정말이지 우리가 복이 많은가보다.
사실 사부님이 직접 운전해 데리고 다닌 팀은 우리 밖에 없다고. 거기에 우리랑 같이 손 흔들며 사진 찍은걸 보여드리니 언니가 신기해 할 정도. 이 석양도 이젠 못 보겠네...
마지막 저녁이라고 지난번 남은 스테이크에 버섯, 호박, 감자 등을 구웠고 오이도 무치고 미국산 하몽에 각종 치즈에 스튜까지 만들어 주셔서 와인을 곁들어 멋진 만찬을 즐겼다.
한국가는 팀은 아침 일찍 출발한다. 영숙씨가 우리팀을 데려다 주고 숙자매는 언니네가 데려다 주면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는 안된다고. 다같이 배웅해야 한다고.....
아침을 먹을 수 없는 우리 팀을 위해 숙자매는 토스트와 오렌지를 준비했는데 토스트에 스티커 붙여야 한다고 하니 언니가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다 끼워 주신다. 정말이지 감동 먹었다.
우리는 짐이 늘어났지만 무사히 캐리어에 짐 넣었고 사부님이 저울까지 가져다 무게 확인까지 해 주셨다.
처음 사랑 끝~~~~까지 맞다.
코나의 마지막 밤이다.
- 12/13 (수) 출발
4시반 기상해 5시반 출발. 해가 뜨지않아 공항 지나다 되돌아오는 해프닝.
사부님은 짐을 내려 주시더니 여기서 작별 하자 하신다.
우리 티켓 받는것 확인하고 미국팀도 돌아가고 우리 짐 부치고 (여기선 우리가 따로 부치치 않아도 된다고) 기다리니 시간이 이르다.
노느니 토스트와 커피, 과일을 먹었고 비행기 한대가 있어 우리건가 하니 아니라고.
비행기는 zone 별로 태웠고 앉아서 잠시 졸다보니 호노룰루.
호노룰루 공항은 입국때는 그냥 통과해 몰랐는데 제법 컸고 볼 거리도 많다.
나도 액자 하나 샀고 명화는 아들 선물과 딸 선물을 여기서 장만. 시간이 많으면 좀 더 여유있게 볼 수 있을텐데 시간이 별로 없다.
아시아나 탑승구에 가니 우리 이름을 부르네?
뭐지? 본인 확인하고 티켓을 다시 발급해 준다. 사람 바꾸어 출국할까봐 그런건가? 드디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열흘 내내 잘 먹어서인지 속이 헛헛하고 배가 고프다. 처음 나온 비빔밥은 맛이 좋았고 그 다음 나온 샌드위치도 맛있게 먹었는데 마지막 밥은 생선 요리인데 맛이 별로다.
영화 3편 자다깨다 하며 봤고 비행기 안에서 수욜이 지나가 인천공항에 오니 목욜 저녁.
다들 주리를 틀다 시키는대로 체조를 하는 모습이 웃겼다.
공항에 내리니 다행히 춥지는 않은데 비가 내린다.
짐이 빨리 나와 예매한 공항버스로 최박과 함께 범계역에서 내리니 최박 사위가 태우러 왔다. 비가 안오면 걸어가겠지만 겨울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린다.
착한 사위가 내 캐리어를 우리 아파트 현관 앞까지 들어다주어 덕분에 편안하게 귀가.
예숙이의 멋진 인적자원 덕분에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고 멋진 추억도 남길 수 있었다. 다들 감고사~
명화야, 우리 esta,비자 만료 되기 전 미국 한번 더 뛰는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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