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남프랑스 6 (모나코~에즈, 3/27)

산무수리 2024. 5. 4. 23:08

<밝은 구석>

                 문인수

민들레는 여하튼 노랗게 웃는다.
내가 사는 이 도시, 동네 골목길을 일삼아
ㅁ자로 한 바퀴 돌아봤는데, 잔뜩 그늘진 데서도
반짝! 긴 고민 끝에 반짝, 반짝 맺힌 듯이 여럿
민들레는 여하튼 또렷하게 웃는다.
주민들의 발걸음이 빈번하고 아이들이 설쳐대고
과일 파는 소형 트럭들 시끄럽게 돌아나가고 악, 악,
세간 부수는 소리도 어쩌다 와장창, 거리지만 아직
밟히지 않고, 용케 피어나 야무진 것들
민들레는 여하튼 책임지고 웃는다.
오십 년 전만 해도 야산 구릉이었던 이곳
만촌동, 그 별빛처럼 원주민처럼 이쁜 촌티처럼
민들레는 여하튼 본시대로 웃는다.
인도블록과 블록 사이, 인도블록과 담장 사이,
담장 금 간 데거나 길바닥 파진 데,
민들레는 여하튼 틈만 있으면 웃는다. 낡은 주택가,
너덜거리는 이 시꺼먼 표지의 국어대사전 속에
어두운 의미의 그 숱한 말들 속에
구석자리에, 끝끝내 붙박인 "기쁘다"는 말,
민들레는 여하튼 불멸인 듯 ...

 

 

오늘 아침 메뉴는 뭘 할까 고민하다 라볶이를 하기로 했고 점심은 샌드위치를 싸기로 했다.

엄마 수산나가 일찍 일어나 계란도 삶아 놓았고 만두도 튀겨 놨다.

우리도 내려가 같이 샌드위치 만드는것 거들어서 아침밥과 점심 도시락까지 잘 쌌고 (하늘이 음식을 하는걸 보니 매우 정성껏 한다. 그러니 맛이 있지 싶다. 헌데 본인은 이 정도는 대충 하는거에 들어간다나? 남프랑스에서 파리 가서도 하늘이 주로 음식을 해서 음식이 맛만 있는게 아니라 품위까지 갖춰졌다고 해야 하나? 민원을 넣으면 바로바로 수리가 되었다) 커피까지 마시고 출발 준비 완료.

날이 쌀쌀해서 리사 새로 산 잠바를 가디건 위에 껴 입고 출발.

 

 

일단 집 앞에서 버스를 잘 탔는데 차비를 내라는데 현금을 내니 교통카드 5장을 주어 (1회분 충전까지 한것 같음) 무사히 탔는데 환승 하라는데서 환승 하고 이 버스카드를 내미니 이건 니스용이라 안된다나?

다행히 여긴 현금으로 받고 영수증에 거스름돈까지 주는데 매우 저렴하다.

문제는 사람이 많아 거의 서서 가다 겨우 자리가 나서 앉아 가는데 그새 리사는 현지인과 의사 소통중이다.

 

 

가는 도중 오후에 간다는 에즈역을 지나고 거의 종점 가까운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내렸다.

여행안내소 들렸다 일단 카지노 건물로 이동하니 큰 지구본 모양의 조각이 있어 사진 찍고 카지노장은 로비까지만 들어가 구경하고 나왔다.

 

 

카지노 구경하고 해변쪽으로 내려갔는데 12시 왕궁 근위병 교대식을 봐야 한다고 해 다시 산으로 거슬로 올라가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모나코는 독립공국으로 입헌군주제로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가 되어 더 잘 알려진 나라인것 같다. 

인구밀도가 높고 경제수준도 높은데 예전 리사가 왔을땐 멋진 차가 즐비했다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것 같고 사람은 아무튼 많았다. 

그런 나라인데 왕궁은 의외로 소박해 조금은 실망했다.

교대식 보고 기념품점 구경을 했고 여기서 수산나는 모나코 기념 우산을 살까 말까 고민한다.

사~ 그래서 샀다. 잘 샀어.

 

 

- 모나코 성당

 

 

왕궁에서 올라온 반대편으로 좁은 길을 따라가면 성당 옆 건물이 하나 있고 바로 그 옆에 성당이 보이는데 성당 내부의 관이 몇개 있는데 그중 꽃다발이 많은 곳이 그레이스 켈리의 관인것 같았다.

특히 여긴 단체 관광객이 많아 줄서서 한바퀴 돌아보고 나오는데 성당 바로 앞이 그레이스 켈리의 무슨 길인지 사진, 화살표 등이 세워져 있다.

 

 

남들 사진 찍는 곳에서 우리도 모나코를 내려다보며 인증샷 하고 점심 먹을 자리 찾으러 가기.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원이 보인다. 조망 좋은 곳은 이미 사람들이 차지하거 있어 조금 한갖진 장소에서 하늘이 싼 럭셔리 샌드위치로 점심은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공원을 둘러보니 계속 바다 뷰가 보여 구경하며 가다보니 해양박물관.

 

 

해양박물관은 마르세유에서 이미 질린지라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에즈가는 버스타러 가기.

 

 

버스타러 가는 것도 우왕좌왕 많이 하다 아주 멋진 인생샷 찍을 장소를 발견했다. 커다란 액자안에 들어가면 아주 멋진 사진이 나오는 곳이다. 여기서 신나 하며 사진도 찍고 구글맵과 지역 사람들에게 에즈마을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우리가 아침에 내렸던 그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 사람들 에즈 마을을 아는거 맞아? 하면서 결국 아침에 탔던 그 버스를 타고 에즈역에 내렸다.

문제는 우리는 에즈역으로 오면 안되고 에즈마을로 가야 했는데 역에서 마을 가는 버스가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데 걸어가도 그 정도 걸린다고......

 

 

여기서 일본 커플은 왔다 갔다 하더니 포기하고 도로 버스 타고 모나코로 사라졌다.

그래 결심했어. 걸어가자~

안 그래도 남자 2명이 등산 차림으로 올라가는걸 봤다. 처음엔 무작정 왼쪽 방향으로 올라가니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 현지인을 겨우 만나니 이쪽으로 가면 안된다고 해 다시 내려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데 샌들을 신고 올라가면 안된다는 경고문이 나온다. 뭐지?

오늘따라 날도 더워졌고 (겉옷 진작 다 벗었다) 물은 별로 없고 간식도 없는데 길은 점점 등산 모드다.

바다가 보이지만 생각보다 멋지지는 않다. 내려오는 사람도 많아지고 걱정이 되 혼자 부지런히 올라가니 니체의 길도 만났고 뭔가 카페같은게 있던 자리는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뭐지 싶을때 겨우 포장도로를 만났고 그 도로가 애즈마을 입구였다.

하늘과 리사는 그나마 잘 올테지만 수산나가 걱정이다. 도로 내려가야 하나, 올라오지 말라고 해야 하나 할 즈음 리사와 하늘이 먼저 도착했고 별로 늦지 않게 수산나 도착. 정말이지 엄청 걱정했는데 무사히 올라왔다.

우리야 처음이라 그렇다지만 리사는 전에 왔었다며 이런 길인줄 몰랐냐고 하니 그때는 아비뇽 가이드 차로 왔단다. 헐.....

사실 등산 1시간 이면 크게 힘든 길은 아니다. 헌데 관광모드로 왔다 생각지도 않은 등산을 하게 되니 무지 당황했다.

무사히 올라왔으니 마을 구경을 해야 하는데 수산나는 힘들어 구경 못한다고 아래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기다린다고.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싶어 더 권하지 않고 넷만 에즈 마을 구경하기.

 

 

 

이렇게 어렵게 왔으니 감동을 찾아야 한다.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고 사진도 많이 찍고 좁은데도 잘못 들면 다른 길도 나오고 막다른 길도 나와 우왕좌왕도 했다.

꼭대기에 다육식물정원이 조망이 좋다는데 입구는 우리가 올라간 쪽은 아닌것 같았고 아무튼 자그마한 성당을 들어갔
는데 여기도 입구는 공사중이고 그 앞 성모마리아는 줄리엣이 생각나는 모던한 마리아다.

올라갈 때는 골목을 누비느라 엄청 복잡했는데 내려올 때는 성당 뒤로 내려오니 바로다.

 

 

내려오니 수산나가 안 보인다. 전화를 하니 기념품 가게에 있다고.

아이스크림은 진작 먹었고 (코코넛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이렇게 맛있는거 처음 먹는다고. 수산나는 코코넛은 좋아하는데 산양 냄새가 싫어서 산양 치즈를 안 좋아 하는데 유난히 프랑스에서는 산양 치즈가 여러번 나옴) 기념품 가게를 우리도 들어가 둘러봤는데 물건은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문제는 버스는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배가 고프다.

카페에 들어가니 안한다던가? 도로 나와 슈퍼를 찾으니 여긴 슈퍼 이름이 카지노?

카지노에 들어가 마들렌, 우유, 요구르트, 과일 등을 샀다.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카지노 앞 테이블에서 허기를 달랬고 버스를 타려고 보니 건너편에서 타야 한다고....

 

 

다행히 여기서 버스를 타면 니스로 바로 간다고 해 다행이다 싶었다.

기다렸다 버스를 탔는데 교통 카드가 없다고 하니 아침에 낸 요금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영수증도 안 준다.

웬지 바가지 쓴 기분인데 혹시 좌석버스가 아닐까 하면서 우리가 환승할 정류장을 열심히 들었으나 니스에서 종점까지 가 버렸다.

우리가 우왕좌왕 하고 우리가 갈 집을 보여주니 나가서 트램을 타라고 알려준다.

 

 

무사히 나와 집 가는 방향의 트램을 탔다. 트램 안에서 충전이 될 줄 알고.

헌데 충전을 못한다. 수산나가 젊은 청춘에게 물어보니 무임승차 하다 걸리면 큰일 난단다.

집까지 가려다 아무래도 불안해 일단 내리니 트램 정류장에 충전기가 있었다.

충전은 횟수나 1일권이 있었는데 수산나는 1일권을, 우리는 2회권 충전을 해서 다시 트램을 타고 무사히 귀가.

어느새 해가 져서 불 켜 있는 마세나 광장을 지났고 성당에 불이 켜져 있었다.

집에 가다 모노프릭스에서 연어초밥이 있어 샀다.

얼른 씻고 된장찌개 끓이고 햇반과 초밥으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내일은 니스 관광을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