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에 관한 풍문>
이건청
사람들은 누구나 한 마리씩 고래를 기르고 있다고 한다. 넘어져 무르팍이 깨지고 깨진 자리가 피에 젖기 시작하면서, 일어서고 일어서면서 들판을 바라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밭을 보게 되면서, 풀밭에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를 보게 되면서, 사람 속에서 크고 있는 진짜 고래를 보게 된다고 하는데, 수평선을 툭, 툭 끊으면서 달려가고 싶어하는 녀석을 보게 된다고 하는데, 노을녘이면 흉터로나 남은 무인도 몇개를 끌고 밀면서 다시 제 집으로 돌아가 기진한 채 잠에 빠져버리고 싶어하는 늙은 고래를 보게 된다고 하는데 ......
코스개관: 오색-대청-중청-소청-희운각-양폭-비선대-와선대-설악동 (9:10~17:05, 춥지 않던 날, 둘)
올해도 생일선물로 설악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지난주 날을 잡았다 갑자기 너무 추워진 날씨로 취소하고 어렵게 오늘 날을 잡았다.
어제 진주에서 3일 내내 산행을 한지라 다소 부담된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눈 쌓인 설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첫 전철을 탔고 6:30 첫차를 타니 자리가 반쯤 찬것 같다.
비몽사몽 가다 용대리에서 쉬며 김밥 한줄을 샀다.
오색 도착해 화장실 들리고 김밥과 떡 하나 먹고 출발 하려는데 한 여인이 너튜버인지 계속 생방송중이다.
그러더니 잠바를 벗더니 요가복 차림으로 화면에 들이대며 노래는 국민체조인데 걸그룹 춤인지 캣츠 고양이 춤인지 요상한 동작으로 체조를 한다. 지리산 하산할때 본 사람보다 더 인상적인 광경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가 준비한 새 출발했고 우리도 출발.
오색은 생각보다 눈이 많지 않다. 그럭저럭 폭포 내려가기 전 까지는 아이젠 없이 갈만하다. 곳곳에 있는 쉼터에서 청춘이 아이젠 없이 여기까지 올라왔나 보다. 잘 생각해보고 올라가라는 나무천사.
헌데 한계령에서 내렸던 사람이 올라온다. 한계령이 막혀 택시타고 오색으로 왔다고....
우리도 여기서부터는 아이젠 하고 출발.
오늘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이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다. 특히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안 보인다.
빠르게는 못 가지만 될 수 있으면 덜 쉬면서 가는데 정상 가기 전 폭포 상단에서 쉬면서 커피와 빵으로 허기 면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
정상 올라가는 가파른 길에 아이젠 없이 하산하는 백성이 자주 나타난다. 한팀은 운동선수로 보이는데 아이젠도 생활 아이젠이고 그나마도 없는 사람들이다. 배드민턴 선수들이라는데 우리 준비할 때 올라가던 사람들인데 정상 찍고 바로 하산하는것 같다.
드디어 우리도 정상. 오늘 추운 날씨는 아닌데도 바람이 부니 춥고 손도 시리다. 한팀이 있어 무사히 인증샷 하고 하산 시작.
오늘 시계도 좋다. 중청은 땅 위 건물은 다 철거한 모습이다. 다시 태어난다는데 아마도 진짜 셀터로만 이용할 수 있게 지하로 만든다던가?
한계령 가는길도 금줄이 쳐있다. 봄이나 되야 통행할 수 있을것 같다. 정상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도로 오색으로 하산하는것 같고 비무장으로 젊은 청춘이 이마에 카메라 붙이고 올라가더니 후다닥 내려가 버린다. 이건 또 뭐지?
중청에서 소청 가는길은 그 어느때 보다 눈이 많다. 이 광경을 보고싶어 동계 설악을 오긴 했지만 조심조심 진행해야 한다.
봉정암 코스는 며칠전 까지만 해도 개방이 안 됐는데 어제부터 개방을 한것 같은데 조용하기만 하다. 이젠 희운각을 향해 출발.
봅슬레이트장 같은 희운각 내려가는 코스는 예상대로 눈이 정말 많다. 계단식 눈에 가운데 누군가 지나간 듯한 흔적들. 오른쪽 왼쪽을 넘나들며 조심조심 한발씩 내딛으니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한팀이 봉정암쪽에서 올라오더니 우리 앞서 하산한다. 백담사에서 올라온거냐고 하니 소청산장에서 쉬었다 올라오는 거라고.
눈과 계단 그리고 공룡을 조망하며 어느새 희운각 대피소가 보이는데 여기도 눈이 많이 쌓여 장관을 이룬다.
벤치도 눈에 덮혀 앉아 쉴곳이 없다. 쉬지도 못하고 화장실만 들렸다 출발.
부지런히 내려오니 꽁꽁 언 폭포와 그래도 흐르는 물소리와 눈쌓인 계곡이 달력 사진이 따로 없다.
힘들지만 쉴곳도 마땅치 않다. 양폭도 지났고 귀면암 나오기 전 쉼터에서 간식먹고 비선대를 향해 출발.
귀면암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는데 비선대는 생각보다 멀었다.
그래도 무사히 비선대에 도착하니 기쁘기만 하다. 이제 설악동을 향해 출발.
와선대 가는길도 눈이 쌓여있다. 한팀이 올라오는데 아이젠을 했다. 우리보고 넘어오는 거냐며 몇시에 출발했냐고 묻는다.
눈은 신흥사 대불 앞까지 쌓여있어 여기서 아이젠을 뺄 수 있었다.
5시 버스가 막 출발해 20여분 기다렸다 고속터미널 도착.
허기와 갈증이 있어 양 많은걸 먹어야 할것 같다.
생긴지 얼마 안되는 해장국집에 사람이 많아 해장국과 육개장을 시켜 한그릇 다 먹고 물도 많이 마시고 막걸리도 한잔 하니 허기가 좀 가신다.
7시차 타고 강남터미널 도착.
작년 설악을 3번 왔는데 작년이나 올해나 속도가 다 평속 2키로.
작년 겨울엔 시내 나가는 버스를 바로 타 귀가 시간이 조금 이른것 빼고는 걸린 시간은 비슷하다.
나이 먹었어도 늦어지지 않은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나.
아무튼 생일선물로 설악 선물받기 힘들었지만 뿌듯한 하루였다.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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