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이팝나무 숲은 등을 켜든다>
유수연
이팝나무 숲 속에 들어서자 한 겹 푸른 어둠이 덧칠해졌다
바위구절초나 금강초롱꽃도 푸른 물감을 한자락 끌어 덮고 조용하다
햇살 중에 금빛줄만 뽑아 몸안에 빛을 뭉치는 반딧불이
제 짝을 찾을 때 낮동안 애써 뭉친 빛을 가장 강하게 내쏘는
반딧불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돌아와야 할 누군가를 기다린다
길을 잘못든 것이 아닐까
방향 표지판은 제대로 놓여 있는 걸까
아무래도 안되겠어
제 몸을 태워 불을 밝히고 숲을 나서는 반딧불이
낮동안 꾹꾹 눌러 뭉친 금빛 햇살로 길을 열어 놓는다
어둠으로 덮혀 있던 이팝나무잎 무성한 숲이 술렁인다
오랜 기다림으로 몸을 태우는 불빛이 까만 어둠에 상처처럼 박힌다
하나둘 가쁜 숨을 쉴 때마다 새살 밑의 그리움이 씀벅씀벅 불빛이 된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
기다림을...
오늘은 니스 시내 관광 하기로 한 날.
아침으로는 소시지 넣은 김치찌개와 만두 튀김, 계란 후라이 등으로 비교적 럭셔리하게 먹었다.
이 호텔은 정수기는 없지만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면 가져다 주고 식기가 두꺼워서 밥을 해 먹기도 좋고 반찬 해 먹기도 아주 좋다.
가벼운 몸으로 출발.
숙소에서 마세나 광장까지는 멀지 않다. 걸어가다 아트 삭스샵을 지나갔다.
- 마세나 광장
마세나 광장은 니스의 메인 광장으로 어제 저녁 어두울 때 지나쳤는데 가로등 위 사람이 올라앉아 있는 작품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이 광장의 위치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에 있다는데 트램이 중앙을 지나지만 보행자 전용 도로라 상가. 레스토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광장에는 라파예트 백화점도 있고 한쪽에는 넓은 바닥 분수대가 있어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 계획은 일단 꼬마기차를 타고 정상에 올라갔다 조망을 보고 내려오기로 했다. 헌데 기차를 어디서 탈 수 있는지 전혀 안 보인다.
유모차를 끄는 아빠에게 물어보니 여긴 그런거 없다나? 엥?
청소하는 분을 만나 물어보니 바닷가에 가면 탈 수 있단다.
공원을 지나 바닷가로 가니 진짜 꼬마기차 매표소가 있는데 차 한대는 방금 떠났고 다음 기차는 2시간 이후에나 있다고 한다. 하루에 몇번 운행을 안하는데 기다렸다 타자고 해서 일단 매표를 하고 바닷가 구경을 하기로.
- 영국인의 산책로
영국인의 산책로는 바닷가 천사의 만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1800년대 추위를 피해 천사의 만에 몰려들었던 영국 여행객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헌데 오늘 날씨가 그런지 파도가 세서 여기서 수영이 가능할까 싶었다. 젊은 청춘 둘이 바닷가 내려갔다 파도가 들이치며 물벼락을 맞는 장면도 봤고 바닷가는 모래가 아니라 여긴 자갈이다. 아쿠아 슈즈가 필요한 바닷가였다.
아무튼 놀며 사진찍으며 가다보니 유명한 사람을 그린 그림이 나와 포즈 흉내도 내고 놀았다.
마르세유에서 글씨에서 사진 찍는게 재미들린 우리는 니스도 사진에 있는데 어디에 있나 보니 우리가 온 반대편 끝에 보였다.
글씨 찾아가나보니 아무래도 기차 출발할 시간에 도착 못 할것 같다.
의자 조형물까지만 갔다 되돌아와 기차 타기.
기차는 이용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대부분 노인, 어린이, 몸이 불편한 분들이 타고 계셨다.
아무튼 출발.
- 콜린성
기차는 구시가지인것 같은 좁은 골목으로 가더니 경사로를 올라가기 시작한다. 헌데 많이 안 가서 내려준다. 일단 여기가 종점인것 같다. 이 차는 조금 이따 출발하고 다음 열차를 탈 수도 있는것 같다.
일단은 내려서 꼭대기에 올라가니 우리 남산처럼 매점 같은 곳이 있는데 전망대가 보인다. 여기서 바닷가 전망대가 보여 그런가 보다 했다.
헌데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니 니스 글씨가 바로 아래 보인다. 뭐지?
오늘도 어제에 이어 날이 화창해 무지 더워졌다. 이곳 벤치에 겨우 자리가 나 여기서 만두 튀긴것고 마들렌 등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한 여인은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무슨 기체조 같은걸 홀로 하고 있다.
밥 먹고 기차 시간을 기다리느니 살살 내려가 보기로..
- 전망대가 해양박물관 꼭대기라고 함. 콜린성에서 내려오며 만나는 곳.
- 다시 천사의 만
계속 성의 성곽을 끼고 내려오니 전망대가 또 나왔고 점점 니스 글씨와 가까워 지고 여기서 길거리 공연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었는데 조금 더 내려가니 바닷가?
여길 돈 내고 기차 타고 올라온거라고? 바닷가에서 올라가면 바로인걸?
조금은 허무해 하며 소망하던 니스에서 인증샷 하고 이젠 미술관으로 출발.
미술관 찾아가는 길 마켓이 섰다. 여기서 수산나 좋아하는 코코넛 쿠키를 사서 하나씩 나누어주는데 맛이 좋다.
더워져 다들 옷을 벗어 가방에 넣거나 들고 미술관 찾아 가기.
- 샤갈 미술관
샤갈 미술관도 그리 멀지 않다고 해 걸어 가는데 가다 보니 우리 숙소에서 마트 갔던 그 길이 나온다.
부지런히 땡볕을 걸어 샤갈 미술관에 가니 점심시간이란다.
다행히 안에 카페가 있어 들어갈 수는 있다고 해 차라도 마실까 했는데 이미 점심 식사 하는 사람들로 자리가 없어 밖에 벤치에서 기다렸다. 정원에서는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헌데 여기서 수산나는 관람을 하지 않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쉰다고 한다. 몸이 힘든건가 작품을 많이 봐 지친건가.
조금은 미안해 하며 넷만 표 사서 입장.
샤갈은 유태인으로 탄생, 결혼, 죽음을 워색으로 형상화 했는데 유대인의 하시디즘 영향으로 동물을 형상화하여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스테인드글라스와 모자이크 작품에 매료되어 직접 제작한 스테인드 글라스와 전시장 유리 밖의 벽화도 볼 수 있었다.
작품은 예상한 것보다 많았고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았고 방 하나는 아가서를 주제로 한 종교화로 꽉 차 있었고 단체 관람 온 사람들도 많았다. 샤걀의 몽환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이 많아서 좋았다.
유럽의 부러운 점은 어린이 입장료 무료는 그렇다고 치고 지네 유럽 연방 대학생들도 무료 입장이다. 정말이지 부러운 일이다. 갤러리마다 단체로 와서 공부하는 저학년~ 고학년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동호회에서 와서 갤러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아예 미술관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의자도 빌려주기도 하는것 같았다.
이런 사람들과 우리가 미술로 경쟁하는건 불공평 한것 같았고 미술 하는 사람들은 프랑스는 꼭 와봐야 할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너무 과하지 않게 작품이 있어 만족해 하며 미안해 하며 수산나에게 가니 자기도 나름 편하게 쉴 수 있어 좋았다고.
다음 목적지는 마티스 미술관인데 수산나는 여기도 안 가고 자긴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한다고 한다.
말릴 수 없어 여기서 찟어져 넷은 땡볕인지라 버스를 타고 (어제 충전한 2번 중 한번이 남아 있었음) 수산나는 반대편에서 라파예트 백화점 가는 버스를 탔다.
- 마티스 미술관
공원을 가로질러 (공원 입구에 건축 관련 관람 하는 곳이 있는데 수리중이라 개방을 하지 않는곳-다행이다) 갤러리 입구는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매표를 하는데 작품이 일본에 많이 나가 있는데 괜찮냐고 한다. 그래도 남아 있는게 많겠지 싶었다.
들어가니 사람을 크게 그린 작품이 많다. 이게 마티스?
아니었다. Djamel tatah 라는 작가의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마티스 작품은 스케치만 볼 수 있었다.
나중 친구에게 마티스 이야기를 하니 이때 일본 시코쿠에 마티스 작품 전시회 포스터를 봤다고 한다. 일본에 마티스 제자가 있다나?
아무튼 조금은 아쉽게 알맹이는 못 보고 껍데기만 보고 나왔다.
여기서 라파예트까지는 걷기엔 멀다고 판단 되 버스를 탔다. 어제처럼 충전이 될 줄 알고. 헌데 안된다.
어쩔 수 없이 무임승차를 하고 종점까지 왔다. 이 종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 라파예트 백화점이라 백화점 오르내리다 겨우 수산나를 만났다.
쇼핑은 미술관 관람보다 더 힘들지 않냐고 하니 자긴 이게 힘이 덜 든단다. 당근 사업 (!) 할 체질이라 웃었다.
막상 물건은 딱히 살게 없어 나왔다.
아트삭스에서 하늘 양말 구입.
모노프릭스에서 닭백숙 끓여 먹기로 해 닭을 사려니 너무 커서 오리처럼 보인다.
그 크기에 질려 닭다리 2팩을 샀다.
집에 와 닭다리 삶고 그 물에 닭죽을 쑤어서 저녁을 잘 먹었다. 설것이는 오라방과 수산나가 사이좋게 하고 마무리.
내일은 니스를 떠나 리옹으로 가는날. 기차가 7:10 인지라 일찍 해산하고 아침 일찍 밥 먹고 출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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